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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당 국회의원 6명, ‘크리스토퍼 안 신병인도 반대’ 탄원서 미 법원 제출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한국 국회의원 6명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 씨를 위한 탄원서를 미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안 씨의 신병이 스페인으로 인도되면 북한 정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해를 가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6명이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전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의원들은 안 씨의 변호인을 통해 21일 미 캘리포니아 중부연방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최종적으로 스페인에 송환될 경우 크리스토퍼 안은 심대한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재판부가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막아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탄원서에는 김성원, 김병욱, 최영희, 노용호, 정희용, 이용 의원이 참여했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2월 자신이 소속된 반북단체 ‘자유조선’ 조직원들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같은 해 4월 체포됐고,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부터 스페인 신병 인도 결정을 받았습니다.

의원들은 “크리스토퍼 안과 그가 소속된 인권단체인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진입한 것은 탈북을 원하는 내부의 북한 동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였다는 주장을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스페인이 미국에 크리스토퍼 안의 송환을 요구한 것은 사건의 실상을 왜곡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북한이 대사관 직원들에게 거짓 증언을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신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스페인과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조약을 맺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미국에서 인권운동가이자 이라크전에도 참전한 미국의 애국자인 크리스토퍼 안을 북한의 조작된 증언에 의존해 스페인에 보내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반세기 이상 지속된 혈맹인 한국과 미국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높은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크리스토퍼 안의 스페인 송환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으로 보내질 경우 “심대한 위험에 빠질 것”이라면서 북한이 2020년 9월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을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크리스토퍼 안이 김정은의 조카이자 지난 2017년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의 탈북을 도운 사실을 언급하며 “크리스토퍼 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을 떠난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1일 한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6명이 미 법원에 제출한 크리스토퍼 안씨 스페인 신병인도 반대 탄원서.
21일 한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6명이 미 법원에 제출한 크리스토퍼 안씨 스페인 신병인도 반대 탄원서.

의원들의 탄원서는 안 씨 측 변호인의 변론 문건의 추가 문서 형태로 재판부에 제출됐습니다.

안 씨 측의 변론 문건을 접수한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추가로 검토한 뒤 안 씨의 구금이 적법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날 안 씨 측 변호인은 약 30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통해 안 씨가 스페인에서 북한 당국의 암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과 안 씨가 ‘인도적 예외 조항’에 의거해 신병 인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 등 최초 1심 법정에서 제기한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앞서 안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탈북을 희망하는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협의 아래 당시 사건을 일으켰고 신병이 인도될 경우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안 씨의 변호인은 이후 미 연방법 집행기관인 미국 보안국(US Marshal)을 상대로 안 씨에 대한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신보호청원은 미 연방기관 구금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미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로, 안 씨 측은 최초 구금 자체가 잘못돼 취소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인신보호청원을 수용할 경우 스페인 신병 인도는 취소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구치소로 옮겨져 신병 인도 절차를 밟게 됩니다.

다만 이때 미 국무장관이 ‘미국 시민의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신병 인도를 반대한다면 안 씨는 스페인으로 향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VOA는 전 국토안보부(DHS) 고위 관리의 서한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크리스토퍼 안 씨의 신병인도 결정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 간 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월까지 국토안보부에 근무한 이안 브레크 전 법무담당관 대행은 올해 8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당시 국토안보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피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며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안 씨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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