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대 항구인 남포에 새 유류 저장탱크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식 반입되는 유류가 전혀 없는데도 저장시설은 점점 많아지고 유조선들도 계속 드나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에 새로운 유류 저장시설이 만들어졌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최근 남포 유류 밀집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지난 8월만 해도 원형 부지만 조성됐던 지점에 유류 탱크로 보이는 대형 물체가 보입니다.
특히 3개월 전 위성사진에서 볼 수 없던 그림자가 이 유류 탱크 바로 뒤로 드리워져 있고, 그 길이가 주변 다른 탱크의 그림자와 차이가 없어 비슷한 높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 유류 탱크의 지름은 약 30m로, 지름 15~20m 정도인 주변의 다른 탱크보다는 부피가 큽니다.
북한은 지난 8월 공터였던 이 부지에 원 형태의 바닥을 조성했으며, 이후 9월과 10월 외벽을 쌓아 올리는 듯한 움직임을 노출하더니 11월 초부터는 유류 탱크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 지름 23m의 유류 탱크를 완공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엔 유류 탱크 건립 목적으로 보이는 원형 부지 4개를 조성했으며, 유류 저장 시설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지점엔 지름이 각각 30m인 유류 탱크 3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시설 확충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2018년까지 약 20개였던 유류 탱크는 이번에 새로 발견된 것을 포함해 모두 29개로 늘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시설까지 더하면 조만간 30개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올해 유조선 접안 시설 2개를 완공했는데, 이로써 남포 일대에는 더 많은 유조선이 드나들며 전보다 많은 양의 유류를 하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유류 탱크와 유조선 하역 부두를 추가로 짓는 배경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인해 정상적인 유류 수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불법 환적 등으로 확보한 유류의 비축 역량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에 비연료 제품인 윤활유와 아스팔트 등을 수출할 뿐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연료용 유류를 수출한 기록은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유류를 공급해 온 러시아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대북 유류 반입량을 계속 ‘0’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연료용 유류를 공급하는 나라가 공식적으론 없는데도 유류 탱크와 하역 부두가 계속 확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일대에 유조선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점도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합니다.
VOA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남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유류 항구를 드나든 유조선은 6척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기간 이 일대에 구름이 낀 날이 총 8일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유조선이 입출항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과 미국 정부 등은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조선의 크기와 접안 횟수 등을 토대로 북한에 불법 반입된 유류량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조선 1척당 선적할 수 있는 유류량(90% 기준)을 최소 7천에서 최대 3만 3천 배럴로 추산했는데, 이번에 발견된 8척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한 달 동안 최소 5만 6천 배럴에서 최대 26만 4천 배럴의 유류가 북한에 밀반입됐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이 반입할 수 있는 휘발유 등 정제유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밀반입된 유류에 대한 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이 보고한 비연료성 유류의 대북 공급량을 바탕으로 올해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 양을 약 1만 9천892 배럴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의 13.22% 수준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