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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둘리츠키 전 유엔 WGEID 의장] “강제실종은 테러 범죄, 북한 대응 피해자 중심 지속 캠페인 중요


아리엘 둘리츠키 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의장.
아리엘 둘리츠키 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의장.

강제실종은 테러 범죄로 북한에선 지금도 이런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고 아리엘 둘리츠키 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의장이 말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강제실종 범죄가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하게 지속되는 만큼 피해자 중심의 강력한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법대 교수이자 이 대학 인권 클리닉 소장을 맡고 있는 둘리츠키 전 의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인권기구가 최근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강제실종이 여러 나라에서 공포 확산 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교수님은 과거 강제실종은 ‘테러 범죄’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죠

둘리츠키 전 의장) 맞습니다. 강제실종은 테러 범죄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실종자가 세상과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입니다. 실종 피해자는 변호사를 접촉할 수 없고 사랑하는 가족도 만날 수 없습니다. 언론도 접근할 수 없죠. 국가 기관 요원들의 완전한 통제 속에서 피해자는 대개 고문당할 위험이 크고 많은 경우 살해됩니다. 실종자의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도 테러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대개 무력해집니다. 실종자를 찾으면서 어떻게 정보를 묻고 도움을 요청할지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노력이 실종자에게 위험을 더 초래할 수도 있죠.

기자) 실종자와 가족 모두 테러의 피해자라는 의미군요?

둘리츠키 전 의장) 그뿐 아니라 강제실종 사건을 다루는 많은 변호인 역시 실종되거나 다른 형태의 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 일하는 인권 옹호자들과 친척들이 이런 유형의 보복을 당하는 것을 정말 많이 목격했습니다. 이는 사회에 추가적인 공포 상황을 조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테러는 명백히 큰 사건입니다. 다음에 누가 실종 피해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제실종은 다른 형태의 인권 침해나 범죄와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실종자 자체를 넘어서 연속적인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지난 2017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으로 계실 때 한국을 방문해서 북한 당국의 강제실종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적이 있는데, 결국 북한도 이런 또 다른 형태의 테러 범죄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둘리츠키 전 의장) 그렇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유엔은 강제수용소 수감에서부터 수십 년 전의 납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북한에서 수십만명이 다양한 형태로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강제실종 사례들이 있다는 것은 문서로도 잘 기록돼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강제실종 범죄가 단순히 과거 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둘리츠키 전 의장) 맞습니다. 여러 다른 상황이 있는데요. 첫째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구금된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됐을 때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상황은 북한 내부에서 구금된 사람들입니다. 정치범 같은 경우죠. 구금된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없고 수감된 수용소 위치도 잘 모릅니다. 그들이 어디에 수감돼 있는지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습니다. 언론은 정보가 없고 법원의 감독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금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기자)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수님 친척 중에도 강제실종 피해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남미 상황과 북한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까요?

둘리츠키 전 의장) 네, 저의 어머니 조카 두 명이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 기간에 실종됐습니다. 한 명은 1976년에 31살의 나이로, 또 다른 조카는 이듬해인 1977년 27살의 나이로 실종됐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고 시신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강제실종 상태죠. 북한과의 차이라면 아르헨티나는 1983년에 민주화되면서 이후 모든 정부는 강제실종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이에 관해 조사를 했죠. 국가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돼 실종자 명단을 확보했고 여기에는 저의 실종된 친척들도 포함됐죠. 또 재판이 열려 저의 외사촌들을 포함해서 수백 명의 실종에 관여한 전직 장교 여러 명에게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기자) 남미는 과거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자행한 강제실종 범죄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북한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둘리츠키 전 의장) 숫자가 완전히 다릅니다. 칠레의 강제실종 피해자 규모는 (1천 248명으로) 북한과 비교해 훨씬 적습니다. 또 칠레는 기간이 제한적이었죠. 피노체트 정권의 수명은 17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점은 북한과 피노체트 정권 모두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제실종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또 투명성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미 대부분의 나라에는 북한처럼 강제수용소가 없었다는 것, 수감 기간이 짧고 이후 석방 혹은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거나 살해됐지만 북한은 장기간에 걸쳐 강제수용소를 유지한다는 점을 큰 차이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인권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강제실종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 의장과 위원으로서 북한을 상대했던 경험을 좀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둘리츠키 전 의장) 기본적으로 북한 정부는 우리가 처리하는 모든 진정 사안들을 북한 정부에 대응한 국제 캠페인의 일환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정보를 부인했습니다. 그들은 실무그룹이 북한에 입국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고 우리가 정보를 요청하는 개개인에 대해서도 늘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저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옛 독재정권과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이 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자기 정부를 겨냥한 국제 캠페인의 일환이란 주장인데, 북한 역시 많은 독재정권이 과거 사용했던 수법을 지금도 사용하는 겁니다.

기자) 그럼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강제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툴리츠키 전 의장)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바로 우리가 계속해야 할 일입니다. 이 문제를 계속 보여주는 겁니다.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한 상황을 알리고 실종 피해자들과 그들을 찾는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압박을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실종 피해자들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정보를 계속 요청하고 상황을 계속 문서로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상황을 지속해서 규탄해야 합니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과 탈북민들을 지원할 뿐 아니라 북한 정부를 두둔하는 다른 정부들에 대응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뿐 아니라 이 정권을 지지하는 다른 모든 정부에 대한 압박도 병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자)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현재 서울을 방문 중입니다. 강제실종 범죄와 관련해 특별보고관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둘리츠키 전 의장) 저의 유일한 조언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계속 활용해 기존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한계를 극복하라는 겁니다. 조용한 외교와 매우 공개적이고 강력한 성명을 조합해 사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범죄 피해자들을 계속 임무의 중심에 두도록 하는 겁니다. 그것이 우리가 특별보고관에게서 필요로 하는 점입니다. 피해자들에 관해 생각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겁니다.

아리엘 둘리츠키 전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 의장으로부터 북한 관련 강제실종 문제의 심각성과 해법 등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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