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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승절 계기 노병대회 개최키로...'강대강' 국면 속 김정은 대외 메시지 주목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21일에 이어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현장이라고 공개한 사진. 앞 모습 왼쪽 세번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 측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가 걸려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달 21일에 이어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현장이라고 공개한 사진. 앞 모습 왼쪽 세번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한국 측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가 걸려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북한식으론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3년 연속 전국 노병대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미-한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강대강’ 흐름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승의 날'을 맞아 제8차 전국노병대회가 평양에서 열린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개최 날짜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전례를 비춰볼 때 올해도 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인 오는 27일께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의 물리적 준비를 사실상 끝마친 상태에서 열리는 것인 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연설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최근 두 차례 노병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직접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서 ‘반미 공동투쟁 월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승절의 노병대회 행사를 통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미 공동투쟁 월간’으로 지정해 주민에 대한 반미교양사업을 강화해왔습니다.

미-북 그리고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관련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미국과의 대결구도가 확연해지면서 5년 만에 군중집회 등 다양한 반미 행사를 재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들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깨며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과 한국도 연합훈련 실기동 훈련 재개 등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강대강’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도 노병대회에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나온다면 강대강 국면을 큰 틀에서 재천명하고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얘기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러나 핵실험 등 구체적인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 거고요. 다만 우회적 언급을 통해서 미국,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노병대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인 1993년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에 처음 열렸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에만 6차례 열렸습니다.

특히 올해는 69주년으로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꺾이는 이른바 ‘정주년’이 아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인데도 3년 연속 노병대회를 여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장기화와 자연재해, 신종 코로나 발생 등 겹악재 속에서 대미 항전의 상징인 노병세대를 앞세워 내부결속을 다지고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려는 목적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한 당국은 또 북한이 전승절을 계기로 7차 핵실험을 기습감행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두 나라 군 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집중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이르면 이달 안에 핵실험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북한이 언제든 결심만 서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가 한계 상황에 치닫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발생 등 변수가 잠잠해지면 언제든 핵실험을 단행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 내부 사정이 2년 반이 넘는 봉쇄로 인해서 어렵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판단이 가능하고 북한 당국 측면에서도 더 어려움이 심각해지기 전에 뭔가 자신들이 계획했던 핵을 통한 압박, 결국 절대 목표인 핵 보유국 인정받는 단계를 핵실험을 통해서 마무리하고 그 다음 국면으론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정성장 센터장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탑재용 전술핵이나 ICBM에 실을 소형 핵탄두 개발을 위한 기술적 수요 때문에 핵실험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연쇄적으로 하려고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이미 복원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이외에 4번 갱도의 복구도 필요해 핵실험이 지금 보다는 북한 정권수립일인 9월9일 또는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 즈음에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북한이 전술핵무기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소형화된 수소탄 실험도 필요하고 그래서 그것을 나눠서 하는 것 보다는 연이어서 하는 게 북한 관점에서 봤을 때 대외적인 압력도 좀 줄일 수 있고 중국과의 관계도 좀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전승절 전후한 핵실험 등 무력 도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핵실험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군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가장 큰 카드인 핵실험을 감행하는 데 신중할 것이라며 오는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을 앞둔 중국 변수도 북한이 핵실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주된 고려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부적으로 자신의 통치 성과를 최대화해서 향후 비전을 발표하는 당 대회를 무사히 잘 치르고 향후 계속적으로 연임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일정하게 협력 또는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내지는 그것을 핵실험과 연계했을 때 타이밍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 이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높고요.”

한편 군 하계훈련이 진행 중인 북한 내 여러 지역에서 최근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의 움직임이 일부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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