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항구에서 식량 포대로 보이는 하얀색 물체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식량난에 처한 북한이 대규모로 곡물을 들여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는데, 지난달 북한이 중국에서 포대 약 8천만 개를 수입해 이번 사안과의 연관성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17일 북한 대동강변 송림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대형 선박이 하얀색 물체를 가득 싣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음날인 18일엔 이 선박 내부의 하얀색 물체 면적이 줄어들고, 반대로 선박 바로 앞 부두 야적장엔 새롭게 하얀색 물체가 쌓였습니다. 이 선박이 하얀색 물체를 싣고 와 이곳에 하역한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이 항구에는 6일과 23일에도 하얀색 물체를 실은 선박이 정박했습니다.
인근 다른 항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평소 대형 화물선이 드나드는 남포의 한 항구를 이달 6일, 12일, 17일, 19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하얀색 물체를 실은 선박 6척이 찍혔습니다. 이들 선박 바로 앞 부두에도 하얀색 물체가 깔려 있습니다.
앞서 VOA는 올해 8월과 9월 남포의 석탄 항구와 일반 항구, 송림항 등에 다량의 하얀색 물체가 유입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과거 고화질 위성사진을 통해 이 하얀색 물체가 포대 더미라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많은 양의 포대가 한 달 넘게 유입되면서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포대 단위로 운송할 수 있는 물품은 주로 쌀과 밀가루 등 곡물과 비료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료를 수입하는 시점이 통상 1~5월인 점을 감안할 때, 8월과 9월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하얀색 포대는 비료가 아니라 식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부터 또다시 집중 조명돼 온 식량난으로 북한이 수개월 동안 외부에서 식량을 들여오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국제기구 등은 올해 3~5월 찾아온 극심한 봄 가뭄과 이후 발생한 홍수 피해로 북한 내 식량 사정이 열악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7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 (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8월 인도산 장립종 쌀 1만t의 수입을 추진하고 인도의 민간단체에 쌀 지원을 요청하는 등 식량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미화 730만 달러어치, 약 1만 6천450 t의 정미를 수입했는데, 이는 3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포대 수천만 개를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움직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0월 한 달간 중국으로부터 7천997만 8천43개, 총 6천260t 분량의 ‘포장용 빈 포대(PP∙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를 사들였습니다.
구매 금액만 643만 달러에 달해 10월 최다 수입품인 쌀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포대를 대량으로 사들인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식량 포대가 다량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포대 수천만 개가 추가로 필요한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북한은 국경봉쇄 이전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통상 월 100만 달러 규모의 포대를 수입했지만, 이번처럼 600만 달러 이상을 소비한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전달인 9월 북한의 포대 수입액은 11만 2천751달러(122만 개)로 10월 수입액의 2%에도 못 미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