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가 지난달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무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각국의 규탄이 이어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규탄하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새 대북 결의가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성토했습니다.
제프리 드로렌티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정무담당 선임고문은 8일 유엔 총회가 ‘안보리의 대북 결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개최한 회의에서 “북한은 오래되고 위험한 확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맞서기 위해 모든 회원국이 연합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드로렌티스 선임고문] “The DPRK has a long and dangerous history of proliferation. It could not be more important for all Member States to be united in confronting the DPRK’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Since the beginning of this year, the DPRK has launched 31 ballistic missiles, including six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an 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at least two claimed hypersonic glide vehicles, and two so-called new tactical guided weapons intended for the operation of “tactical nukes.” This is the largest number of DPRK ballistic missiles ever launched in a single year – and it is only June. Each and every one of these launches violated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at were adopted by consensus.”
이어 “북한이 올해 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발과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 극초음속 활공체라고 주장한 미사일 2발, 그리고 전술 핵 운용을 위한 이른바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 등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한 해 동안 북한이 발사한 것 중 가장 많은 것이고, 지금은 6월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각각의 발사들은 합의 방식으로 채택된 여러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는 3월 24일 이뤄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새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총회는 지난 4월 26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특정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해당 상임이사국이 총회에 출석해 반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제 76차 유엔총회 결의 262호(76/262)’를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유엔총회 결의 채택 후 첫 거부권 행사 사례인 ‘대북 결의안’을 주제로 이날 회의가 개최된 것입니다.
드로렌티스 선임고문은 “이러한 도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에 (도발을) 묵시적으로 승인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드로렌티스 선임고문] “In response to these provocations, China and Russia’s cast vetoes that gave the DPRK an implicit nod of approval. A mere nine days later, the DPRK was emboldened enough to launch eight more ballistic missiles – the highest number of ballistic missiles tested in a single event in DPRK history. What’s more, all of this has occurred as the DPRK is finalizing preparations for a potential seventh nuclear test.”
이어 “(결의안 채택에 실패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은 8발의 탄도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할 정도로 대담해졌다”면서 “(8발은) 북한 역사상 단일 발사로는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 시험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건 북한이 잠재적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일어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드로렌티스 선임고문은 “오랫동안 안보리는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단합돼 왔다”면서 2006년 이후 북한과 관련해 추진된 다수의 결의가 안보리 이사국들의 협의와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 채택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드로렌티스 선임고문] “For a long time, the Security Council has been united on the question of non-proliferation in the DPRK. This consensus has been codified in multiple resolutions since 2006 – each of them negotiated and unanimously agreed by all members of the Security Council. The resolutions worked. Over the years, the sanction measures have undeniably slowed down the DPRK’s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s. But for these resolutions to be fully effective, all Member States must fully implement them.”
아울러 “(대북) 결의는 작동했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제재 조치는 분명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늦췄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의가 완전한 효력을 갖기 위해선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이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드로렌티스 선임고문은 덧붙였습니다.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발표를 마친 다른 유엔 회원국들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동시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올로프 스쿠그 유엔주재 스웨덴 대사는 유럽연합을 대표해 낭독한 성명에서 “제재는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 안보리가 가할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제재는 북한이 위험한 현재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쿠그 대사] “Let me underline that sanctions are an essential instrument at the Security Council’s disposal to maintain or restor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ey are an essential tool in convincing the DPRK to reverse its dangerous, current course of action. Some of the speakers today will want us to believe that we are insensitive to the plight of the DPRK’s population, so let me underline: it is the regime of the DPRK that keeps its borders closed and limits humanitarian access; it is the regime of the DPRK that spends the national budget on its weapons programmes, including new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이어 “일부 나라들은 우리가 북한 주민의 곤경에 무감각하다는 믿음을 심으려고 하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국경을 폐쇄하고, 인도적 접근을 제한하는 건 북한 정권이며, 새 ICBM을 포함해 무기 프로그램에 국가 예산을 지출하는 것도 북한 정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현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일각에서는 안보리의 침묵이 북한의 자제와 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와는 반대로 우리는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현 대사] “Some have argued that the Security Council’s silence would induce restraint and dialogue from the DPRK. On the contrary, we have instead witnessed the largest number of ballistic missile launches this year… We urge the DPRK to stop such provocative actions, abide by all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respond to the call for dialogue and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through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또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대화와 평화 요구에 응답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은 안보리의 무대응으로 국제사회 비확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오다와라 부대신] “Second, non-proliferation. North Korea has its own track-record of exporting its weapons and technologies to third parties. The lack of strong action by the Security Council only harms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including the NPT.”
“북한은 무기와 기술을 제 3자에게 수출한 전력이 있는 나라이며, 강력한 안보리 조치의 결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포함한 세계 비확산 체재를 해칠 뿐”이라는 것입니다.
오다와라 부대신은 북한이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유일한 나라이자, 최근 핵무기를 ‘억지’ 이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암시한 사실을 지적하며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 밖에 코스타리카와 브라질, 폴란드, 알바니아, 프랑스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새 대북 결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규탄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중국과 러시아, 시리아 등은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은 채 오직 미국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2018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예조치를 시행하는 등 미북 관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는 한반도 정세에 중대하고 긍정적인 전환을 가져왔고 비핵화 과정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줬다”며 “하지만 미국 측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쥔 (영어통역)] “This has led to a significant and positive turnaround in the peninsula situation and represents an important step in the denuclearization process. However, the US side did not respond according to the action for action principle. And instead, return to the old path of strategic patience and maximum pressure, chanting empty slogans for dialogue and increasing sanctions against the DPRK.”
“그 대신 대화에 대한 공허한 구호를 외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전략적 인내와 최대 압박이라는 낡은 길로 되돌아갔다”는 주장입니다.
장쥔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중국은 제재 결의안이 아닌 ‘의장성명’을 추진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사국 상당수가 의장 성명을 인정하고 승인했지만 미국은 오직 제재 결의만을 밀어 부쳤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장쥔 대사의 이 같은 발언과 달리 미국이 추진한 당시 제재 결의안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이사국의 찬성표를 받았습니다.
한편 이날 북한도 유엔총회 단상에 올라 미국을 규탄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한에 대한 5월 26일 ‘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주권과 생존과 개발 권리를 빼앗으려는 미국의 불법적인 적대정책의 산물”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성 대사] “’draft sanction resolution’ against the DPRK which has been put to a vote at the UNSC meeting on May 26 is a product of illegal hostile policy of the US to deprive the DPRK of its sovereignty and the rights to existence and development.”
아울러 북한은 자주 국방력과 현대화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무기 실험을 해 왔다며, 모든 실험은 북한 영토와 상공, 영해 내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수행됐고 이웃 국가들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