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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위원장 불참 속 최고인민회의 열려…“경제난 타개책 안 보이고 주민 통제 강화 조치”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고 주민 사상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들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지난 17일과 18일 이틀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를 맡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니지만 과거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곤 했지만 이번 회의엔 불참함으로써 대미 대남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김 위원장 집권 이후 17차례의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됐고 그 중 김 위원장이 참석한 것은 9차례”라며 “김 위원장의 불참을 이례적인 사항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이미 대외 메시지를 분명하게 발신했고 다음달 8일 건군절 등 주요 정치 행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할 요인이 적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경제난이 심화된 가운데 대내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최근 수년 동안 경제 문제를 내각에 일임하고 책임 지우는 통치 방식을 보여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사실상 경제를 내각에 맡기는 형식을 취했다. 그 말은 한편에선 내각이 경제 총사령탑이기 때문에 역할을 부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경제 상황이 지금 어렵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도자가 지는 방식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판단을 하는 거죠.”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김덕훈 내각총리의 올해 내각사업보고, 고정범 재정상의 국가예산보고에 이어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중앙검찰소의 사업정형, 조직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김 내각총리는 내각사업보고에서 “당 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 과업으로 틀어쥐고 경제작전과 지휘”를 하겠다며 “인민경제 각 부문들에서 달성해야 할 경제지표들과 12개 중요 고지들”의 점령 계획을 강조했습니다.

국가예산은 올해 지출을 전년 대비 1.7%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1.2% 증액하기로 했습니다.

국방비 예산은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았습니다.

올해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3년차이지만 경제난을 타개하고 민생을 안정시킬 방안은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현재 상황에서 파이를 못 키운다면 기존 예산의 재조정을 통해서 돌파를 해야 하는데 국방예산을 한 푼도 안 줄였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김덕훈이 보고한 내용을 보면 거의 보여주기 사업들만 하겠다는 게 다시 나왔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스스로도 인정했고 스스로도 기대치가 올해도 굉장히 낮다, 그렇게 수치로 확인됐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당 전원회의 결과가 이례적으로 경제 부문이 빈약했는데 최고인민회의도 같은 수준이었다며 그만큼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경제 부문에 대해서 자기들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없고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최소한도로 회의를 개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거죠.”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과 관련해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서 실천적 의의가 있다고 인정하고 법 초안의 해당 조문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의 채택은 북한 주민들의 한국식 말투와 호칭 사용을 법으로 통제하는 등 내부로 유입되는 외부 문물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가장 거기서 경계를 하는 것이 1순위가 한국 언어, 외부 문화가 지금 유입되는 부분에서 예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법 이런 부분들에서 강조했던 건데 그 연장선상에서 그 부분을 좀 더 구체화한 것 같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문의 당의 구상과 의도를 철저히 실현한다든지, 사상과 제도·문화를 수호한다는 등의 표현을 볼 때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중앙검찰소 사업과 관련해선 “국가 전반에 혁명적 준법 기풍을 확립하기 위한 법적 감시와 통제의 도수를 높여 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 문제들과 중앙검찰소의 사업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대책 안이 발표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수령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법적 통제 강화 필요성과 경제난 속에서 사회 기강의 고삐를 강하게 죄겠다는 의도가 함께 담긴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영철은 북한 매체에 호명된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 주석단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았지만 매체에 실린 사진에선 주석단 두 번째 줄에 앉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국무위원회 위원들이 주석단에 자리했다고 전한 것으로 미뤄 김영철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대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난해 대남부서인 당 통전부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 자리를 잃었습니다.

올해 77세인 김영철은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당직에서 물러났지만 국무위원 직책은 유지하면서 대미 대남 분야에서 원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퇴진설이 돌던 김영철의 재등장에 대해 “직위 변동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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