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김일성 광장에 열병식 준비를 위해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인파가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본격적인 예행연습 때 연출되는 ‘붉은빛’이 어김없이 나타나고 광장 중심부에 구조물이 설치됐습니다. 이달 8일 열병식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인파가 운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4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잡힌 인파는 김일성 광장 연단, 그중에서도 관중 좌석 부분에 몰려 있습니다.
인파는 분홍빛의 대형점으로 표시됐는데, 빨간색 수술과 꽃 등을 손에 쥐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됩니다.
이 분홍빛을 포착한 위성사진의 촬영 시점은 오전 11시 3분입니다.
이보다 약 30분 전인 오전 10시 24분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이런 장면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군중 집결 시간이 오전 10시 24분에서 오전 11시 3분 사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상황 파악은 어렵지만 김일성 광장의 서쪽 부분에서도 인파 운집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비록 김일성 광장을 가득 채울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연단 주변과 광장 중심부에 군중이 모인 것은 이곳에서 열병식과 관련된 연습이 한창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VOA는 ‘플래닛 랩스’의 지난달 21일 자 위성사진을 분석해 김일성 광장 서쪽 지대에 인파가 정확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대형 글자를 조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곳에선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등 몇 차례에 걸쳐 인파가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과거 열병식을 앞둔 시점 늘 주민들을 동원해 김일성 광장에서 훈련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빨간색 수술과 꽃 등으로 붉은 물결을 연출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위성사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김일성 광장 연단 바로 앞에는 하얀색으로 된 대형 구조물이 설치됐습니다. 또 광장 입구 격인 도로 쪽에는 이보다 작은 구조물 총 4개가 들어섰습니다.
이런 시설을 설치하는 양상도 과거 열병식 직전 모습과 동일합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 ‘38노스’는 평양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과 김일성 광장 일대에서 군중이 ‘2’와 ‘8’ 혹은 ‘75군’이라는 대형 글자를 만들어낸 점을 근거로 북한이 2월 8일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 매체의 분석에 더해 김일성 광장에서 주목할 만한 추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북한의 오는 8일 열병식 개최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립니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열병식 훈련장에서도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4일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엔 병력 대열 약 30개가 포착됐습니다.
일부 대열은 행진 연습을 하는 듯 일정한 간격으로 김일성 연단 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고 나머지 대열은 연단 앞 광장에 줄을 맞춰 도열해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평양 순안공항의 활주로 연결 도로에선 4일 전투기 혹은 차량으로 보이는 물체 30개가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1일 평양 순안공항의 남쪽 활주로와 북쪽 활주로를 연결하는 도로를 따라 물체가 도열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물체의 도열 모습 역시 과거 열병식 직전 위성에 찍혔던 장면과 동일해 실제 열병식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떤 무기가 공개될지도 주목됩니다.
북한은 약 2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과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을 대거 공개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