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두 나라 외교와 국방 당국이 참여하는 ‘2+2’형태의 국장급 외교안보대화가 서울에서 5년만에 재개됐습니다. 한국 동해에선 미한일 세 나라 해군이 미사일 방어훈련을 펼쳤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일 양국은 17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12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두 나라의 외교와 국방 당국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국장급 외교안보 대화가 5년 만에 재개된 겁니다.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우경석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이, 일본에서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안도 아츠시 방위성 방위정책차장이 각각 대표를 맡았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약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협의회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환경, 양국 외교와 국방 정책 협력 현황, 한일·미한일 협력 현황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또 양국 외교안보 당국 간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함과 동시에, 상대국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상호 이해를 제고하고 한일간 안보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양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 동향을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뤄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평가하고 추가 협력 방안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한일 정상의 프놈펜 공동성명에 담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문제가 논의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작년 11월 프놈펜 선언에서 한일 경보, 그러니까 북한 미사일 경보에 대해서 서로 실시간 정보 공유를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본격적으로 얘기가 됐는지는 정확히 확인을 안 해주긴 하던데 어쨌든 그런 쪽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아마도 오늘 2+2 안보대화는 그 얘기가 좀 됐을 가능성이 있죠. 국방부가 같이 들어간 것이니까.”
이와 함께 미중 전략경쟁 고조 등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환경과, 이에 대응해 이뤄지고 있는 일본의 방위안보 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말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고, 한국은 한반도 안보와 한국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사전에 긴밀한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간 다양한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자고 합의한 데 따라 재개된 첫 사례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고조와 미중 경쟁 등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일본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국장급이기는 하지만 2+2 회의를 재개한 것은 한일을 둘러싼 안보 환경과 양국의 정책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소통을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는 1997년 한일 외무장관회담 합의에 따라 시작돼 양국 간 안보 문제를 논의해 온 협의체로, 1998년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후 양국 관계의 악화 또는 개선으로 인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총 11차례 열렸습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제11차 회의는 2018년 3월 도쿄에서 진행됐는데, 그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 확정판결,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한일 세 나라는 17일 한국 동해상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장도영 한국 해군 서울공보팀장입니다.
[녹취: 장도영 공보팀장]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는 오늘 동해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합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됨에 따라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한국 해군에 따르면 훈련에는 미국의 벤폴드함, 한국의 율곡이이함, 일본 아타고함 등 세 나라의 이지스 구축함이 참가했습니다.
훈련은 오전 9시부터 2시간30분가량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에 대한 탐지와 추적, 정보공유 등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한일이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작년 10월과 지난 2월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된 바 있습니다.
두 달도 안 돼 또 다시 미사일 방어훈련을 진행한 것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진 데 따라 미한일 세 나라의 군사협력이 그만큼 긴밀해진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이 지난해 9월,10월을 기점으로 해서 전술핵을 운용하는 무기체계를 계속 과시했기 때문에 이런 전술핵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일의 대응역량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는 거에요. 그리고 한국 내 다양한 우려 목소리를 일정부분 불식시켜주고 한미 확장억제력 신뢰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방어훈련을 굉장히 촘촘하게 짠 부분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고요.”
한편 미한 공군은 17 28일까지 광주기지에서 연합 작전과 전시 임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한 2023년 연합편대군종합훈련을 시행합니다.
훈련에는 미측에선 공군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와 미 해병대의 F-35B, FA-18 전투기 등 40여 대를, 한국에선 F-35A, KF-16 등 전투기와 공중급유수송기 등 60여 대를 동원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