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발생과 함께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북한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열병이 동시다발로 확산되면서 수십만 명의 감염자가 속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지원을 위해 북한과의 협의를 추진할 뜻을 밝혔는데,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해 명분을 쌓기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전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돼 35만여 명의 발열자가 나왔고 그중 16만 2천 200여 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서의 신종 코로나 대유행 가능성을 우려해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신종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며, 구체적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국 대통령실의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코로나 백신 지원 등을 위해 북한에 실무접촉을 제안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통일부를 통해 대북 접촉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만 북한이 방역체계가 완벽하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어떻게, 언제, 무엇을 줄 지 우리가 논의를 시작할 수는 없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에는 열려 있지만 북한 측이 호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한국의 감염병 전문가인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북한 내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호흡기 감염병 치료시설이 열악해 확진자 급증과 사망자 속출이 우려된다며 시급한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료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 외부 백신 수용으로 김 위원장이 입을 정치적 타격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외부 지원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이것은 북한 체제에 대한 아주 심각한 도전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차라리 정부 당국이 나서서 상황이 어떤지를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자신의 지도력을 믿으라며 뚫고 나가는 게 낫지 정보를 숨기면서 갈 그런 상황은 아니다. 그만큼 북한이 체제에 대한 굉장히 큰 도전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겠죠.”
북한 내부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확산으로 적어도 몇 달 또는 내년까지도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성장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북한이 당분간은 외부 세계 특히 서방세계의 방역 지원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만약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 먼저 중국의 지원을 요청하고 그것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서방세계의 지원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북한 전역에서 감염자 급증세가 지속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 결국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이례적인 감염병 확산 실태 공개는 자체 해결이 어려운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향후 외부 사회 지원을 받을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