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흘간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쟁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대 문제를 심의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핵실험 단행을 결정했을 가능성 또는 전술핵무기 실전배치에 따른 작전개념의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가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에서 “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하기로 했으며 당 중앙의 전략적 기도에 맞게 전쟁억제력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중대 문제를 심의, 승인하면서 이를 위한 군사조직편제 개편안을 비준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방부대들에 새로 부여한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대남 전술핵무기를 최전방에 배치해 운용하기 위해 관련 임무를 부여하고 부대 편제 개편과 관련 적전계획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사시 한국 측의 주요 군사시설 등 핵심 목표물에 대한 선제타격 지침이 부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핵무기 표현 때 쓰는 ‘전쟁억제력’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미뤄 필요시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핵무기 사용을 중요 군사행동계획에 추가했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등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대미 대남 압박이라는 게 홍 실장의 설명입니다.
홍 실장은 또 ‘전쟁억제력 강화’를 위한 중대 문제 승인은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물리적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7차 핵실험 감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최근에 북한이 계속 공언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전략무기 개발 그 중에서도 초대형 핵탄두나 전술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실험 이런 것과 같이 작전 임무와 상관 없이 별도의 전쟁억제력을 추가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승인했다고 해석이 가능한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전군이 당 중앙의 군 건설사상과 군사전략적 기도를 받들어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을 다질 것”을 강조했습니다.
현 정세와 관련해선 “군의 절대적 힘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부단히 향상시켜 나갈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가 한국의 윤석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한 동맹 강화, 확장억제 신뢰성 제고, 연합훈련 정상화, 작전계획 수정 등 군사적 압박이 커지는 흐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회의가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진행된 것은 북한 군사전략의 대전환을 가져올 중요한 결정이 채택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선 전방부대 작전 임무를 추가하고 관련 작전계획 수정과 해당 부대들의 군사조직 개편도 의결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 과정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을 만들어냈지만 그 이후 KN-23, KN-24 그 다음에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조정방사포 그 다음에 신형 전술유도무기 이런 것을 개발한 이후에 이것들을 운용하는 부대도 개편을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말하는 것은 최근 전술핵 고도화한 여기에 따른 직제개편인 것 같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또 이번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제를 늘리는 문제를 심의 의결하고 추가로 늘어난 부위원장직에 리병철 당 비서를 선임했습니다.
이로써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박정천과 리병철 2인 체제가 됐습니다.
홍민 실장은 핵무기 고도화의 핵심적 인물인 리병철의 부위원장 재기용은 전략·전술 핵무기의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로,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강대강’ 그리고 ‘정면승부 투쟁 원칙’에 따른 대응 의지를 보여준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엄혹한 정세를 내세워 군사 대비태세를 강조한 것은 대미 전략 차원에서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려는 명분쌓기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이 전략도발과 함께 한국을 겨냥한 재래식 국지 도발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바라는 것은 2022년 중에 지금 우크라이나나 다른 문제에 골몰해 있는 미국의 관심을 돌리는 것이고요. 그러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올라가야 됩니다. 그것을 올리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오히려 재래 도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보다 사람들이 체감하는 긴장의 정도는 훨씬 더 올라가니까요.”
이 같은 긴장 고조는 경제난과 식량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 북한 주민들이 처한 중첩된 어려움 속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전통적인 통치술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북한이 처한 어려움은 외부의 엄중한 위협, 적대세력의 대북 압살정책 때문이다라는 것을 자꾸 북한 주민들과 군부에 보여줘야 하거든요. 이런 회의를 통해서 그런 움직임으로 우리 지도자가 잘 대응하고 있다, 책임도 전가하고 김정은 업적도 부각하고 이런 양수겸장의 그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거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과에 대해 북한의 추가적인 후속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이 최전방 부대에 부여한 ‘중요 군사행동계획’ 임무와 관련해 “분석과 평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