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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일 대 북중러' 아세안 외교전 돌입...한국 "북 핵 공조 만들기 주력"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가운데) 일본 외무상,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가운데) 일본 외무상,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남북한이 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타이완 문제 등으로 미-한-일 대 북-중-러의 진영 간 대결 구도도 한층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참석합니다.

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 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겁니다.

이번 행사에는 4일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와 한-중-일 외교 수장이 참여하는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가, 5일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와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 즉 ARF 외교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특히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입니다.

ARF 회의에는 아세아 10개 회원국을 비롯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 등 총 27개 국가와 지역이 참가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아세안 무대에서 북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은주 한국 외교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안은주 부대변인] “한반도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 점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북한 관련한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와 관련한 공조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박진 장관은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세안 10개국 등 주요국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 중입니다.

다만 지난 6~7월 미국과 일본을 다녀온 데다, 이달 중국 방문도 예정돼 있어 미-중-러 외교장관들과의 양자회담 개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아세안 국가들이 북 핵 등 한반도 현안에 중립적 태도를 보여 온 점, 그리고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와 잇단 도발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최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북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윤석열 새 정부와 이에 대한 북한의 최근 비난 공세로 미뤄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 남북 간 만남은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설사 조우를 하더라도 의미 있는 대화는 힘들 거라는 전망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ARF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 안보협의체인데다 미-중, 미-러 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을 활용해 이번 아세안 무대에서 한층 공세적인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반미 선전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겁니다.

박 교수는 특히 ARF 외교장관 회의 뒤 발표될 의장성명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가 어떤 수준으로 담길지를 놓고 남북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의장성명에 과연 어느 수준에서 어떤 워딩으로 의제들이 들어가느냐 그게 굉장히 중요해서 아주 치열한 장이 될테니까요. 한국 입장에선 어차피 미국, 일본과는 공조가 돼 있으니까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겠죠. 그리고 북한 비핵화가 중요하니까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 힘을 모을 수 있는 그런 노력을 하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 언급 등은 아세안 국가들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중국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아세안 무대가 북한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푸틴의 핵 공격 위협 그 다음에 북한의 남한에 대한 선제공격 위협 이런 것들이 안 그래도 남중국해 동중국해 이런 영토 분쟁으로 지금 군비경쟁 체제에 들어간 아세안을 자극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이 북한에게 유리한, 호의적인 입장을 보일 이유가 없죠.”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미-한-일 대 북-중-러의 진영간 대결 구도가 한층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러 갈등으로 북 핵 문제가 이들 국가 간 협력 사안으로 다뤄질 상황이 아니라며 이번 회의에서 진영 논리에 입각한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지금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미-중이 협력하는 구도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 국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초점으로 옮겨진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규탄 그리고 추가 핵실험에 대한 예방 이런 쪽으로 아젠다가 넘어가면 당연히 북-중-러 대 한-미-일 국면으로 상당히 블록화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ARF 의장성명이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방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으로 한층 고조되면서 이번 회의가 ‘신냉전 구도’를 확인하는 격한 설전의 장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겁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아세안 무대에서 타이완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 미-중, 미-러 간 첨예한 현안에 한반도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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