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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서 북한 도발, 핵 문제 거론…해법 놓고 시각차 여전 확인


윤석열 한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했다. 사진 제공 = 한국 대통령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했다. 사진 제공 = 한국 대통령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은 어제(15일) 열린 회담에서 잇단 도발과 핵 위협을 높이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해법을 놓고 기존 시각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시 주석과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3년만이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에 따르면 25분간 진행된 이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과 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고 핵 위협을 포기토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협력 요청을 시 주석이 사실상 거부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윤 대통령의 중국 역할 주문에 대해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해라, 그리고 북한이 호응하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겠다, 결국 자기들이 북한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얘기를 하나도 안 한 거에요.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게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 현재로선,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이 얘기했을 때 북한이 이 말을 들을 거냐라는 자체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 주석은 또 미한 동맹과 미한일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을 견제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신뢰’와 ‘전략적 소통’이라는 표현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갈등 국면에서 중국 측 인사들이 자주 써 온 표현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한 동맹과 미한일 안보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중국의 안보상 이해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그런 점에서 북한의 잇단 도발이 중국에게도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구도는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우려하는 구도이고요, 그것이 결국 칼끝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장 우려하는 구도여서 북한의 도발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들이 중국은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지만 갈등 요인들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북 핵 문제를 최대 관심사안으로 다루려고 한 반면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 ‘공급망 안정’ 등을 언급하면서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는 겁니다.

중국 외교부의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에는 북한 얘기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 주석이 양국 간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원활한 글로벌 공급망을 보장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대목을 부각시켰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3연임이 확정되면서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에겐 이번 회담이 북한 문제 보다는 미중 경쟁 틀 안에서의 중국의 발전 전략과 이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더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하면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한국이 뭔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그런 메시지인 거죠.”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동소이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기본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의 경제는 고도로 상호 보완적”이라며 “양국 공동의 발전·번영을 실현하기 위해선 발전전략 연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의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을 벗고 미국과의 정책 동조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미한일 공조체제의 약한 고리로 여기는 한국을 은근히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선,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억제하는 데, 한반도 질서에서 미국 주도의 질서가 형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데 한중 관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미한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중국 견제’ 장치를 다수 내포하고 있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의 태도를 최고 지도자 수준에서 확인함으로써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 대응 차원에서 미일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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