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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한일 외교차관, 북한∙중국 맞서 삼각공조 과시…한국 여전히 중국 의식”


미국과 한국, 일본 3개국 외교 차관이 13일 워싱턴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조현동 한국 외교부 제1차관.
미국과 한국, 일본 3개국 외교 차관이 13일 워싱턴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을 협의했다. 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조현동 한국 외교부 제1차관.

미한일 외교차관의 최근 워싱턴 회담은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에 대응해 세 나라의 결속과 공조를 과시하는 기회였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국제질서 위반에 대해 미국, 일본과의 연대를 과시하면서도 여전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일 외교차관이 이번 워싱턴 회담을 통해 “명백히 세 나라의 결속을 과시했다”고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14일 평가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The message was clearly about demonstrating US, Japan, Korea solidarity. This is a continuation of all of the steps that were taken at the sidelines of the East Asia Summit with the Phnom Penh statement. It's also the first time that they're meeting since the Yoon government released its Indo-pacific strategy. So I think that is, again demonstrating that solidarity among Like-Minded partners between the US Japan and Korea.”

여 석좌는 이번 차관회의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미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연장선이며,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이래 세 나라가 만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같은 마음을 가진 미한일이 이번 회담을 통해 연대를 증명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도발에 공동 대응…군사∙정보 협력 강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3일 워싱턴에서 회의를 열고 세 나라가 단결해 북한을 억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날 회동이 북한에 보내는 가장 큰 신호는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삼각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경고였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선언을 둘러싼 마찰에 비춰볼 때 세 나라 협력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e've come a long way since those days of friction over things like GSOMIA and information sharing and cooperation, those were difficult times for trilateral cooperation to be very frank. And I think it would be fair to say that what has driven this more than anything else besides the efforts of the three governments to want to work more closely together, is that all three share a very similar threat perception of what the threat that the North Koreans pose to each of us individually and to all of us collectivel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세 나라가 보다 긴밀히 협력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북한이 세 나라에 개별적으로 또 전체적으로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인식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협력이 심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세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의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방안을 구체적으로 다뤘으며 앞으로도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세 나라 정보공유 협력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국장] “They see that this is a moment of opportunity to try to deepen institutionalization of cooperation in order to serve as a buffer against possible reversal of such cooperation in future governments.”

스나이더 국장은 “그들은 향후 정부에서 이런 협력이 뒤집히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만들기 위해 지금이 협력의 제도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VOA에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는 지소미아의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서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Real-time sharing of DPRK missile warning data is intended to transcend the prior level of information-sharing under GSOMIA. Leaders are leading, and mounting threats are pulling the three countries to cooperate to a level that was impossible in the past.”

그러면서 “정상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위협이 고조되면서 세 나라 협력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 나라 간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맥스웰 연구원] “In my personal opinion, looking at this it's really the first step towards integrated missile defense, which is something all three countries I think really want. But of course China and North Korea are adamantly opposed to any trilateral, integrated missile defense, but it is something that is really necessary for really effective missile defense against North Korean missiles and of course against Chinese missiles as well.”

맥스웰 연구원은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는 통합 미사일 방어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세 나라가 모두 정말 원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합 미사일 방어는 북한은 물론 중국의 미사일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맥스웰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3개국 외교 차관이 13일 워싱턴에서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조현동 한국 외교부 제1차관.
미국과 한국, 일본 3개국 외교 차관이 13일 워싱턴에서 회담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왼쪽부터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조현동 한국 외교부 제1차관.

중국 도전에 한 목소리…한국 여전히 중국 자극 않으려

중국의 국제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세 나라는 단결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한일 외교차관은 공동 성명에서 “인도태평양을 포함해 어떤 무력 또는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타이완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또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투한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제히 중국을 비판하고 이를 격추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의 발언이 다소 결이 달랐다며, 한국이 여전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actually thought that the trilateral statement was not as China-focused as US-Japan bilateral statements usually are, and a little bit more influenced by the South Korean approach of calling out Chinese behavior without referencing China. Clearly the Yoon administration is stating that it is aligned with the US on the basis of values but they also are not trying to provoke China.”

스나이더 국장은 “이번 삼국 성명은 미일 성명에 비교하면 중국에 덜 집중했다”며 “중국의 행동을 지적하되 중국을 직접 지목하지 않는 한국의 접근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공통의 가치에 근거해 미국과 연대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한국은 또한 중국을 도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 석좌도 이번 차관회의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지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The balloons, I think Vice Minister Cho was prompted by the questions and of course he kind of deferred to Secretary Sherman's response for the US. But yes they recognize China as a threat. And I do think that being in this trilateral format because Japan has been more forward-leaning on China and talking about Taiwan in some ways it's that it's tugging or nudging Korea to move in that direction as well too. But you're absolutely correct. There has been an evolution, albeit a slow one, on the Korea stance towards China.”

여 석좌는 “중국의 정찰풍선과 관련해서는 조현동 차관이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대답한 측면도 있었고, 셔먼 부장관에게 답변을 넘기기도 했다”며 “중국 위협을 언급하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한일 3자 형태로 만날 때 일본이 중국과 타이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때문에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견인하고 몰고 가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일본과 호주는 더 분명하게 중국을 비판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reserved)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을 보다 직접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 would be in Korea's interest to more clearly identify itself as amongst the democracies in the region that are willing to stand up for the principles that they believe in. That's one part of an overall policy which also includes diversifying away from over-reliance on the Chinese economy and Chinese trade and also enhancing capacity building for Southeast Asian and the Pacific Island nations, being more involved in military exercises and in the region et cetera”

클링너 연구원은 “원칙을 지키는 역내 민주주의 국가들 중 하나로 스스로를 더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무역 상대를 다각화하고,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도서국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역내 군사 훈련에 더욱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반도를 넘어서 역내 안보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한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also very clear to me that President Yoon is taking Korea in a new direction where broader issues whether they're Taiwan, the East China Sea, South China Sea the Indo-Pacific et cetera, that those issues are taking on a greater and greater role as they should. So it's only appropriate that Korea take on a broader vision, a broader view and ultimately a broader role in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not only on the Korean Peninsula but beyond.”

그러면서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적 위상에 맞게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와 안정에서 궁극적으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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