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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경제 지표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심각한 민생 악화


북한 황해남도의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 (자료사진)
북한 황해남도의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수년 간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자연재해 등 악재들을 겪으면서 식량과 경제지표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중 교역 재개로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올해 식량작물 생산이 지난해보다 3.8%, 수량으론 약 18만t 줄어든 451만t으로 추정됐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북한 지역의 기상 여건과 병충해 발생, 비료 수급 상황, 국내외 연구기관의 작황 자료, 위성영상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보다 줄어든 주된 이유는 가뭄 등 기상 요인을 꼽았습니다.

작목별로 보면 쌀의 경우 9만t 감소한 207만t으로 조사됐습니다.

벼 생식생장기인 7월 온도가 낮고 일사량이 부족해 알곡 수가 많지 않았고, 알곡이 여무는 등숙 후기인 9월엔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옥수수는 지난해보다 2만t 감소한 157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또한 생육 초기인 4~5월 평년보다 강수량이 부족해 초기 생육이 늦어졌고 생육 중기와 등숙기인 6~8월엔 집중호우와 햇볕 부족으로 개화와 수정 장애, 등숙 불량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감자와 고구마 수확량은 49만t, 밀과 보리 18만t, 콩 18만t, 기타 잡곡 2만t 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당국이 해마다 수확 전에 실시하는 예상수확고 판정 결과를 근거로 평안남도의 경우 쌀은 지난해 보다 7%, 옥수수는 10~14% 정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평안남도에 국한된 추정치이지만 농촌진흥청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 사정을 더 어렵게 본 겁니다.

조 소장은 수확이 마무리되는 가을이면 장마당 주곡 가격이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올해는 쌀과 옥수수 가격이 kg당 각각 6천원선, 3천원선의 전례를 찾기 힘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올해 부진한 수확량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장에서의 쌀 가격이 내리지 않고 6천원선에서 유지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유지되고 있는 원인이 공급 부족이거든요. 식량가격이 떨어지는 가을환경을 놓고 봤을 때 이 정도로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예가 없었거든요.”

북한 당국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곡물 통제를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에서 농장법과 양정법 등의 수정 보충안을 심의하고 해당 정령들을 채택했습니다.

농장법에서는 사회주의 농장의 정의와 알곡 예상 수확고의 판정 등과 관련한 조항들이 수정됐고, 양정법에서는 양곡 수매와 가공, 판매 등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우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이 보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양곡 수매 등 식량 유통 과정에서 비리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법령을 손질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9월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양곡 수매와 공급 사업을 개선하고 당과 국가의 양곡정책 집행을 저애하는 온갖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도 높이 전개”하는 문제 등을 강조했습니다.

양곡 유통 비리 단속과 척결에 나서는 한편 국가 주도의 식량 유통체계에 반하는 현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분조관리제 내 포전담당제’를 통해 기존의 집단농업체제를 완화하고 생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자율적인 처분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식량난을 완화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매년 이어지는 물난리와 가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북중 교역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식량가격 폭등 등이 겹치면서 식량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전반적으로 국가가 식량 통제, 관리권을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결국 초기에 식량에 대한 개인들의 처분권 이것을 좀 자율화시키는 흐름에서 다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그 원인은 식량 부족 상황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가방 공장. (자료사진)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가방 공장.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북한 경제 전반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공개한 ‘2022 통계편람’을 통해 북한의 지난해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2.9%라고 추정했습니다.

전년도인 2020년의 성장률 마이너스 4.3%에 이어 또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국경 봉쇄로 물자와 식량 보급이 계속 악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1억 3천100만 달러,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44% 줄어든 4억 9천만 달러로 추정해 3억5천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는 강력한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시작된 2017년 마이너스 3.5%, 이듬해인 2018년 마이너스 4.1%를 기록했고 신종 코로나 사태 첫 해인 2020년엔 마이너스 4.5%로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보였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략 김정은 정권에서 마이너스 10%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그런데 특히 2021년 같은 경우는 그 전년도인 2020년이 최악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또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봐야죠.”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북중 교역 봉쇄가 풀릴 경우 북한의 내년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가 지난 9월 운행을 재개했고 중국이 최근 강력한 코로나 봉쇄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선 육로 교역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영희 부장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무역이 재개된 상황에선 기업 생산활동이 좀 더 올라갈 거에요. 그러면서 서비스업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생산 활동이 높아지면 서비스업은 거기에 플러스 알파 더 되니까. 그러니까 내년도는 좀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 삶이 확 좋아지거나 북한 경제가 아주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 부장은 다만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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