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마리우폴 제철소 민간인 대피를 위해 좀 더 긴 휴전을 요구했습니다. 오는 9일로 예정된 필리핀 대선을 앞두고 여론 조사에서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린 인구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마리우폴 제철소 민간인 대피를 위해 휴전을 촉구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아침 연설을 통해,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지하 벙커에 갇혀 있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러시아에 휴전하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에서 휴전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도 앞서 휴전을 선언하지 않았나요?
기자) 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해 일시 휴전을 선언하고,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단, 이 휴전은 7일까지만 유효하며,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가동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좀 더 긴 휴전 기간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 벙커에는 약 200명의 민간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를 치우고 깊은 지하 대피소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상태로는 중장비를 사용해 잔해를 치울 수 없고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조우스탈은 지금 마리우폴의 마지막 저항 거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계속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 맹공을 퍼부은 끝에 지난달 23일, 마리우폴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고요.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사실상 점령됐습니다. 하지만 아조우연대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을 다짐하고 버티면서 완전 함락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리우폴에서 추가 민간인 대피 소식은 없습니까?
기자) 지난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는데요. 5일 현재 새로운 민간인 대피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아조우스탈 제철소와 인근 일대에서 빠져나온 약 150명의 민간인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자포리자에 도착했고요. 3일에는 마리우폴과 다른 남부 일대 민간인 300여 명이 유엔의 호송을 받으며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피 행렬에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있던 민간인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유엔 인도주의조정관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러시아의 휴전 발표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4일, 지금까지 러시아의 행태로 볼 때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가리기 위해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면서 러시아는 언제든지 폭격과 공세를 즉각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지금의 전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군 지휘부 회의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들과 함께 두 공화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쇼이구 장관이 말한 두 공화국은 친러 반군 세력을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이들 반군 세력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돈바스 일부 지역에 자체 공화국을 수립했는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들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두 공화국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을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용어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을 써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오는 9일, 2차 대전 승전 기념일을 맞아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4일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페스코프 대변인이 또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처가 포함된 유럽연합(EU)의 6차 제재안과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방의 제재로 유럽인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로마 가톨릭교 프란치스코 교황과 푸틴 대통령이 회담할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3일자 인터뷰에서, 전쟁 중단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으며, 러시아에 이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필리핀으로 가봅니다.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오는 9일 있는데, 지금 판세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펄스아시아리서치’의 지난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56%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고요. 현직 부통령인 레니 로브레도 후보는 23%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군요?
기자) 맞습니다. 4월 초 공개된 3월 여론 조사 때도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가 56%의 지지로 24%를 얻은 로브레도 후보를 월등히 앞섰습니다. 이번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는 10여 명의 후보가 나서고 있는데요.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 지지에 그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만 선출하는 게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300명, 그리고 약 1만8천 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합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약 6천750만 명이고요.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됩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러닝메이트를 이뤄 출마할 수는 있는데요. 유권자가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서로 다른 정당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제 곧 퇴임을 앞두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이 그런 경우입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주당, 로브레도 부통령은 자유당 소속으로, 두 사람은 임기 중 여러 정책에서 충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로브레도 후보의 지지율은 오히려 조금 하락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지난 3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마지막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지지자들에게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내린 결정을 지키고 또 도둑질당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도둑질당하면 안 된다는 게 무슨 의미죠?
기자)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와 로브레도 후보는 6년 전 부통령 자리를 놓고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마르코스 후보는 선거 전 여론 조사에서 앞섰는데요.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여니 로브레도 후보가 1천400만 표 넘게 획득하며, 약 26만 표 차로 마르코스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마르코스 후보는 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선거 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고요. 4년간의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가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아버지 대부터 이어진 탄탄한 정치 기반과 관계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더불어, 필리핀 국민의 정서 가운데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 필리핀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번영을 누렸다는 잘못된 인식과 향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마르코스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런 활발한 활동이 청년층 지지율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지난해 11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과 현직 대통령 딸이 손을 잡은 건데요. 사라 두테르테 시장의 높은 인기가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는 언제 알게 됩니까?
기자) 개표는 투표 종료 직후부터 시작되고요. 생방송 개표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누가 필리핀의 17대 대통령이 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 선관위는 5월 말까지 대부분의 당선자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고요?
기자) 네. 먹을 것이 제대로 없어 일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한 인구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거의 2억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유럽연합(EU)은 4일 발표한 ‘세계 식량 위기에 관한 공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53개국에서 약 1억9천300만 명이 극심한 식량 위기를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기자) 2020년보다 4천만 명이나 증가한 겁니다. 유엔은 극심한 식량 부족 위기에 처하는 인구가 해마다 증가해 “걱정스러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극심한 식량 위기의 원인은 뭘까요?
기자) 유엔은 내전과 분쟁, 극심한 기후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라는 세 가지 독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새로운 요인이 추가되면서 식량 위기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특별히 우려되는 지역으로는 어떤 곳들인가요?
기자) 아프가니스탄, 콩고, 나이지리아, 남수단, 시리아, 예멘 등 주로 분쟁 지역이 특히 극심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소말리아는 올해 식량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소말리아 역시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인데요. 더불어 오랜 가뭄과 폭력 사태, 식량 가격 폭등으로 이미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여기에 소말리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 의존도가 높아 올해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사정이 비슷한 나라도 좀 되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말리아뿐만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이나 마다가스카르 같은 다른 여러 아프리카 국가도 우크라이나산 밀과 러시아산 비료 등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들 국가에 더 큰 위험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식량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 공급의 약 30%, 옥수수 공급의 20%를 차지하고 있고요. 해바라기 씨를 사용한 식용유 공급의 75%~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두 달 넘게 전쟁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 곡물과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고 수백만 명이 기아와 영양실조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유엔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식량 위기를 낮추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기자) 네. 보고서는 농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과 파종 철을 앞두고 위험 지역에 있는 농민들이 지역 식량 생산을 늘리도록 돕기 위해 15억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