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 최강 전력 부대를 궤멸시켰다"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이 밝혔습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2일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에서 장병들에게 이같이 말하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후퇴할 것이라는) 모든 예측과 충고에도 불구하고, 바흐무트를 계속 굳건히 사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손실을 입은 러시아군 부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의 이같은 메시지는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공세는 실패했다"고 미국이 규정한지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1일)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면서 "러시아는 (최근 한동안) 실제 전략적이고 중요한 지역을 어느 곳도 점령할 수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 '대반격' 개시 임박 시사
한편,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러시아군 최강 전력 부대를 궤멸시킨 것이 '봄철 대반격' 준비 과정과 관련있음을 밝혔습니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날(2일) 공개된 영상에서 "러시아군을 무찌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추가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대반격 개시 시점에 관해 "사령관의 결정이 내려지면 개시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말한 바 있습니다.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크름반도(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무인항공기(드론) 공습으로 유류 저장고가 폭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 사령부는 공격 사실을 시인하고, "대반격 준비 과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 직후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총 40만t 유류가 연기가 돼 공중으로 사라진 것은 러시아군 전투력을 한동안 마비시키기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미국 "요청한 것 100% 제공"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겨울 이후 정체된 전선을 돌파하고,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를 수복하기위한 대반격을 준비해왔습니다.
미국과 주요 서방국가들은 탱크와 장갑차, 야포, 탄약 등 대반격에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하게 공급해왔습니다.
크리스토퍼 카볼리 미 유럽사령관은 지난달 26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군이 무기나 장비 부족으로 고전하지 않을 것을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그것(무기·장비)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가 봄에 수행하길 원하는 공격 작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것(무기와 장비)의 거의 100%를 제공했다"고 1일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F-16 전투기 등 추가 지원이 없더라도 대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전쟁 전체 방향 분수령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경로 등을 예측하며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만간 벌어질 양측의 대격돌이 전쟁 전체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반격 이후 전개될 상황은 크게 세 갈래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한다면 계속 동쪽으로 진격하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찾고,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등지 친러 세력 장악 지역을 수복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그러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추가 군사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번 전쟁의 전체적인 주도권을 우크라이나가 잡게 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애리조나에 데려와 F-16 전투기 운용에 관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난 3월초 알려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약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F-16 지원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반격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 경우, F-16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장비 지원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국지적인 핵무기 도발을 감행하거나, '더티밤'을 곳곳에 터뜨려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비대칭 전술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패배 시 치명타
반면 대반격이 실패하면 우크라이나는 지원 물자 허비와 함께 사기가 크게 꺾이게 됩니다.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 여론도 식을 수 있습니다.
그 뒤로는 서방 국가들의 군수 원조가 줄어들 수 있고, 점령지 탈환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젤렌스키 정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물리친 기세를 몰아,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연결한 뒤 이웃나라 몰도바의 친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크라이나는 흑해로부터 차단된 내륙국가가 됩니다.
그리고 몰도바에서 또다른 분쟁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봄, 몰도바 진격 계획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습니다.
■ '무승부'일땐 정전 협상 압박
마지막 세번째 시나리오는 대반격 이후에도 전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이 지금처럼 공습과 국지 전투를 이어가며 대치할 경우입니다.
그러면 이번 전쟁은 교착상태에 진입하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 정전 또는 휴전 협상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