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고 장남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승계했습니다.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와 최근 총리 교체까지 영국은 근래 보기 드문 격변기를 맞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찰스 3세 시대를 맞은 영국에서 앞으로 바뀌게 되는 것들과 왕실의 과제, 전망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여왕의 서거로 바뀌는 것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은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찰스 3세 시대를 열면서 왕실은 물론 영국 사회 곳곳에 존재하던 여왕의 흔적이 점차 사라지게 될 텐데요. 우선 지난 70년간 전국의 관공서는 물론, 여왕이 이동하는 곳이면 그 어디나 펄럭였던 왕실기(로열스탠더드)가 바뀌게 됩니다.
여왕이 사용했던 왕실기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4개의 문양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지역의 하나인 웨일스가 1959년 공식 깃발을 제정하기 전부터 사용하던 터라 여왕의 깃발에는 웨일스의 문양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찰스 3세가 앞으로 사용할 깃발에는 ‘연합왕국(United Kingdom)’의 단합을 염원하는 뜻에서 웨일스 문양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보다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영국의 국가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가를 ‘애국가’라고 부르는 것처럼 영국의 국가는 ‘신이시여, 국왕 /여왕 폐하를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 /Queen)’인데요. 1745년 조지 2세 때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여왕 재위 시절에는 “우리의 자애로운 여왕을 지켜주소서”로 노랫말을 바꿨는데요. 앞으로는 “우리의 자애로운 국왕을 지켜주소서”로 바뀌게 됩니다.
영국에서는 국왕이 교체되면, 조폐국이 발행하는 화폐도 바뀌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폐나 동전마다 각인되는 위인이나 도안이 다르지만, 영국은 대대로 지폐와 동전의 앞면에는 모두 현재 군림하는 국왕의 모습을 담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유통되고 있는 영국의 화폐에는 모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요. 앞으로 찰스 3세의 얼굴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화폐를 찰스 3세의 얼굴로 바꾸는 데는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런가 하면 왕실에 공급하는 업체라는 표시만으로도 최고품으로 평가받는 ‘왕실업체인증’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생전에 여왕이 인증한 기업은 피아노의 왕이라고 불리는 ‘스타인웨이’부터 크리스털 보석으로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에 이르기까지 600개가 넘는데요. 찰스 3세의 새 인증을 받지 않으면, 이들 기업은 여왕의 서거와 함께 그 지위를 잃게 됩니다.
이밖에 의회 의원들의 등원식이나 소년단의 입단식 등에서 여왕의 이름으로 하던 선서도 앞으로는 국왕에게 해야 하는 등 영국 사회 전반에 앞으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길 전망입니다.
“영국 왕실의 위상 변화”
영국은 70년 만에 처음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없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영국 왕실과 영국 사회에서 여왕의 존재감은 그 어느 군주보다 독보적이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오늘날 시대에 걸맞지 않은 계급사회의 최고 상층부에 있었으면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대통합을 이루고 분열을 치유하는 어른의 이미지로 영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하지만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 왕실의 위상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여왕 서거 전 실시한 일련의 여론 조사를 보면, 찰스 3세는 아들 윌리엄 왕세자보다 지지 순위에서 밀릴 정도였는데요. 찰스 3세가 여왕이 가진 카리스마와 개인적 매력을 기반으로 다져놓은 왕실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찰스 3세의 과제”
찰스 3세는 왕세자로 60년 넘게 있으면서 군주가 될 준비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찰스 3세의 앞에는 까다롭고 예민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남긴 거대한 공백을 메워야 하고, 연합왕국과 연방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영국 사회 한편에서 불고 있는 군주제 폐지론을 잠재우기 위한 왕실 현대화 작업 등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도 마주하고 있는데요. 왕실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를 기점으로 입헌군주제 폐지 문제가 공론화하길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과 마주해, 찰스 3세는 작고 겸손한 왕실을 내세워 국민의 지지를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왕위 계승자인 윌리엄 왕세자 가족을 제외한 다른 왕족들에 대해 지원과 특혜를 줄이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최근 찰스 3세는 즉위하면서 왕세자 시절 거느렸던 직원 100여 명을 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졸지에 대거 실직자가 발생하게 돼 논란이 일긴 했지만,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검소한 왕실 운영의 본보기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찰스 3세가 과연 지금 전역을 휩쓸고 있는 여왕에 대한 애도의 물결을 왕실과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지렛대로 삼는 데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연합왕국 구성국들과 영연방의 움직임”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50여 개 독립국이 영 연방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났던 독립이나 공화제 전환 움직임이 찰스 3세 시대 영국을 맞으면서 장차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일원인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군주제에 더 회의적이고요. 독립 추진 움직임이 강력한 편인데요. 지난 2014년에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렀다가 55%가 반대해 영국의 일부로 잔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 스코틀랜드 정부는 지난 6월, 내년 말까지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성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출신 주민의 비중이 작고 식민 지배의 흔적이 많은 카리브해 국가들 가운데는 공화정 도입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메이카인데요. 앞서 자메이카 정부는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방문했을 때 영국 왕실과 결별하고 공화국을 수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영연방을 구성하는 호주나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도 공화제 지지 여론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또 일부 작은 나라는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국제무대에서 가질 수 있는 혜택 등을 고려해 쉽게 영연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영국의 새 국왕인 찰스 3세입니다.
찰스 3세는 1948년 11월 1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의 네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찰스 3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후 1971년부터 1976년까지 공군과 해군에서 복무했습니다.
그리고 1981년 영국의 귀족 가문인 스펜서 백작의 딸, 다이애나 스펜서와 결혼했습니다.
유럽 최고 왕가인 윈저 가문의 장남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 생중계되며 세기의 결혼식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윌리엄과 헨리, 두 아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다이애나비는 1995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왕세자가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해 영국 왕실과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두 사람은 결국 결혼 생활 15년 만인 1996년 전격 이혼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뒤인 1997년, 다이애나비는 30대의 젊은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고요. 찰스 왕세자는 2005년 카밀라와 재혼하는데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찰스 왕세자에 대한 여론의 호감도는 크게 추락했습니다.
찰스 왕세자는 또 지난 2017년, 세계 각국 유명인들의 조세 회피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패러다이스 페이퍼스’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비난을 사기도 했고요. 9.11 테러를 일으킨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전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가족에게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은 게 드러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왕실 측은 왕세자가 직접 기금을 받은 게 아니라 자선기금으로 수령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냉담했습니다.
찰스 3세는 오랜 기간 왕세자로 지내면서 기후와 환경 문제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고요. 400개 넘는 자선단체를 이끌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찰스 3세의 즉위와 함께 영국의 왕비가 된 카밀라는 올해 75세로, 지난 1995년 이혼한 전 남편인 에드워드 파커 볼스와의 사이에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찰스 3세 시대를 맞은 영국의 상황 짚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찰스 3세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