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운동 활동가 등 한국 내 탈북민들을 겨냥한 북한의 위협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사이버 테러 등 방식도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탈북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 위협과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미국의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한국의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 등 참석자들은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 활동가 또는 북한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살해 협박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가장 눈엣가시 같은 존재는 한국 내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과 민주화 활동가들”이라며 “탈북 인권활동가들은 북한의 반인륜적인 인권탄압 행위를 고발하고 독재세습 체제를 흔드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004년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신변보호 경찰이 함께 할 정도로 오랜 동안 위협을 받으며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 '자유북한방송’ 사무실 앞에 칼이 꽂힌 사람 모형의 인형으로 위협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지금도 김정은 정권은 노동당 특별담화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최고지도자와 체제를 비판하는 탈북자들을 제거하겠다’는 공개적인 협박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내용과 똑같은 팩스와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이메일 경고장과 이런 것들이 많이 왔죠. 그래서 이런 것들은 사실 사람을 위축시키려는 북한의 소위 테러 위협에 동조한 국내 좌파세력의 책동일 수도 있고 실제로 북한의 조종을 받는 간첩들의 책동일 수도 있다고 저는 봐요.”
김 대표는 또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해킹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한국 정보기관에서 사무실로 찾아와 이번 북한자유주간 당시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서류 파일과 민간단체 대표들 사이의 온라인 상 교류 내용 등이 모두 북한에 해킹 당한 첩보를 통보하고 해당 컴퓨터를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사이버부대 ‘121국’은 외교, 통일, 안보 분야 종사자나 북한 인권운동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정보 탈취활동을 하는 해킹 조직으로 탈북 인권활동가들이 악성파일을 내려받도록 유도하고, 탈북민 인권활동가들 간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해킹 메일도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카톡이나 문자 등 각종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해킹을 노린 메시지들을 접하는 게 일상적인 일이 됐을 정도로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사이버부대 ‘121국’은 해킹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망을 파악해 공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우리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게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핸드폰 또는 PC에 깔아서 거기 주소록을 다 뽑아오고 오고 가는 메일을 들여다 보고 그러다 보면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도가 나오는 거죠. 그걸 완성하면 굉장히 공작이 쉽거든요.”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최근 자신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등에 대한 북한 정찰총국의 암살 지령 첩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신변보호 조치가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정찰총국 암살자들이 내려와서 그들을 암살한다는 지령이 떨어진 첩보를 국정원에서 얻었더라고요. 그래서 서울 경찰청에 얘기를 해서 24시간 신변보호를 강화하라는 이런 업무 지시가 내려져서 경찰들이 사무실, 행사장, 집 이런 데를 계속 같이 다니고 있죠.”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 활동가들에 대해선 온라인 선전매체들을 통해 이들에 대한 흑색 선전을 퍼뜨리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북한이 해외 활동가를 겨냥해 이들의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을 동원해 험담을 담은 영상들을 만들어서 인터넷 공간에 퍼뜨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성민 대표] “저들이 소위 죄를 짓고 도망간 인간쓰레기들이라는 그런 것 그리고 저들이 증언한 인권 증언이 다 가짜라는 내용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아리랑’이나 ‘우리민족끼리’에 영어자막까지 붙여서 내돌리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권 활동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위축돼 있어요.”
일반 탈북민들에 대한 북한의 은밀한 회유와 협박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정당인 남북통일당 대표이기도 한 최정훈 대표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내세워 북한 당국이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을 회유 또는 협박하는 사례들이 종종 당에 접수된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최근엔 포항에 사는 여성 탈북민으로부터 북한에 두고온 21살 딸과 통화하면서 보위원으로부터 재입북을 종용받은 사례를 전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그 자리에서 보위지도원이 전화를 바꿔가지고 포항에 있는 여성에게 회유를 한 거죠. 딸의 미래가 창창한데 엄마 때문에 앞길이 막혔다, 그러니까 자식을 위해서 돌아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런 회유를 하더라는 거에요.”
최 대표는 북한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탈북민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고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또 재입북한 탈북민들을 통해서 한국에 정착한 다른 탈북민들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작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탈북해 한국에 왔다가 재입북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31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6명은 재차 탈북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재입북한 이유는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그리워서, 또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탈북을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윤재옥 의원이 이들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북한 국가보위성으로부터 한국 내 다른 탈북민들의 인적사항을 적어낼 것을 요구받았고, 북한 당국은 이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탈북민들의 재입북을 협박 또는 회유하는 공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탈북민 활동가들은 북한 인권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북한의 위협 행위에 노출된 탈북민들에 대한 보호에 한국 정부가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