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러시아가 고립됐음을 확인했다고 9일 평가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9일)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 회담 후 G20 결산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송을 위해 흑해를 열어야 한다는 전 세계의 요구를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 "(나머지 G20 국가들의) 강력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여러 번 그런 것처럼, 러시아는 고립된 채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가격과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입니다.
특히 러시아군이 흑해와 아조우해(아조프해)의 항구들을 봉쇄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등을 막고 있는 것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미국과 서방 측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식량과 에너지 수급 문제, 그리고 이에 관한 러시아의 책임을 주요 의제로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성명이나 선언문은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 "러시아 향한 메시지 너무 분명"
블링컨 장관은 전날(8일) 회의 도중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돌연 퇴장했던 일을 두고 "이런(러시아의 책임을 가리키는) 메시지가 너무 분명히 울려 퍼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이 회의장에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구동성의 규탄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을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각국의 주장을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러시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 메시지를 받아들일지 며칠, 몇주간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 정전 협상 재개 전망 불투명
이어서, 블링컨 장관은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현재로선 러시아가 의미있는 외교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신호를 볼 수 없다"면서 "우리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지 않으면 힘이 정의가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G20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 중국 입장에 우려
블링컨 장관은 이날(9일) 회견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은 양자 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을 함께 하며 5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대화가 "유용하고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고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중국의 입장에 깊은 우려를 왕 위원에게 나타냈다"며, 이에 관해 '중립적'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 활동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타이완 해협의 평화·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홍콩과 티베트, 신장 등지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도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중국 측은 "미국이 중국을 위협으로 잘못 인식해 정책이 바른 궤도를 벗어났다"며, 미-중 관계 악화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3억6천800만 달러 추가 인도적 지원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9일) 우크라이나에 3억6천800만 달러 규모 추가 인도적 지원 방침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지원은 식료품과 식수, 긴급 의료품 공급 외에 물류와 현금 제공에도 투입하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인도적 지원 규모는 12억8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와 별도로, 총액 73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군수 지원도 진행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전날(8일) 4억 달러 규모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새로 지원하는 무기에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4대와 초정밀타격용 155mm 포탄 1천 발 등이 포함됩니다.
이 가운데 "초정밀타격용 155mm 포탄들은 우크라이나에 처음 제공되는 것"이라고 미군 고위 관계자가 8일 VOA와의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