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회를 모두 경험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탈북작가가 있습니다.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9년째인 탈북작가 전주영 씨인데요. 탈북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탈북민의 세상 보기’, 오늘은 전주영 작가의 특별전 ‘베일에 싸인 곳’ 전시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해설 현장음]
서울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 5층 기획전시관에서 탈북민 전주영 작가의 특별 전시인 ‘베일에 싸인 곳’이 선보여지고 있는데요. 남북통합문화센터 통합체험팀의 박근희 연구원이 한 관람객에게 전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주영 작가의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인데요. 이번 전시 <베일에 싸인 곳>을 통해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북한에서의 굴곡진 삶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먼저 전시를 하게 된 취지부터 들어봅니다.
[녹취: 전주영 작가] “지금 여기가 남북통합문화센터라는 곳인데 이곳에서 저의 작품과 저의 키워드를 보고 남북한 관객들이 서로 몰랐던 부분들을 서로 상호 교류를 하면서 알아가자 그래서 저의 작품이 소통에 있어서 어느 정도 맞는 그런 개념이 되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전시를 개최해 주셨고 제가 또 그에 맞게끔 전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주제를 ‘베일에 싸인 곳’이라고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녹취: 전주영 작가] “말 그대로 우리가 ‘베일에 싸인’ 그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베일에 싸인, 무엇 이렇게 있는데 제가 주제에 담고 싶은 것은 장소, 즉 곳이라는 것인데요. 그곳이라고 할 때에는 우리가 정말 매체라든가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그런 북한의 내면이에요. 근데 저는 그곳에서 경험을 해봤고 또 살아봤고 했으니까 그거를 저의 작은 미숙한 그런 개념에서나마 여기 계시는, 여기서 살아가시는 그런 관객들에게 좀 친근감 있게 아니면 더 익숙하게 그렇게 좀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품 1점이 우선 전시장 입구에 선보여지고 있고요. 나머지는 유화 작품과 드로잉으로 모두 12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주영 작가는 입체 작업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녹취: 전주영 작가] “저는 평면 작업뿐만이 아니라 입체 작업도 동시에 하는 그런 활동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 말인즉 저는 평면으로서 담아낼 수 없는 그런 부분들을 좀 입체적으로 해서 좀 더 관객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게끔 그리고 좀 해석이 좀 더 구체적으로 될 수 있게끔 그래서 저는 입체와 함께 이런 평면감 있는 그런 작업도 동시에 제가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치미술 작품의 이름은 ‘파편화와 통합’이고요. 주재료는 아크릴과 광섬유입니다.
한반도를 표현한 작품으로 빨간빛과 파란빛이 나오고 있었는데요. 자세한 소개 박근희 연구원입니다.
[녹취: 박근희 연구원] “그동안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특별 전시를 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설치미술 작품입니다. 전주영 작가님께서 저희 센터에 대한 취지를 들으시고 그렇다면 통합이라는 주제로 설치 미술 작품을 한번 해보겠다고 말씀을 주셔서 이렇게 전시할 수 있게 되었고요. 지금 굉장히 파편 조각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에 이렇게 아크릴 파편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걸 높은 곳에서 보게 되면 마치 한 덩어리의 한반도 모양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쪽에 보면 함경남북도 작가님의 고향이시고 이쪽에 보면 이제 남한으로 보일 수 있는데요. 지금 보시는 작품이 파편 말 그대로 이렇게 층층이 다면적으로 보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보게 되면 마치 통합을 이루고 있는 그림으로도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12개의 작품 가운데 전주영 작가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침묵’을 소개했는데요.
