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등 다양한 일정을 함께 하며 미한 동맹 70년의 성과를 확인하고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VOA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한 동맹 70년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조망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미한동맹 현주소와 발전적 협력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중서부 미시건주에 있는 한국 기업 SK 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핵심 소재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를 생산하는 이 공장을 미국 내 산업 투자의 모범으로 소개하며 SK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녹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nd I also want to thank the leaders of SK siltron css. And I met with the — some of their folks as well in Korea. They’re a first-rate operation, and they’re going to create a lot of good-paying jobs here,
이어 한국 기업 SK가 일류 기업이라며, 이 공장에서 보수가 좋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 때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고 현대차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적극 당부했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사례를 지적하며, 이제 한국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말 한국에 처음 갔을 때 정상회담이 열리면 대부분의 성과물은 ‘미국이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한국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When I first went to Korea at the end of 90s most of the deliverables were what could the U.S. do for South Korea? But now the deliverables are about what can South Korea do for the U.S.?”
미 전문가들은 ‘보호자’와 ‘수혜자’ 관계 속에 70년 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맺어진 미한동맹은 이제 안보동맹, 경제동맹, 가치동맹으로 진화하며 호혜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3일 VOA에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70년 동안 군사적·경제적 강국,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며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한국 사이가 보다 균형 있고 호혜적인 관계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These changes have led to a more balanced and reciprocal relationship between the U.S. and the ROK… Increasingly, the alliance and the U.S.-ROK partnership is taking on a broader and even more important dimension as the ROK has sought to expand its diplomacy to other regions and strengthen its ties with like-minded countries, including Japan and NATO members.”
“한국이 다른 지역으로 외교를 확장하고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동맹과 미한 파트너십은 점점 더 광범위하고 더욱 중요한 차원을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와의 협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 최초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히 ‘글로벌 중추 국가’를 외교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국제 위상에 맞는 가치와 규범의 연대를 통해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틀에만 매여 있지 않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고, 미한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쿼드(Quad) 국가들과 나토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세계의 자유와 평화,번영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미국의 강력한 방위공약을 기반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과 안보 비용을 줄이고 경제 발전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습니다.
아울러 미국 유학 등 다양한 인적 교류를 통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제도가 한국에 도입돼 동맹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한 상호방위조약 체결 당시 세계 바닥권이었던 한국의 군사력은 2021년 기준 세계 6위권(GFP), 국방비 지출은 502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섰습니다.
두 나라 정부에 따르면 양국 교역 규모는 2006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영향 등으로 2021년에 1천 69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 미국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은 2020년 기준 170만 명이고 미국에 사는 한인 인구는 255만 명이며, 한국에는 미국 시민 2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정책국장은 미한동맹이 과거 일방적 관계에서 양방향으로 진화했고 공동 이익 분야도 훨씬 커졌기 때문에 7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정책국장] “But now I think it's more of a two way relationship in which security benefits flow to Korea but economic investments and other benefits are flowing to the United States from Korea. But in the broader context of Asia, I think that what the United States is really looking for from South Korea is you know, active engagement as a like-minded country, and support for the existing order and opposition to an order that would be based on force.”
“안보 이익은 한국으로 흘러가지만 경제적 투자나 다른 이익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흘러가는 쌍방향 관계에 가깝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나 “아시아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로서 적극적인 관여, 기존 질서에 대한 지지, 무력에 기반을 둔 질서에 대한 반대”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이런 미국의 요청에 사실상 응했기 때문에 동맹관계에 탄력이 붙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내 및 그 너머에서 증가하는 권위주의와 반자유주의에 직면하고, 중국, 러시아, 그들의 파트너와 동맹국들이 사실상의 독재국가의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 더 강력한 협력의 유대를 구축하려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n the face of growing authoritarianism and illiberalism in the region and beyond, and with China, Russia, and their partners and allies forming a de facto alliance of autocracy, the U.S. and like-minded countries are moving to create stronger bonds of cooperation among democracies to support the liberal international and rules-based order.”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이 노선을 계속 추구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미 간 새로운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간 문화와 관광 교류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 드라마와 한국 가요 등 한국 문화가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 소장이자 한국학 프로그램 총괄자인 신기욱 교수는 23일 VOA에 미국 대학에서 30여 년을 가르치면서 한국어에 대한 이러한 인기는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제가 미국 대학에 30년 이상 있는데 저의 경험으로 보면 지난 5년? 최근 사이에 제가 느끼기에 확실히 많이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주로 한국을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 아니면 교포들이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한국인, 또 꼭 한국을 전공하려는 게 아니라 K팝, K컬처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친구는 관심이 있어서 혼자 한국어를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한국이 넘어야 할 도전과 과제도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아시아의 다른 모든 파트너가 각자의 이익 개념을 기반으로 서로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한국과의 양자 관계를 아시아라는 더 넓은 파트너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전통적으로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향후 이에 대한 파트너들과의 공동 대응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On the other hand, South Korea has sort of been disappointingly Meek or timid in its calling out authoritarian nations when particularly when compared with, say, Japan and Australia which not only criticize Chinese actions, but identify Beijing as the perpetrator.”
특히 중국의 행동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일본, 호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실망스러울 정도로 온순하거나 소심했다”는 것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긍정적으로 한 번만 언급됐다며, 중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 주도의 공동 대응에서는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최고의 동맹과 파트너십에도 인식 차이가 발생한다며 “파트너는 차이가 있을 때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최소한 어느 정도 상호 이익이 되는 해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 “Partners need to speak directly and frankly with each other when there are differences, and strive for solutions with at least some level of mutual benefit.... As an emerged middle power, with a world class military, economy, technology, and culture, Korea is now positioned more so than ever to help advance the many values and core interests it shares with the U.S. and other like-minded countries.”
그러면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군사, 경제, 기술, 문화를 갖춘 신흥 중견국으로서 이제 미국 및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공유하는 많은 가치와 핵심 이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미한 동맹 70년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조망해보는 기획 보도, 다음 시간에는 미한 동맹 사이의 잠재적 갈등과 이견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