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항구와 해상에서 불법 행위로 의심되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류 수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유조선이 계속 드나들고 서해상에선 불법 환적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6일 북한 남포 유류 항구 한편에 대형 유조선 2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포착된 이들 유조선은 모두 약 85m 길이로, 한 척은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하역 부두에 선체 중간 부분을 댔고 다른 한 척은 바로 옆 해상 유류 하역 시설 인근에 떠 있습니다.
남포 유류 항구가 전날인 25일까지 텅 비어 있었던 것으로 미뤄 이날 유조선 2척이 유류 하역을 위해 정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초부터 28일까지 남포 유류 하역 시설로 들어온 유조선은 5척으로 집계됐습니다. 5~6일에 한 척 꼴로 어디선가 유류를 실어 나른 듯한 움직임입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은 위성 관측이 어렵고 야간에 드나든 유조선 역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실제로 정박한 유조선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한동안 움직임이 뜸했던 해상 유류 하역시설에서 유조선이 발견돼 주목됩니다.
해상 유류 하역시설은 바다 한 가운데에 만들어진 파이프를 통해 유류를 육지로 옮길 수 있는 곳으로,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선박 간 불법 환적을 거친 유류가 북한 선적 혹은 제3국 유조선에 실려 이곳에 하역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작년 8월 이후 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날 약 7개월 만에 이곳에서 유조선이 포착된 것입니다.
앞서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해 왔습니다.
이달 포착된 5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북한은 최소 5만에서 최대 15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한 셈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서해에선 선박 간 환적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또다시 발견됐습니다.
26일 북한 서해 초도 인근 해상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나란히 붙어 있는 길이 약 100m 선박 2척이 찍혔습니다.
남쪽에 자리한 선박은 선체 절반에 해당하는 적재함을 개방한 채 떠 있는데, 반대편 선박으로부터 물품을 옮겨 싣거나 그쪽으로 넘기는 순간이 포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초도에서 서쪽으로 약 11km 떨어진 해상에선 길이 약 85m 선박 2척이 맞대고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항구를 놔두고 굳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선체를 맞댄 경우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미국 정부 등이 지적한 불법 환적 움직임과 일치합니다.
VOA는 지난해 이 일대에서 36건의 환적 의심 사례를 발견했고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32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를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례를 더하면 올해 환적 의심 건수는 모두 34건으로 늘어납니다.
안보리는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들 선박이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주고받았더라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 초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정황이 잇따라 발견된다는 VOA의 지적과 관련해 “우리는 정기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혹은 다른 국제법을 위반한 북한의 시도에 대해 북한 행위자 혹은 북한을 대신해 활동 중인 기관을 계속 제재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제재 대상자를 찾는 것에 더해 우리의 노력 상당 부분은 제재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제재 회피 시도 행위를 밝혀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것이 미국 제재이든 혹은 유엔 제재이든지 상관없이 그러한 제재 회피 연결망을 추적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