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중국에 내줬습니다. 이 지역은 양국이 오래 전에 영토분쟁을 하던 곳입니다.
중국 해관총서는 15일자 공고를 통해, 다음달(6월)부터 중국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리를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바다와 접한 항구가 없어 고질적 물류난에 시달리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다음달 1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을 중계항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현재 이들 지역에서 남방으로 물자를 보내는데는 랴오닝성 다롄항 등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거리가 1천km에 달해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반면 새로 확보한 블라디보스토크항은 헤이룽장성 수이펀허나 지린성 훈춘에서 200km 이내여서 물류비용이 대폭 줄어듭니다.
■ 시진핑-푸틴 합의 사항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서명한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 방향에 관한 공동성명'의 일환입니다.
당시 두 정상은 "국경 지역 잠재력을 발굴해 중국 둥베이와 러시아 연해주 간 교류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나는 우리(중국과 러시아)의 다각적인 협력이 우리나라 국민 이익을 위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양국)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면서, 두 나라가 더 큰 실질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더욱 긴밀하게 힘을 합해야 한다고 호응했습니다.
■ 양국 밀착 가속
러시아 최대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청나라 영토였습니다.
지난 1858년 영토 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가 차지한 뒤 '동방 정복'을 뜻하는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 만든 지도를 비롯한 지리 자료와 행정 문서에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자국 명칭인 '해삼위'로 표기돼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앞서 북한 나진항을 활용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물류난을 해결하려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제재로 나진항 사용 방안은 실현 불가능해졌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양도는 이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입니다.
러시아가 차후 영토 분쟁이 다시 불거질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에 항만 사용권을 제공하는 데 관해,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첫째, 서방의 제재로 인한 산업 전반 둔화로 러시아 내부의 자금이 절실하고,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현 상태로 마무리하는데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간절한 것입니다.
■ 중국 의존 심화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경제 제재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심화됐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지불하는 에너지 판매 대금은 제재 압박 속에서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금줄 가운데 하나가 된 형편입니다.
이런 상황에 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로피니옹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립된 러시아가 사실상 중국에 종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실상 중국과 관련해 굴종하는 형태에 돌입했다"면서 최근 중-러 관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 중국 주석이 국제사회를 설득해 현재 상태로 휴전 협정을 체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대부분, 그리고 남부의 신규 점령지를 지킨 채로 이번 전쟁을 마무리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전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파견하는 특사로, 리후이 유라시아사무 특별대표가 1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폴란드·프랑스·독일 순방을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리 특사가 16일과 17일 우크라이나를 찾을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