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정상화를 위한 장비와 물품 반입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한국 내에선 사드 기지의 정상 운용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이면서도 향후 중국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상북도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지상 접근 정상화를 위한 미한 군 당국의 조치가 4일 새벽 진행됐습니다.
사드 반대 단체인 소성리 종합상황실에 따르면 4일 새벽 1시30분께 주한미군 병력과 불도저 등 공사 장비, 유류차 1대, 승합차 등 10여 대가 사드 기지로 들어갔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휴일 심야에 인력과 장비를 수송한 것은 미군의 요청과 현장 안전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의 5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문홍식 부대변인] “어제, 지난주에 있었던 그것은 미측 요청, 그리고 안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한미군과 한국 국방부이 지난해 5월부터 사드 기지 내 미한 장병 생활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휴일에 장비 등을 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한 당국은 지금까지 매주 두세 차례 공사 자재와 인력, 생활물품 등을 차량으로 반입하다가 지난 6월부터 반입 횟수를 주 5회로 늘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8월 말까지 ‘사드 기지 정상화’를 밝히며 지상 접근을 주 7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런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드 기지에 반대하는 기지 주변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사드 기지 정상화’ 조치에 대응해 그동안 해 온 아침 집회를 주 3회에서 5회로 늘리기로 하고 4일 아침에도 현지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등 반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완전한 상시 자유 출입보다 미국 측이 원하는 시간대에 현장 경찰 등과 협의해서 출입 시점을 조율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사드 기지 정상화와 관련해 고속도로 건설 등 성주군이 요청한 6개 주민지원사업을 조속히 시행할 방침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사드의 추가 배치 가능성까지 밝힐 정도로 사드 기지 필요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며,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에도 미한이 합의해 이미 설치된 사드 기지의 정상화는 조만간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필요하면 추가로 구입해서까지, 자체 예산으로 설치하겠다고 이미 공약을 했고 따라서 사드 기지 정상화는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이고요. 여러 가지 사드 기지의 정상적 운용, 시설 건설 이런 것은 조만간 완료가 될 것으로 보여지고요. 환경영향평가 작업도 조만간 종료가 돼서 사드 기지 운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이 되네요.”
북한의 핵 미사일이 고도화, 다양화하는 추세 속에서 미사일 방어망으로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는 그동안 지상 접근권의 제약 속에서 기지의 정상적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기체계로서의 기능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사일 방어체계로서 사드는 작동하고 있지만 장기적 운용을 위한 기지 안정화 차원에서 언제든 기지에 장비와 물자, 인력이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사드 기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말은 전원이 제일 중요한 문제 같아요. 사드 레이더는 외부 전원이 아니라 사드 포대에 포함된 발전차에 의해서 전기가 생성되고 있거든요. 발전기를 통해서 전원을 계속 넣어야 할 경우엔 유류 보급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운용하기엔 무리가 있고요.”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에서 “성주 사드 기지 장병들이 텐트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어 빨리 정상적 막사를 만들어줘야 하고 진·출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헬기로 병력을 수송하고 유류를 수송하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또 다른 정상화 조치인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기지 내 잔여 부지 공여 절차도 서두른다는 방침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내년 상반기 내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잔여 부지 공여의 경우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해당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반드시 구성하도록 돼 있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지난달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협의회에 참여한 주민대표 신원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의회 구성 자체가 무효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민과 일부 단체 반대, 그리고 중국의 반발 속에서 문재인 전임 정부는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작업에 소극적이었고 정식 배치냐 임시 배치냐 라는 정치적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의 작전계획에 따르면 적의 위협이 급격히 감소되거나 소멸되지 않으면 사드 배치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환경영향평가가 뭔가 하나의 평가라는 기준으로 남아있다면 이것은 (배치의) 임시적 요소가 강조되는 거거든요. 그런 면으로 정치적 의미가 부여돼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주 기지 정상화가 시간 문제라고 보면서 중국의 향후 반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의 제한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중국이 성주 기지 정상화 조치가 본격화하는 데 대해 반발할 것이라면서도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엔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이미 배치가 됐고 또 과거에 이 문제를 갖고 중국 측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중심으로 한 여러 조치를 취한 경험이 있고요, 그로 인해서 한중관계가 오히려 악화되면서 한미동맹이 더 강화되는, 또 중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고조되고요,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지금 당장 그 문제로 보복을 하거나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는 않고요.”
박원곤 교수는 환경영향평가까지 마무리되면 사드 배치가 완성되는 의미가 있다며 이 때부터 중국의 반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