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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본 통과 IRBM 발사...한국 정부 "중대 도발, 강력 규탄"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입장을 출입기자단에 밝히고 있다.
윤석열(왼쪽) 한국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입장을 출입기자단에 밝히고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이어가던 북한이 4일(한반도 시각) 일본열도를 넘어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면서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4일(한반도 시각) 오전 7시 23분께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천500여㎞, 고도는 970여㎞, 속도는 음속의 17배인 마하 17로 탐지됐습니다. 미한 정보 당국은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입니다.

일본은 이 미사일이 도호쿠 지역 북단 아오모리현 인근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IRBM 발사는 지난 1월 30일 이후 약 8개월 만입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지금까지 북한이 정상각도인 30∼45도 사이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갔습니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을 ‘화성-12형’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월 말, 2017년 5월과 9월에 화성-12형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올해 1월과 2017년 5월에는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각각 800㎞, 700㎞ 수준이었고 2017년 9월에는 3천700㎞를 날아가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지난 1월 화성-12형 고각발사 때 검수사격이라고 밝혔다며 이번엔 실전 수준의 시험발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면서 검수사격이라고 주장했었고 검수사격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정상각도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엔 가장 먼 사거리를 날아갔으니 거의 실전테스트에 가까운 발사로 보여집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정상각도 발사를 통해 최대 사거리와 재진입체 성능을 검증하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은 발사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IR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비롯해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이런 무모한 핵 도발은 우리 군을 비롯한 동맹국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대응에 직면할 것입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각각 통화를 하고 북한의 IRBM 발사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과 박 장관은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은 묵과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안보리 차원의 대응 등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미한 양자 그리고 미한일 3자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굳건한 미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미한일 안보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습니다. 이번 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9번째입니다.

지난달 25일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쏜 미사일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으로 추정되는, SRBM에 국한된 기종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IRBM 발사가 기록한 비행거리 4천500㎞는 한반도 유사시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을 북한에서 직접 때리고도 남는 거리입니다.

평양에서 미국령 괌까지의 거리는 3천400여㎞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연합훈련 등을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보내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불만 또 그것에 대한 위협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개되는 전략자산 중 상당 부분이 배치돼 있는 괌 기지를 염두에 두고 이것을 쏜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의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군 주요 거점을 전술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인도태평양 핵심 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히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 일본 괌까지인데 최소한 그 지역에 대해선 자신들의 핵 능력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죠.”

북한이 IRBM 발사로 도발 수위를 한 단계 높임으로써 전략도발로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 미한 해상 연합훈련이나 미한일 대잠수함 훈련이 모두 끝났는데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 핵 무력 강화의 의도의 한 측면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서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핵실험까지 고려할 타임이 왔죠. 이제는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국방부는 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핵실험 가능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형 액체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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