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최근 방첩당국의 잇단 북한 간첩단 적발과 관련해 북한의 불순한 기도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대응 심리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대내외에 적극 알리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 통일전선부의 대남 간첩 활동과 관련해 “북한이 통일 업무를 하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 통일부도 국민이 거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대응 심리전 같은 걸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최근 수사 결과에 나온 걸 보면 국내 단체들이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과 산하 단체들의 지시를 받아서 간첩 행위들을 한 것으로 발표됐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한국 대통령실이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인민군 정찰총국과 함께 대남 해외 정보기관에 속합니다.
문화교류국은 당 편제상 통일전선부 산하에 있는데 공작원 남파와 한국 내 고정간첩 관리, 지하당 구축 등 정통 정보공작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6일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최근 간첩 사건과 같은 북한의 불순한 기도에 한국 국민들이 넘어가지 않도록 통일부가 심리전 대응을 잘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들이 올바른 대북관을 갖도록 노력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응 심리전’이란 용어가 사용된 배경과 관련해선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취지로 이해하고 있고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북한의 간첩행위에 맞선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된 발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국민들의 상당수가 마치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 양 또 그것이 타당한 양 거기에 만약 현혹되고 흔들린다면 그것은 안보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통일 교육 속에도 그런 내용들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라는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한국 검찰은 지난 5일 동남아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하고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활동한 혐의를 받는 제주 ‘ㅎㄱㅎ’ 조직원 3명을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2014년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들로, 제주도에서 지하세력을 결성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남한 변혁을 꾀하고 윤석열 정권 퇴진과 반미 투쟁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 검찰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미한 정상회담 내용을 비난하거나 촛불집회를 전개하라는, 반미 또는 윤석열 정권퇴진 활동 지령을 받고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반정부 단체를 결성한 ‘자주통일 민중전위’ 총책 등 4명을 지난달 15일 구속기소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방첩당국은 지난달 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현직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국정원과 경찰이 지난 1월 18일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100여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현직 대통령으로서 31년만에 국군방첩사령부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적극적인 방첩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려는 북한의 간첩활동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이 선전전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대남 선전선동을 하고 더 나아가서 불법 공작을 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특히 선전전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게 대통령의 메시지로 읽히더라고요. 그러면 그 선전을 과연 어디서 담당할까 하는 데 통일부에서 이를 인권과 연계해서 적극적으로 담당해라 그렇게 읽히더라고요.”
윤 대통령은 또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 실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인권법 이행 노력을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도발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북한의 침략과 도발에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단호하게 맞서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의 실상이 정확히 알려져야 국제사회도 우리와 연대해 북한이 평화를 깨려는 시도를 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엔 “북한의 인권 실상을 확실히 알리는 것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이 깔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를 본격 제기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관심과 대북 압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문재인 전임 정부의 경우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일만한 사안은 피하는 ‘기능적 대북 접근’을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핵 문제도 지금 비핵화 이야기 하듯이 하고, 인권문제도 지금까지 계속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게 전면에 나오진 않았단 말이죠.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고 북한도 그렇고 같이 존중하고 이행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서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이런 거죠.”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 등 전반적인 실상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국민들이 올바른 대북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가 대북 인권 공세 등에 나설 경우 남북교류나 통일 정책을 추진하는 기능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통일부가 이런 심리전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사업이나 활동을 하게 되면, 통일부가 이것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통일 방안도 마련하고 통일 정책도 추진하고 남북교류협력도 추진해야 하는데 다른 여타 영역이 상당 부분 제한이라든가 추진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북한이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나 통일부의 공세적 태도로의 전환을 대남 도발의 구실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