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외교 수장들이 2일 전화통화를 하고,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인 기자 석방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토니 블링컨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에반 게르시코비치(월스트리트저널 특파원)에 대한 러시아의 용납할 수 없는 구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또한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즉각 석방할 것을 라브로프 장관에게 요구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에반 게르시코비치는 국가 기밀 자료에 해당하는 정보를 수집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서 "불법 활동 사실에 따라 그의 운명은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고 블링컨 장관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워싱턴과 서방 언론이 이번 사건에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려는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간첩 혐의 체포 직후 "2개월 구금"
미국인인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으로, 지난달 28일자에서 '러시아 경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 바로가기)
이틀 뒤인 30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 시내 시설에 유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이날 곧바로 모스크바로 압송돼 레포르토보 법원에 출두했습니다.
법원은 5월 29일까지 2개월 간 구금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습니다.
구금 사유는 '일급 비밀'로 표시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그 밖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심리에서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심리 직후 모스크바 시내 FSB 미결수 시설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바이든 "풀어줘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날(31일)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그(게르시코비치 특파원)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할 것이냐는 질문엔 "당장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명의 별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 시민들을 겨냥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을 비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폴 윌런 석방도 요구
한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 해병대원 출신 기업 보안 책임자 폴 윌런 씨도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윌런 씨는 지난 2018년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이후 재판에서 16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밖에 블링컨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외교 공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