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공식화한 중국의 ‘구조적 도전’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이익보다 대가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 뿐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보장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도 나토의 새 전략개념이 명시한 ‘중국이 제기하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석좌] “China is livid over the NATO Strategic Concept because it didn’t want to be singled out for the next 10 years as a systemic challenge. But the reality is everybody knows it’s a systemic challenge for those countries that are competing with China and that includes South Korea. So I think we just have to be rather realistic and clear eyed about the fact that there’s going to be tension with China.”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들에 대해 중국이 구조적 도전을 제기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나토가 새 전략개념을 채택하고 인도태평양 4개 나라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유럽대서양 공동체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연결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 연결점에서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번 회담은 한국이 국제적인 역할을 맡는데 있어 도약판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보복과 강압을 일삼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도 한국 정부들은 안보 보증국인 미국과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전략적 모호성’, ‘위험 분산 전략’을 추구했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China may do that, but then that reflects again, the true nature of the Chinese regime as well as why South Korea should diversify its trade away from China and also standing up for its values and principles. To accommodate or appease an authoritarian regime because of the fear of retaliation, that’s not how you should protect your own sovereignty, your national security, or how you should conduct your policies.”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이 서방과 강력히 연대하는데 대해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며 “그것은 중국 정권의 본성을 보여주는 사태이며,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줄이고 다각화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복이 두려워서 권위주의적 정권을 수용하고 달랜다면 그것은 자신의 주권과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정책을 펼치는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연구원도 1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Of course, there will be consequences to Seoul’s increased alignment with the West. But the costs of sticking with strategic ambiguity will be greater for Seoul in the long-run.
수 김 연구원은 “한국이 서방과 연대를 강화하는데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는 것의 대가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도 VOA에 지금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행했던 것과 같은 ‘균형외교’를 하기 힘든 방향으로 압력과 모멘텀이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앤드류 여 석좌] “No, pressure and momentum has shifted in a direction making the same type of balancing conducted by Moon as difficult. And in response to the Democratic Party, there was even “China Risk” while Korea adopted its balancing role. Nevertheless, Seoul must still keep the diplomatic door with Beijing open, and if it can play a constructive role in bridging differences between the Beijing and other Indo-Pac countries without undermining its own commitment to the US and other Indo-Pac actors, it should.”
여 석좌는 “한국이 ‘균형외교’를 행했을 때에도 ‘중국 리스크’는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에 대한 외교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이 미국과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스스로의 공약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중국과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 사이의 이견을 줄이는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민주국가 연대 기류 합류, 전략적이고 현명한 움직임”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간 가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기류에 한국이 발빠르게 동참한 것은 ‘전략적이고 현명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Seoul is also eager to ensure that it will become part of the evolving set of relationships between and among like-minded liberal democracies, particularly as the world is witnessing in the case of Russia in a very blunt fashion, the intentions of some authoritarian countrie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같은 생각을 가진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 간 여러 관계들이 진화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 관계의 확실한 일부가 되길 열망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는 지금 권위주의 국가들의 의도를 목격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경우는 매우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 ‘열린 사회’(open societies)들은 공통의 가치를 강조하고 권위주의 국가들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해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자유 민주주의국가들이 중국과 상당한 상호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한국도 ‘복잡성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새로운 (윤석열) 대통령의 지도 아래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t’s useful to take a step back and look at the journey that South Korea has been on over the last four or five decades, it’s been a gradual accumulation of more democracy, more freedom, more free markets, more economic prosperity and more cultural influence all over the world. So I think what’s happened is, the new President may appear to be making a break with the past but I see it as part of the continuity of South Korea taking its place on the world stage.”
리스 전 실장은 “한국은 지난 40년 50년간 민주주의, 자유, 시장 자유화, 경제적 번영, 문화적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점진적으로 나아갔다”며 “새 대통령이 과거와 다른 태도를 취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한국의 연속성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한국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보장 강화해야”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VOA에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를 참석한 것은 옳은 일이며, 중국이 이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South Korea's only security ally in the whole world is the U.S. The U.,S. has Seoul's back against any threat to its existence. South Korea is an economic and cultural powerhouse, globally, and is an innovation nation. President Yoon seeks, rightly, to increase Seoul's presence on the world stage. The PRC has no grounds upon which to criticize President Yoon's participation in the NATO summit. South Korea is no stranger to PRC coercion and economic retaliation.”
해리스 전 대사는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는 VOA의 서면 질의에 “한국의 전 세계에서 유일한 안보 동맹은 미국”이라며 “미국은 한국의 생존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한국을 보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와 문화 최강국이며 혁신적인 국가”라면서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 한국의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것은 옳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할 어떤 근거도 없으며, 한국은 중국의 강압과 경제적 보복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안보 공약 뿐 아니라 경제 공약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나토 헌장 5조와 같은 공약을 대서양과 태평양 국가들의 경제 문제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동맹국이 강압과 부당함에 맞설 때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해 더욱 많은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집단대응한다는 원칙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 문제가 될 경우 한국이 미국에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분명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지 논의할 때, 한국은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해주길 바라는 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며 “다만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내릴 수 있는 지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