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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또 남북 해상완충구역에 수백발 포격...9.19 합의 연이은 위반


북한이 지난 6일 최전선 장거리포병사단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 6일 최전선 장거리포병사단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이 금지된 동해와 서해 완충구역으로 또 다시 수백발의 포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남북간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잇단 행동은 한국을 자극해 고강도 도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18일 심야부터 19일 오후까지 동해와 서해 완충구역으로 350여 발의 포병 사격을 가하면서 또 다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9일 낮 12시 30분께 황해남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 발의 포병 사격을 했습니다.

한국 영해로의 낙탄은 없었지만 낙탄 지점은 9.19 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 NLL 이북 해상완충구역 안쪽이었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즉각 도발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경고통신을 수차례 실시했습니다.

합참은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합참 발표 직전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포 사격이 한국 측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19일 오전 8시 27분께부터 9시 40분 사이에 제5군단 전방 전연 일대에서 적들이 또다시 10여 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이에 총참모부가 동부와 서부전선부대들에 경고 사격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18일 오후 10시께부터 황해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 발, 오후 11시께부터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50여 발 등 모두 250여발의 포병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 사격에 대해서도 적들이 18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철원군 전연 일대에서 수십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한 데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연례 훈련인 호국훈련을 북침전쟁연습이라며 이 연습이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기에 감행된 이번 도발 책동을 특별히 엄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국의 전방 지역인 강원도 철원에서는 17~21일 일정으로 다연장로켓(MLRS) 사격 훈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지상 완충구역 이남에서 진행되고 있고 철원 일대 사격장에서는 주민에게 공지한 상황에서 매달 꾸준히 전차포와 다연장로켓 등 다양한 사격 훈련이 있어 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는 황해도 마장동 일대와 강원도 구읍리 일대 등 5곳에서 순차적으로 총 560발이 넘는 포 사격을 동해와 서해 완충구역에 가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문제 삼지 않았던 한국 내 통상적인 군사훈련을 갑자기 트집 잡으며 연일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 사격을 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됩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9.19 군사합의 파기론을 자극하고 격한 반응을 유도해 위기 조장의 책임을 한국 측에 떠 넘기면서 추가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입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결국엔 한국에게 9.19 군사합의 파기를 말하게끔 만들어서 모든 위기 조성을 한국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죠.”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 16일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찾아 대응 태세를 점검하면서 북한의 노골적인 9.19 군사합의 위반이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접경지대에서 감시와 정찰 기능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한국 내에서 북한측에 유리한 합의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미한 연합훈련 강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진단하면서 전술핵무기를 앞세워 군사적 우위을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9.19 군사합의가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러나 한미가 군사연습을 재개하고 고강도의 북한에 대한 압박을 사실 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9.19 군사합의가 본인들에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 그것보다는 더 큰 전략, 군사적 대치국면에서의 우위가 더 우선 목표가 되는 거거든요.”

북한의 노골적인 9.19 합의 위반이 핵과 미사일 능력 신장에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9.19 합의 내용의 유.불리를 떠나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전방 실전배치된 전술핵 미사일을 의식해 한국 정부가 9.19 합의를 먼저 파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잇단 대남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미한 동맹강화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런 식의 도발이 장기화하면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에게도 유리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렇게 해서 김정은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피곤하게 만들겠지만 북한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미 대응은 더 강력해지고 또 한국 국민들의 안보 의식은 더 높아지고 그렇다면 김정은이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는 거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도발 여부에 이른바 ‘중국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셈이라며 7차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전략 도발을 억제하는 데 중국의 영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고강도 도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국 변수, 중국이 한반도의 극도의 긴장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을 어느 정도 설득하거나 압박을 가해서 고강도 도발을 막는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반면 북한의 포 사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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