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 할 때를 대비해 사전 준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현재 미국 정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핵 계획과 구상에 한국을 더욱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내며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맡았던 차 석좌를 조은정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로는 처음으로 CSIS가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준비 절차를 거론했습니다. 한국의 핵무장 추구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태도, 인식, 논의에 변화가 있다고 보십니까?
차 석좌) 이번 보고서는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에 대한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모든 초점은 확장억제에 맞춰졌습니다. 현 시점에서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공식적인 정책 대화에 있어서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미국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도에 대해 한국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능한 많은 일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 제안을 했고 그중 하나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준비 절차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 혹은 저위력 핵무기 재배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어떤 준비가 선행돼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사전 결정적(pre-decisional)’인 실무 수준의 계획입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마지막으로 배치한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 사전 논의는 우리의 많은 권고 중 마지막 권고였습니다.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계획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경우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의도는 단지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자) 보고서를 작성할 때 모든 초점이 대북 정책보다는 확장억제에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워싱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던 주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국민들의 여론조사 결과입니까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었습니까?
차 석좌) 전반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곧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종류의 협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협상을 하고 있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이른바 ‘빅뱅’ 비핵화 합의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일어날 가능성도 낮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의 잦은 무기 실험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장거리 탄도미사일에만 집중하며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는데요.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아니지만 계속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억제 이론에서는 ‘분리’라고 하는데요. 한국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가능성에 대한 사전적 준비 작업들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차 석좌) 미국이 이 문제를 계획 단계에서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다는 자체가 과거와 다른 것입니다. 물론 그 어떠한 결정도 계획 단계에서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응은 북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훈련을 늘리고 고위급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확신을 주는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을 예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는 다르죠. 때로는 북한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전술핵 재배치에 필요한 핵무기 저장고의 후보지 파악과 핵무기 관련 보안훈련을 먼저 실시하고, 저장시설 건립 등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조치는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고 다른 모든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시행한 뒤에 진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이 의지를 보여주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결정은 어떻게 내릴 수 있나요?
차 석좌) 이것은 우리가 보고서에서 상정한 개념적인 시간표입니다. 이 문제를 추진할 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자연스럽게 임계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임계점은 우리가 미리 정할 부분이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미리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임계점은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해 새로운 행동을 취할 때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상황에 따라 가속화되거나 완화될 수 있는 사전 결정적인 계획으로 봅니다.
기자) 왜 지금 상황에서 사전 결정적인 조치만 취합니까?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미국에 부담을 줍니까?
차 석좌) 글쎄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그것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우리 보고서도 같은 내용입니다. CSIS 한반도위원회는 한국이 핵무기를 획득해서는 안되고 미국도 아직은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지 수십년이 지났습니다. 재배치에 따른 부담이 무엇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미국은 역량이 있습니다. 저위력 핵무기도 있고 운송수단도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에서의 연합훈련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자산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전술핵을 한반도로 물리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 모든 훈련은 ‘사실상의 재배치’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 사실상의 재배치라면 일종의 순환 성격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차 석좌) 군사훈련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뜻입니다. 핵무기가 직접 한반도와 그 주변에 간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신 전투기가 됐든 잠수함이 됐든 핵무장할 수 있는 자산이 한반도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상의 재배치라고 하는 것이죠.
기자) 보고서는 ‘확장억제가 효과가 있으려면 미국이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 DC나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확장억제력을 동맹 방어에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한국과 북한이 믿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VOA가 인터뷰한 일부 전문가들은 확장억제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최대 12개의 미국 도시가 북한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 자국의 도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더 신뢰를 줄 수 있습니까?
차 석좌) 보고서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첫 번째는 확장억제, 핵우산은 일반적으로 신뢰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냉전 기간 동안 유럽 동맹국들도 그랬지만, 동맹들은 핵충돌이 있을 때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그 장소에 있을 것이라는 전적인 확신을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도에 대해 일부 의심이 있는 것도 놀랍지 않습니다. 보고서에서 우리가 밝힌 것은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가 핵 공격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미국인들이 원치 않을 수 있지만,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2만 8천500명 주둔해 있고, 7만 명의 미국인들이 살고 있으며, 5만명의 미군이 일본에 주둔해 있고 7만에서 8만명의 미국인들이 일본에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위원회에 속한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이것을 ‘운명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인들 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공격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북한의 행동에 미국이 대응하지 않고 방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한국은 운명 공동체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 때문에 한반도에 어떤 종류의 분쟁이 일어나든 미국이 즉시 개입할 것입니다.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말을 나는 믿지 않습니다.
기자) 대중의 정서는 만일 북한이 이미 한국에 대해 핵공격을 한 뒤라면 미국이 그때 가서 북한에 보복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것입니다.
차 석좌) 미국의 확실한 보복에 대한 억제력과 신뢰성을 확립해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 문서들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매우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국가와 지도부가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또 북한 지도부는 때로는 예측할 수 없지만 그들이 생존을 원한다는 점에 있어 이성적입니다. 양측간 핵충돌은 매우 파괴적일 것이기에 누구도 원치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 한국, 일본 등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의 종말일 것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하죠.
기자) 한국과 미국이 NATO 핵기획그룹(NPG)과 비슷한 핵 공동 기획협의체를 언제쯤 신설할 수 있을까요? 보고서는 이러한 협의체가 미국과 한국간 신뢰를 높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조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차 석좌) 핵기획그룹은 과거에는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미일 동맹과 미한 동맹의 관계에 있어 적절한 때가 됐다고 우리는 봤습니다. 북한의 핵 역량 뿐 아니라 2030년까지 예정된 중국의 핵 증강을 감안하면 동맹인 일본과 한국이 핵 억지력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이 핵 기획과 핵 시나리오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것은 권한을 공유하는 차원에서의 핵공유와는 다른 것입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어떻게 계획하는지에 대해 동맹국들의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로 독점적으로 미국의 권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핵) 역량과 이에 대한 미국의 생각, 어떤 시나리오와 임계점에서 핵이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 동맹의 이해를 높여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기자) 보고서는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경우 북한의 잠재적인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체가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핵무기 보유 자체가 북한의 공격에 취약성을 높인다면 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차 석좌) 억제력에는 핵역량의 측면이 있습니다. 핵무기 자체를 얼마나 빨리 배치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억제력의 또 다른 큰 부분은 인식의 문제입니다.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이제 무기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훨씬 강한 억지력을 가졌다라고 누군가는 말할 것입니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이죠. 실상은 미국은 핵잠수함이나 폭격기로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즉각적으로 발사할 수 있습니다. 작전상으로는 미국이 북한에 실제로 신뢰할 만한 보복을 가하기 위해서는 핵 자산이 분산되는게 좋다는 타당한 견해가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행동에 나섰을 때 바로 확실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는 핵자산이 분산돼 있는게 한반도에 여러 개가 집중돼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견해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쉽게 그곳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자) CSIS 보고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조만간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 미국이 더 열린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차 석좌) 지금으로선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내가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절차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잠정적으로 저위력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핵공유 협정을 통해 권한을 공유하며 마지막 단계는 한국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중 어떤 것도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입니다.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핵군비 경쟁을 일으킬 수 있고 세계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현재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핵 계획과 구상에 한국을 더욱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이런 관련 조치들을 우리는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빅터 차 석좌로부터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CSIS 보고서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