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관해, 실행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공개된 '제이크 태퍼와의 CNN 투나잇'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 가능성이 얼마나 현실적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주요 핵강국인 러시아의 지도자가 우크라이나에 관해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은 "무책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곧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성적인 행위자(rational actor)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성적인 행위자로서, 계산을 크게 잘못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핵무기를 사용하면 끔찍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면서 "그(푸틴 대통령)는 무엇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핵무기 관련 러시아의 행동에 관해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은 어디까지이고, 금지선을 넘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미리 말하면 무책임할 것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해 '아마겟돈(인류종말 대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주요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실제 핵무기 사용 징후는 없다고 밝혔음에도 핵전쟁 우려가 확산되며 세계 경제와 금융 투자 등에 영향을 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성적'이라고 언급한 것은 핵무기 사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촉구한 것으로 주요 매체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 회담 가능성 제한...대화 여지는 남겨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없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가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나에게 다가와 (브리트니) 그라이너의 석방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를 만나겠다"며 대화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브리트니 그라이너 씨는 러시아에 억류 중인 미국인 농구선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화 성사 여부가 "푸틴 대통령이 무엇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12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 교류·신뢰 구축 회의(CICA)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중재 역할을 자처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대통령이 CICA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생산적인 대화를 한다면,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유럽 매체들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 "푸틴의 목적, 합리적이지 않았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잘못된 계산을 했다고 여러차례 지적했습니다.
특히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개시 결정을 내린 직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거주자들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를 통합하는 지도자가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말했었다"고 상기시킨 뒤 "그것은 비합리적인 생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굴복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잘못 생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목적은 합리적이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나토, 다음주 '핵전쟁 가정' 훈련
이런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다음주 핵무력 훈련을 실시합니다.
미리 계획된 일정이지만,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이라 주목되고 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이틀 일정의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오래전 계획된 정례훈련을 지금 갑자기 취소하면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테드패스트 눈은 해마다 나토 회원국이 모여 핵전쟁 상황 등을 가정해 1주일 정도 벌이는 훈련입니다.
유럽 내 미군 기지에 보관된 전술핵을 나토 소속국가의 공군 전투기가 싣고 운용하는 연습 등을 진행합니다.
올해는 30개 회원국에서 14개국이 전투기, 정찰기, 공중 급유기 등을 파견했습니다. 주요 훈련은 러시아 국경에서 1천km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다고 나토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