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이 유엔 무대에서 또다시 설전을 벌였습니다. 북한 대표가 미한 연합훈련을 비난하자 한국 대표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건 북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28일 열린 군축회의에서 북한 대표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각국의 발언에 ‘반박권(Right of Reply)’을 사용해 대응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튀르키예와 호주 대표가 “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문제 삼았다”며 “우리는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그런 일방적이고, 도발적인 비난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훈련은 한반도에서 위험하게 진화하는 군사환경에 맞춰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한국과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포함한 미국의 도발적 군사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The DPRK’s recent missile launch drills are to strengthen its war deterrent to cope with dangerously evolving military environments in the Korean Peninsula due to the provocative military actions by the United States, including large scale military exercises in coalition with South Korea… If these countries are concerned over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they should demand the US to stop provocative actions such as aggressive military exercises targeting the DPRK.”
이어 호주와 튀르키예 등이 한반도 상황을 우려한다면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 군사훈련과 같은 도발적 행동을 미국에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한국 대표가 북한의 주장을 ‘근거 없다(baseless)’며 일축했습니다.
한국 대표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북한은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다자주의를 촉진하려는 우리의 집단적 열망을 짓밟으면서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국 대표] “The facts are clear. The DPRK is blatantly violating international law and trampling on our collective aspirations to promote multilateralism and posing a significant threat to the peace and security across the globe. It is DPRK that has recklessly developed its WMD programs for decades… The ROK-US combined defense and deterrence posture, including our joint exercises, is in response to the DPRK’s military threat. Such defensive measures are a duty of a responsible government at least.”
그러면서 “수십 년간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개발해 온 건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연합 훈련을 포함한 한국과 미국의 연합 방위와 억지 태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고, 이러한 방어적 조치는 적어도 책임 있는 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논리에 북한 대표는 2차 반박권을 요청하고, 한국에 3가지 공개 질문을 던졌습니다.
[녹취: 북한 대표] “Can the joint military exercise be justified as defense oriented? Second, would any country stay defenseless against a large scale military exercise being staged at the doorstep of their territory? Third, how could bolstering national defense capability to cope with such dangerous military actions be considered as a threat?”
북한 대표는 “연합 군사훈련이 방어 위주의 훈련으로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가 자국 문 앞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무방비 상태로 남아있겠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아울러 “그런 위험한 군사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가 어떻게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겠느냐”고 한국 측을 몰아세웠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공개 질의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유엔 무대에서 북한의 이 같은 논리를 이미 여러 차례 반박한 바 있습니다.
앞서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김성훈 참사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30년간 북한의 약속 불이행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미국의 군사 활동이 북한의 무기 활동을 촉발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최근 유엔 회의장에선 이처럼 한국과 북한 대표가 서로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0년과 2021년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반박권’을 활용하지 않거나, 반박권을 행사하더라도 ‘이곳은 그 문제를 논의할 장소가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설전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9월부턴 반박권을 적극 활용해 북한의 주장에 대응하고, 북한이 또다시 반박권을 행사하면 다시 맞받아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