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안전 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살펴보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이 출발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9일(유럽 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그날이 왔다. IAEA 지원·보조팀이 자포리자 원전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고 적었습니다.
시찰단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렸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이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서 가장 큰 핵 시설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번 주 후반에 임무가 진행될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IAEA 측은 시찰단의 명단이나 현지 도착 날짜 등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상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중립국 출신 전문가 등 14명
유럽 주요 매체들 보도에 따르면, 시찰단은 그로시 총장이 이끌고, 주로 중립국 출신인 전문가 13명 등 14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시찰단은 원전의 물리적인 손상 발생 여부를 점검하는 것을 최우선 임무로 삼을 것이라고 IAEA 측은 밝혔습니다.
또한 안전보안시스템이 정상 가동하는지 여부도 살필 예정입니다. 원전 내 직원들의 작업 환경도 파악하고 필요시 세이프가드 활동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해당 원전의 통제권은 이 일대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갖고 있으나, 실무 인원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 소속을 비롯한 우크라이나인들입니다.
■ 관계국·유엔 합의
앞서 지난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파견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곧이어, 원전 통제권을 쥐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IAEA 시찰단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이 계속되면 광대한 땅에 방사능 오염을 초래하는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했습니다.
■ '유럽 최대 원전' 안전 우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개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입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개전 9일째였던 3월 4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해당 원전 시설과 주변 지역 등을 점령했습니다.
최근 해당 원전 일대에 포격이 잇따르면서 방사능 누출 등 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화재 영향으로 원전으로 들어가는 전력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핵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체르노빌에서 발생했던 노심 융용(멜트다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뒤에도 원전 인근에 포격이 계속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8일 에네르호다르에 공습이 단행돼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일부 방사능 중독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을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배포했습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 무인기 격추"
반면 28일 러시아 국방부는 앞선 이틀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일대에 더 많은 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군 현지 지휘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장소 중 한 곳을 노리던 우크라이나 드론(무인비행기)를 격추했다고 이날(28일) 언론에 밝혔습니다.
또한 에네르호다르에 단행한 포격은 우크라이나군이 니코폴 방향에서 실시한 것이며, 미국산 M777 곡사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