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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기차역·주택가 폭격 최소 25명 사망...러시아, 미국 지원 비난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차플리네 기차역 폭격 직후 열차와 차량들이 파괴돼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공식 트위터)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차플리네 기차역 폭격 직후 열차와 차량들이 파괴돼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공식 트위터)

러시아군이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주택가와 기차역에 폭격을 가해, 최소 25명이 숨지고 50명 이상 다쳤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동부 소도시 차플리네를 두 차례 폭격했습니다. 주택가를 겨냥한 첫 번째 공격으로 집에 있던 11살 남자 어린이가 사망했고, 이어 기차역에 단행된 두 번째 공격으로 정차 중이던 열차의 객차 5대에 화재가 발생해 20여 명이 숨졌습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사상자들이 모두 민간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사건 현장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리고, "테러분자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을 계속 살해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차플리네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에 있는 인구 약 3천500명의 작은 도시로,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 주에서 서쪽으로 145km 지점에 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같은 공격에 관해 다음날인 25일 오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루한시크와 도네츠크 위치. 아래 주황색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루한시크와 도네츠크 위치. 아래 주황색은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 미 "러시아에 책임 묻겠다"

미국 정부는 즉각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24일) "민간인들로 가득한 우크라이나 기차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잔혹 행위의 패턴에 들어맞는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어서 "우리와 세계의 파트너들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설 것이며, 러시아 당국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젤렌스키 유엔 안보리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연설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며,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일대에 폭격이 잇따르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핵 공갈을 무조건 중단하고 자포리자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화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화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행위를 당장 멈추도록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저지르지 않은 전쟁 범죄는 없다"며, 의도적으로 방사능 재난, 식량·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모든 국제법과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주년 되는 날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6개월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차플리네는 현재 우리 모두의 고통"이라며 러시아가 저지른 모든 만행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반드시 침략자를 우리 땅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다짐한 뒤 "자유로운 우크라이나에는 악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다른 도시들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군이 이날 제2 도시 하르키우와 므콜라이우, 니코폴, 그 밖에 최전선 인근 도시들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니코폴은 드니프로 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자포리자 원전과 마주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 러시아 당국자들 여론전 나서

한편, 개전 6개월을 맞은 이날(24일) 러시아 당국자들은 여론전에 주력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등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전쟁 장기화와 희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각종 매체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에 관해 "심각한 새로운 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미국과 서방은 세계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 국가에 전례 없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하는 지원을 '전쟁 장기화 압력'으로 주장한 것입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결국 우크라이나는 자멸하고 서방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존슨 영국 총리 크이우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 후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 후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사전 공지 없이 방문해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드론 2천대와 탄약 등 5천400만파운드(미화 약 6천4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존슨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협상을 위한 어설픈 계획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존슨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개전 후 세번째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의 지원에 사의를 표하고, 존슨 총리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 미국, '사상 최대' 군수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위해 약 30억 달러 규모 추가 무기·군수 지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는 대공 방어 시스템을 비롯해 소형 무인기 요격체계(CUAS)와 포병 시스템을 포함한 다수의 무기, 레이더 등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꾸준히 군수와 인도적 지원을 진행해온 가운데, 이번 발표는 단일 지원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발표 내용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 등 군수 지원은 총액 130억달러 선에 이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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