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가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차장이 평가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은 3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참가는 대서양과 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이 나토 회원국들과의 지속적인 연대와 지원에 의지할 수 있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통일된 접근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차장을 조상진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특히 한국이 처음으로 참가했는데요. 한국의 첫 나토정상회의 참가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한국의 첫 나토 정상회의 참가는 우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이고 이유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러시아에 의해 모든 국제 시스템이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와 안보를 위해 이에 맞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단독으로, 또는 러시아와 동맹을 맺어 국제 체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이번 참가는 공동 전선의 일원일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기자) 나토가 이번에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대거 초청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저는 대서양 공동체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저는 이것이 우리 모두가 믿고 있는 것처럼 대서양과 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함께 함으로써 우리의 이익과 공동의 가치를 더 잘 지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대서양과 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이 함께 하는 유일한 회담이 아니길 바라며, 이것이 보다 심도 있는 협력 과정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기자)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특히 신 전략개념에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명시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러시아와 중국이 ‘신 전략개념’에서 양대 과제로 지목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분명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으로 분류됐습니다. 민주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주권과 영토보전, 평화적 분쟁 해결이라는 유엔 헌장의 매우 근본적인 원칙들에 도전한 이후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명시됐는데, 정치와 경제, 안보 차원을 모두 포괄해 훨씬 더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과 잠재적인 역내 분쟁 대처,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 등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잠재적인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 관해서는 러시아에 관한 것만큼 흑과 백처럼 분명히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대서양 공동체 국가들과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과 같은 국가들 사이의 협력은 러시아의 위협과 중국의 도전을 관리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
기자) 안보 측면에서 한국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 중심의 '가치 동맹'에 함께하고, 지정학적 테두리를 넘어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해나가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글쎄요. 저는 그것이 큰 변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더 제도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토와 다른 유럽 국가들, 한국, 그리고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교류가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이는 서로 동일하고 많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고, 보다 광범위한 협력을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외교장관이나 대사 정도가 아닌 국가원수, 즉 정부 수반 차원에서 참가한 것이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메시지의 전환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한동맹은 항상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이익과 공유된 가치관의 결합 속에서 세워져 왔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은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뤄 온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안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1953년부터 양자간 해왔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자) 서방 주도 새 질서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당장 중국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하고, 나토 체제에 동조하는 것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이 보복을 당할 우려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최근 들었던 비판적인 언사를 넘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실제 구체적인 응징이나 보복 단계로 넘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저는 같은 이해관계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중국의 그러한 보복은 단지 역효과가 날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경쟁해야 해야 하는 영역이 있더라도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며, 보복 조치가 중국의 이익을 증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단결이 힘입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한일 3국 회담을 통해 긴밀한 단결을 보여줬듯이 3국이 함께 하고 있으며, 공동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해야 합니다.
기자) 이같은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이 신 냉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일각에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신 냉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러시아가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해 취해 온 규칙 기반의 체계를 뒤집기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89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러시아는 이유 없는 침략으로 이웃나라를 예속시키는 제국주의 정책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상황에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는 90년대,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 첫 해 추구했던 협력과 파트너십의 정책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중국이 러시아와 같이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서방과의 보다 균형 잡힌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는 중국에 달려 있으며, 긴장을 완화할 기회가 있다는 뜻을 중국에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전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 혹은 '줄타기 외교'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 윤석열 새 정부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 어떤 전략적 위치를 택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미국과 한국이 단지 한국전쟁을 통해 공유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흘린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만 단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은 세계 민주주의 선도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킬 만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한동맹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토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대립적인 관계가 될 운명은 아닙니다. 저는 한국이 좋은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만큼 미한동맹이 대표하는 튼튼한 기반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도 올바른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정부는 올해 들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계속적인 도발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가가 향후 북한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저는 한국이 나토 회원국들과의 지속적인 연대와 지원에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나토는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모두 함께 밝힌 결의를 통해 공동의 이익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가 실제로 북한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로 남는데요. 우리 중 누구도 그에 대해 쉬운 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올해 들어 수십 차례에 걸쳐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있었고 7차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유럽과 대서양 역내 공동체와 아시아태평양 역내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통일된 접근을 통해 북한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고, 비핵화를 다시 논의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압박을 강화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토 주재 미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 등을 역임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나토 사무총장으로부터 한국의 첫 나토 정상회의 참가 의미와 인도태평양 역내 정세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