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투를 주도하고 있는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이 오는 10일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5일 발표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는 이날 텔레그램에 관련 영상 메시지를 올리고,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을 비롯한 물자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아 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프리고진 창립자는 바그너 소속 용병들로 보이는 시신 수십 구가 널려있는 들판을 배경으로 야간에 등장했습니다.
시신들을 가리키며 "오늘 사망한 바그너 조직원들이다, 아직 피가 따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향해 "쇼이구! 게라시모프! XXXXXX(욕설), 탄약은 어디 있냐"라고 소리쳤습니다.
아울러 "이 사람(시신)들은 자원해서 이곳에 싸우러 왔고, 이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당신들은 사무실에서 살만 쪄가며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탄약이 70% 부족하다"며, 당국의 책임자들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탄약이 제대로 공급된다면 바그너 그룹의 손실이 5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오는 10일 예하 부대 철수
이날(5일) 프리고진 창립자는 이같은 영상 메시지와 별도로 성명을 내고, 바그너 예하 부대들이 오는 10일 바흐무트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2023년 5월10일부로 바흐무트 진지에서 러시아 국방부 부대로 자리를 옮기고 바그너 전사들을 병참 캠프로 철수시키겠다"고 설명하면서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부대를 철수하는 이유는 탄약이 없으면 무의미하게 죽을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의무가 있음을 바그너 사령부를 대표해 선언한다"고 말했습니다.
■ "바흐무트 함락 시도 실패"
프리고진 창립자의 이같은 메시지는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공세는 실패했다"고 미국이 규정한지 나흘 만에 나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면서 "러시아는 (최근 한동안) 실제 전략적이고 중요한 지역을 어느 곳도 점령할 수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로서,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9개월째 사수작전을 벌이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에서 이달 초 일부 진지를 회복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 러시아 전선 연속 붕괴 예고
프리고진 창립자는 최근 탄약 부족을 호소하며, 바흐무트 철수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해왔습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탄약이 없어 바흐무트의 (용병) 사망자가 (다른 전투 현장보다) 5배 많다"면서 "매일 시신 수천 구를 관에 담아 본국(러시아)에 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족한 탄약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겁많은 쥐처럼 도망치지 않기위해 죽거나, 또는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면 다른 곳에서 러시아의 전선이 연속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군수·병력 부족 심각"
이와 관련, 러시아가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공세를 진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 총책임자가 예측했습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4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군은 심각한 군수·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강제 동원과 함께, 이란 등 기존 공급선 이외 제3국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무기 공급을 약속받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최소한의 공세에 나서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병력 재건에 5~1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 측이 핵도발을 감행할 우려에 관해서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 유류저장고 등에 화재 잇따라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정체된 전선을 타개할 '봄철 대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 곳곳에서는 도시 공습과 기간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비밀·고의 파괴공작) 사건 발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 일스키 지역의 유류저장고에서 무인항공기(UAV·드론) 공습으로 인한 화재가 이틀 연속 발생했다고 5일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주 재난당국은 언론에 밝혔습니다.
공습을 가한 것이 우크라이나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전날(4일)도 일스키 지역의 석유 저장고에서 드론 공습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시설 400㎡가 소실됐다고 주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남서부 지역을 폭격했다고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가 밝혔습니다.
같은날(2일) 오후 이 지역에서는 정체불명의 폭발이 일어나 화물열차가 탈선했습니다.
전날인 1일에도 브랸스크주 거점도시 우네차에서 철로 폭발로 인한 화물열차 탈선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같은날(1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밤새 송전 철탑 1개가 폭파됐습니다. 또다른 송전 철탑 근처에서는 폭발 장치가 발견됐습니다.
이같은 사건들에 관해,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앞두고 러시아의 후방 보급선을 교란시키고 대응 작전 차질을 초래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