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항공모함이나 항구 일대 타격을 겨냥한 수중 핵무기인 핵무인수중공격정을 처음 공개하면서 동해상에서 수중 폭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양한 핵 투발 수단과 플랫폼을 과시하며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 폭발시험을 진행했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훈련에 투입된 핵무인수중공격정은 동해에 설정된 타원과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59시간 12분간 잠항해 23일 오후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의 목표점에 도달했고 시험용전투부가 수중폭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시험 결과 핵무인수중공격정의 모든 전술기술적 제원과 항행기술적 지표들의 믿음성과 안전성이 검증되고 치명적인 타격 능력을 확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무기체계의 이름을 지난 2021년 1월 당 8차 대회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명명했고 “당 대회 이후 지난 2년간 50여 차례 최종단계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 대회 당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 전략무기 보유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무기체계 임무가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해 수중 폭발로 강력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며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선박에 예선해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해당 무기의 모형 2개의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개발한 수중핵드론은 러시아의 ‘포세이돈’과 유사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해일’은 핵추진 수중드론인 ‘포세이돈’보다는 훨씬 작지만 기존 어뢰보다는 커 북한의 기존 잠수함에 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핵 어뢰와 러시아의 포세이돈과 중간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무인잠수정에다가 핵무기를 탑재해서 자폭공격을 하는 거죠.”
신 사무국장은 해일로 항공모함이나 항구 등을 초토화할 정도가 되려면 전술핵 수준을 넘어선 핵폭탄을 탑재해야 한다며 수중핵드론은 전술핵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에 탑재되는 핵탄두보다 더 큰 핵 폭탄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무인수중공격정에 일반 배터리를 적용했고, 잠수함이 아닌 해안 또는 항구나 선박에서 예인 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밀성과 생존성을 높이려면 ‘포세이돈’처럼 잠수함 발사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북한의 잠수함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해안에 잠입하거나 선박에 예인되는 형태를 일단 채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고 공중에서 핵탄두를 터트려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수중에서 은밀한 기습 공격이 가능한 수중핵드론 개발까지 전방위로 핵 위협을 가하는 양상입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수중은 징후를 탐지하기 어렵고 징후가 탐지돼도 언제 어디서 이런 게 되게 어렵다는 거에요. 은밀성이 가장 좋은 게 수중무기체계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실제 작전 효과가 엄청난 거죠. 그 다음에 이게 자율무기체계죠, 수중드론. 사이즈가 일단 작고 그러니까 노출이 더 어렵겠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59시간 12분이라고 잠항 시간을 밝힌 데 대해 한국 전역에 대한 공격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수중핵드론의 평균 속력을 4노트 정도로 잡으면 잠항 거리가 400km 이상 나온다며 이는 북한에서 바로 출발해 한국 모든 항구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또 지난 22일 전략순항미사일부대들의 전술핵공격 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을 숙달하기 위한 발사훈련도 진행했다고 24일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략순항미사일에는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전투부가 장착됐다”며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작도동에서 발사된 ‘화살-1’형 2기와 ‘화살-2’형 2기는 동해에 설정된 1천500㎞와 1천8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타원과 ‘8’자형 비행궤도를 각각 7천557초에서 7천567초 그리고 9천118초에서 9천129초간 비행해 목표를 명중타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종별로 각각 1발씩 설정고도 600m에서의 공중폭발 타격 방식을 적용해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동작 믿음성을 재검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9일 전술탄도미사일인 KN-23을 800m 상공에서 폭발시험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도를 그보다 200m 낮춘 겁니다.
지상에서 가까운 상공에서 핵폭탄을 터트리면 살상반경이 수㎞에 달하는 등 살상력이 극대화됩니다.
‘화살-1형’과 ‘화살-2’형에 탑재한 전술핵탄두와 표적에 맞춰 파괴와 살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폭발 고도가 설정됐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철저한 전쟁억제력의 압도적 시위로 미제와 괴뢰들의 선택에 절망을 안기고 군사동맹 강화와 전쟁연습 확대를 통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지난달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부분 미한 연합훈련 과정에서 전개되는 무기나 훈련 성격에 맞춰 허점을 노리는 무기체계를 동원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이번 수중핵드론과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는 현재 진행 중인 미한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미 해병대 연합상륙훈련에 대해서 대응하는 차원이 상당히 커 보이고요. 특히 3월 말 니미츠 항공모함이 입항 예정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한 훈련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보여집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발표한 수중핵전략무기체계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왔으며 북한이 발표한 실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