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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나토 가입 신청' 발표, 중립 포기 선언..."러시아, 마리우폴에 백린탄 투하"


사울리 니니스퇴(오른쪽)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가 15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회견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오른쪽)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가 15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회견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신청 계획을 15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립노선과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포기하고, 나토에 합류하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핀란드 의회는 정부 측이 공표한 내용을 받아, 며칠 안에 승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뒤로 이번 주 중에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핀란드는 군사 동맹에 관여하지 않는 전통을 지켜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한 뒤 나토 가입 가능성을 검토해왔습니다.

핀란드와 같이 군사 비동맹주의 국가였던 스웨덴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스웨덴 집권 사회민주당은 이날(15일) 정부의 나토 가입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나토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특히 핀란드는 808mi(약 1천300km)에 달하는 국경을 러시아와 맞대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황. 파란색 영역이 30개 회원국. 붉은 글자로 쓴 스웨덴과 핀란드가 조만간 가입 절차를 밟게 된다. 노란색 영역은 그 밖에 가입을 희망한 나라들.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황. 파란색 영역이 30개 회원국. 붉은 글자로 쓴 스웨덴과 핀란드가 조만간 가입 절차를 밟게 된다. 노란색 영역은 그 밖에 가입을 희망한 나라들.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기존 회원국 중 터키 이견 '걸림돌'

앞으로 나토 집행부가 신규 가입 신청을 승인한 뒤, 기존 30개 회원국 의회가 1년 안에 비준하는 절차가 이어집니다.

미국과 나토 집행부는 앞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신청 계획에 적극적인 환영과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터키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스탄불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터키가 끝까지 반대하면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핀란드와 스웨덴)은 테러조직들의 게스트하우스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터키는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이 13일 이스탄불에서 취재진과 환담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이 13일 이스탄불에서 취재진과 환담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PKK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특히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많은 스웨덴에서는 쿠르드족 출신 6명이 의회 의원으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나토 외무장관 비공식 회의 직후 "스웨덴과 핀란드 측을 모두 만났다"고 취재진에 밝히고, "(이들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다만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향후 협상을 통해 두 나라의 합류를 용인할 여지를 뒀습니다.

이같은 상황에 관해,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터키 측과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나토 집행부 "의견 일치 확신"

나토 집행부는 터키 측의 입장이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은 15일, 터키의 이견 제시에 관해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의견일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나토 외무장관 비공식 회의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제오아너 차장은 "터키는 중요한 동맹국이고, 우방과 동맹 사이에서 다뤄지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 강력 반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움직임을 경계해온 러시아는 보복 조치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인테르 RAO의 자회사 'RAO 노르딕'은 14일 0시를 기해 핀란드에 들어가는 전력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러시아산 전력은 핀란드 전체 사용량의 10%를 차지합니다.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이날(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토 가입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는 핀란드에 어떠한 안보 위협도 되지 않는다"며, "(핀란드의) 전통적 군사적 중립주의 정책 포기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12일 러시아 외무부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보복 조치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면서, "군사적·기술적인 방법과 그 밖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대응해 핵무기 배치를 언급하며, 핵공격 모의 연습까지 진행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4일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발표하고, "가상 적국의 군사시설들"을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있는 역외 영토로, 발트해 너머에 스웨덴과 핀란드가 있습니다.

■ 미국 주도 집단 방위 기구

나토는 지난 1949년 미국과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 12개 회원국이 참가해 출범한 집단방위기구입니다.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동·서 냉전이 격화하면서 회원국이 16개로 늘었고, 1990년 소련 해체 후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26개국으로 확대됐습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발칸반도 국가들이 추가로 가입했고, 현재의 30개국 체제가 됐습니다.

■ '마리우폴서 백린탄 사용' 주장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공격에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페트로 안드리우시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15일 "아조우스탈은 지옥과 같다"는 설명과 함께, 러시아군의 백린탄과 야포 공격 상황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당장 마리우폴과 아우조스탈을 도와달라'는 폭탄 겉면의 러시아어 글귀를 담은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이 글귀는 전날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 2022' 결선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했던 말입니다.

백린탄은 가연성이 강한 백린 파편을 목표물 주변에 광범위하게 뿌리는 화학 무기의 일종입니다.

인의 동소체로 가연성이 높고 불이 붙으면 다량의 연기를 만들어내는 백린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발화점이 낮고, 터질 때 발생하는 높은 열과 연기는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피부와 장기, 뼈까지 태울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 측도 러시아군이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에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개전 이후 백린탄은 물론, 집속탄과 열압력탄 등 무차별 살상 무기를 곳곳에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해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에스토니아 의회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명백한 테러 전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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