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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소바쥬 전 소장] “북한 인도적 상황, 정권 책임…국경봉쇄 장기화할수록 상황 악화 ”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북한의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고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이 지적했습니다. 2009년부터 5년동안 북한 내 유엔의 대북 지원 활동을 총괄했던 소바쥬 전 소장은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국경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대북제재보다는 북한의 국경 봉쇄가 유엔 기구와 비정부기구들의 대북 지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며 국제기구들이 지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소바쥬 전 소장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햇수로 4년째입니다. 전례 없는 북한의 방역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항상 북한은 스스로를 폐쇄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외부 세계의 정보가 유입되거나 이번처럼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언제나 자신들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북한의 코로나 방역 조치도 그런 북한의 관행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봅니다. 다만 이에 따른 피해를 고려하면 상당히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기자) 북한의 열악한 의료 보건 환경때문에 당초 봉쇄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하던 일부 전문가들도 이제는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어렵게 하고 경제난도 가중될 텐데요, 국경 봉쇄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모든 사람들이 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돌아가거나 그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저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그런 일이 재현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무역이 감소했고 북한으로의 외부 물자 반입도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유엔 기구들은 코로나 발생 이후 북한 인구의 70% 정도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내부 실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추산치인만큼 현실은 더욱 나쁠 수도 있습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상황은 악화할 겁니다.

기자) 유엔과 유럽연합도 신뢰할 만한 통계 부족을 이유로 3년째 북한을 인도적 지원 대상국에서 제외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북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소바쥬 전 소장) 대북 지원은 역설적입니다. 전 세계 국가들과 비교해 북한에 아주 적은 금액이 지원되지만 동시에 취약 계층의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죠. 연간 대북 지원 예산은 통상3천만 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1인당 1달러 정도가 북한의 산모와 어린이, 여성 등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장기화한 국경 봉쇄로 국제기구들이 지원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는 신종 코로나 기간 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 목적의 제재 면제 신청을 신속하게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원 물자를 받아들이기를 꺼리면서 면제 기간 내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기간 연장 신청을 여러 차례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대북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또 제재가 인도주의 단체 활동을 어느 정도 복잡하게 한다는 데에도 동의합니다. 북한에 지원 물자를 전달하기까지 과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모두 거쳤는데도 제재 면제 기간이 만료돼 다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기간 연장 신청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지원 단체와 기구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그래서 지원 대상국을 변경하는 유엔기구와 NGO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어떤 우려를 갖고 계신가요?

소바쥬 전 소장) 원조가 필요한 다른 국가로 옮겨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기후 변화를 심하게 겪는 국가나 전쟁이 일어난 우크라이나로 지원 대상을 변경할 수는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북한 국경이 열리면 이런 관련 단체들이 진행 중이던 사업을 신속하게 대북 지원 쪽으로 전환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재건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안타깝습니다. 북한의 콜드체인은 더욱 낙후했을 것이고 운송체계, 시설 유통망 등을 재건하는 데도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겁니다.

기자) 지난 5월, 북한이 처음 코로나 발병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개하는 확진자 수나 사망률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내 코로나 피해가 어느정도 였다고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문제는 백신 접종률인데요.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굉장히 낮을 겁니다. 백신 접종률 등 코로나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온 중국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세요. 공식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도입하지 않는 국가인 북한의 상황은 상당히 나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자)백신과 관련해서는 북한 당국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소바쥬 전 소장)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WHO와 북한은 오랜 관계를 맺어왔고 북한은 이제 그 수십 년간 형성한 신뢰 관계에 의존해야 할 때입니다. 주민들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보장하고 오랜 봉쇄 정책에서 서서히 벗어나길 바랍니다. 모두가 북한 지원에 나설 용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자) 어떤 여건이 돼야 북한이 국경을 열까요?

소바쥬 전 소장) 중국에 달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중국의 국경 재개가 북한이 빗장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는 지표였는데요. 중국이 방역 통제를 해제하고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기자) 지난해 북한이 쏜 미사일 비용이 50일 가까운 북한 주민의 식량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수준이라는 통계가 나왔는데요. 이 때문에 전반적인 대북 지원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소바쥬 전 소장)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북한 정권에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인도주의 단체들의 업무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선보이며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북한의 우선순위는 잘못됐습니다. 군사력 증강과 무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주민의 안녕을 최우선시 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유엔의 대북지원 활동을 총괄했던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으로부터 햇수로 4년이 된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에 대한 우려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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