[녹취: 전주영 작가] “이 작품은 지금 겉으로 봤을 때는 정말 친근감 있고 편안하고 그리고 우리가 봤을 때는 정말 일반적인 숲의 이미지거든요. 그랬는데 이 이미지는 DMZ를 모티브로 제가 작업했어요. DMZ라고 할 때, 우리가 봤을 때 철조망, 군인 아니면 뭐 그렇게 무서움과 공포스러운 그런 이미지를 많이 연상케 하잖아요. 근데 우리가 봤을 때 그 DMZ랑 제가 제시하는 DMZ의 이미지는 전혀 다르거든요. 제가 제시한 이미지의 DMZ는 정말 말 그대로 과연 저 안개 속에 숨어있는 그 어떤, 또 다른 내면이 무엇이 있을까? 이미지 자체에 제가 그걸 제시했어요. 그래서 관객이 보고 정말 우리가 몰랐던 부분도 있구나, 우리가 생각하는 숲은 우리에게 좋은 감정뿐만이 아니라 그 내면의 또 다른 그 무엇인가를 또 갖다주는구나. 이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어서 제가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북통합문화센터의 박근희 연구원도 여러 작품 중 ‘침묵’이 가장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근희 연구원] “저는 아무래도 메인 작품인 ‘침묵’이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여기 보시다시피 그림이 하늘색 계열, 초록 계열 그리고 갈색 계열 이렇게 이루어져 있잖아요. 작가님께서는 이건 DMZ를 모티브로 두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에요. 왜냐하면 처음에는 이게 DMZ가 모티브라는 말씀을 안 해 주셨고 이게 침묵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근데 처음에 저는 이게 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간인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작가님께서 DMZ를 모티브로 두셨다고 해 주신 거죠. 그래서 각각의 숲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 그리고 물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 이런 것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저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주영 작가는 유화를 주로 그리는데요. 그림을 그릴 때는 먹으로 한국화를 그리는 것처럼 유화를 퍼지게 하고 흐르게 하면서 동양적인 느낌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소통이라는 주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에 전시를 통해 바라는 점도 있었는데요.
[녹취: 전주영 작가] “일단 관객들이 봤을 때 전주영이라는 작가, 그 작가가 그린 그림과 그 작가가 말하고 싶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또 하나의 그런 문화적인 다름 그런 것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아, 이렇게 표현을 하는구나, 이런 방식이 있구나, 아 그 작가는 또 이런 거를 해서 우리에게 또 알려주는구나’ 이래서 서로가 공감대를 열어가고 소통이 되고 서로가 또 이렇게 높아졌던 장벽이 조금씩 무너져 간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전시를 관람함으로 해서 우리 남북한이 다르지는 않구나,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은 그곳이 어디가 됐던 똑같구나, 지구 반대가 됐던 우리 북한이 됐던 그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열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을 텐데요. 어떤 분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할까요? 다시 박근희 연구원입니다.
[녹취: 박근희 연구원] “특히 탈북민분들이 우리랑 다를까? 이런 생각을 하셨던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예술이라는 것이 뭔가 경계를 가르고 나누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면서 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일반 대중들이 많이 찾아와서 그림을 보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전시장에는 한국 시민 김수진 씨와 이혜미 씨가 작품을 둘러보고 있었는데요. 작가의 상상 속 공간을 통해 북한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수진 씨] 아무래도 저희도 지금 이제 북한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북한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는 저희가 TV를 통해서만 뉴스를 통해서만 조금씩 접하는데 정말 그 모습이 진짜일까 좀 궁금하기도 하고요. 작가님 작품을 보니까 이제 작가님이 느끼시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저희도 조금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녹취: 이혜미 씨] “와서 보니까 이렇게 탈북민 작가님이 계시다는 것도 여기에서 이제 알게 됐고 보면서 되게 다시 한번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요. 어쨌든 저희는 북한에 대해서 그냥 어떻게 보면 이미지적으로만 있지 그거에 대해 자세한 것도 모르고 그냥 호기심만 있을 뿐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좀 더 북한과 가까워지고 그다음에 좀 더 통합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좀 더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우선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 그냥 일반인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와서 보고 느끼고 그래서 그럼으로써 좀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통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이루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됩니다.”
끝으로 전주영 작가는 관람객들이 베일에 싸인, 자기 내면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녹취: 전주영 작가] “전시의 기본, 정말 알지 못하는 그런 내면의 세상이 있잖아요. 남에게 숨기고 싶은 그리고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진짜 부모님께도 말하기 싫은 그런 부분들도 있고 그렇지만 내 전시를 통해서 작품 속에 서서 내면에서나마 마음속으로 자기 진심을 꺼내서 서로가 소통하면서 나와 교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시간들을 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