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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회의서 북한 규탄 이어져…남북한, ‘연합훈련’ 문제로 또 충돌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가 26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가 26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군축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또다시 미한 연합훈련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가운데 1위원회는 북한을 규탄하는 2건의 결의안 채택을 예고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브루스 터너 미국 군축대사는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목표를 향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터너 대사] “The United States remains prepared to engage in diplomacy with the DPRK toward our objective of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Our offer remains to meet without preconditions. The U.S. commitments to the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 remain ironclad.”

터너 대사는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역내 군축과 안보’를 주제로 한 이날 회의에서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도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국들에 협상 재개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호주 대표는 이들 나라보다 다 강경한 어조로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에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북한 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은 미국의 한반도 주둔과 미한 연합훈련이 역내 평화와 안보를 해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The Korean Peninsula is one of those regions, it is certainly one of the hottest spots in the world where the risk of war constantly hovers over due to the territorial and national division caused by the eighty yearlong military occupation of South Korea by the United forces.”

“한반도는 전쟁 위험이 끊임없이 감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이며, 이는 80년 동안 계속된 미군의 한국 점령에 따라 영토와 국가가 분열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어 1954년 미국과 한국이 처음으로 ‘포커스 렌즈’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을지 프리덤 쉴드’ 훈련과 더불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 해상 훈련을 진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인철 서기관은 “북한은 한반도의 극심한 안보위기 해소와 지속적인 평화,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신뢰구축과 군축에 대한 수많은 제안을 이행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왔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다양한 종류의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악의적인 적대정책과 핵 위협, 협박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미국은 대응을 자제했습니다.

터너 대사는 각국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시간이 되자 “할당된 시간이 적은 점을 감안해 중국이나 북한, 심지어 시리아와 이란의 성명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이들이 이미 잘 알려진 입장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왼쪽)과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왼쪽)과 북한대표부 김인철 서기관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발언권을 요청해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은 북한이 언급한 미한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응 조치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As the delegation of the DPRK mentioned in the morning, the joint military exercises started in 1954, one year after the armistice, because we suffered a war of aggression started by the DPRK. That's the very root cause…The Ulchi exercise has a rather unfortunate background because it was introduced in 1968 as a response to the DPRK’s attempt to assassinate 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with its special forces early in that year.”

김 참사관은 “북한 대표가 오전에 언급한 것처럼 (미한) 연합 군사훈련은 정전협정 1년 후인 1954년에 시작됐다”며 “이는 우리가 북한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 시달렸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대표가 지적한 ‘을지 프리덤 쉴드’ 훈련도 “다소 불행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이 훈련은 1968년 시작했는데, 그 해 초 북한이 특수부대를 동원해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었다”고 맞받았습니다.

김 참사관은 모든 북한 핵무기에 대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성훈 참사관] “If the DPRK sincerely intends to fulfill their responsibility and duty in the cause for building a prosperous and peaceful world as we heard from the DPRK’s statement in the morning, that must begin with abiding by all the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n good faith to abandon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

“북한이 오전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번영되고 평화로운 세계 건설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의향이 있다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기 위해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준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김인철 서기관이 반박권을 사용해 “한국은 지금도 미국과 여러 종류의 육해공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고 민감한 지역에서 군사 도발을 함으로써 이미 긴장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South Korea is now conducting different kinds of joint military exercises with the United States, even at this moment in the land, sea and air, coupled with a military provocations in the sensitive areas, thus aggravating the already tense situation. We will closely watch the dangerous military actions of South Korea and respond more strongly to any military provocation of South Korea.”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의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한국의 어떤 군사적 도발에도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축과 군비통제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는 이달 27일 핵과 대량살상무기, 화학무기 등에 관한 주제별 토의를 끝낸 뒤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할 결의안 초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26일 현재 1위원회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 2건이 상정돼 있습니다.

‘포괄적 핵실험 금지’를 주제로 한 결의안 52호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실시한 6차 핵실험에 대한 규탄을 거듭 확인하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모든 노력과 대화를 환영하며, 모든 관련국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결의안 52호는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몽골, 라오스 등 53개 나라가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북한 관련 내용을 담은 또 다른 결의안 61호는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모든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와 모든 유엔 회원국이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의무가 있음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를 담았습니다.

이어 “북한이 2022년 9월 9일 핵 정책을 개정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완전히 준수하는 데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결의안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탄자니아 등 8개 나라가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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