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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굿맨 CSIS 부회장] “중국 ‘마이크론’ 제재, 미한동맹 분열책…미국 대응 사드때와 다를 것”


매튜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회장이 5일 VOA 조상진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매튜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회장이 5일 VOA 조상진 기자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은 동맹인 미국과 한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매튜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회장이 평가했습니다. 굿맨 부회장은 5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장기적으론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 가능성과 관련해선 미국의 대응이 과거 사드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악관 국제경제국장과 국무부 경제 담당 선임고문을 역임한 굿맨 CSIS 부회장을 조상진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중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했으며, 이를 통해 얻으려 하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굿맨 부회장) 지난 10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일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이 마이크론의 매출 손실분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인 한국을 분열시키려는 것이 요인일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의 이번 제재 조치와 관련해 ‘삼성’, ‘SK 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기업인 이들 두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조치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미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게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요. 마이크론 제재가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굿맨 부회장) 제가 알기로는 이번 중국 제재 조치의 영향을 받는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한국 기업인 삼성과 SK 하이닉스도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두 회사가 마이크론의 손실된 공급분을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습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번 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수출 통제를 하는 다른 경우에도 이른바 ‘백필링(backfilling)’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미국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동맹국이나 파트너들이 빈자리를 메우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요청할 경우 한국 정부가 두 회사에 어떤 종류의 제한을 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선택이 더욱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하십니까?

굿맨 부회장) 단기적인 측면과 장기적인 측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업들에게는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수익 기회와 잠재적으로 마이크론의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는 별개로 사업적인 관점에서 두 회사는 중국에서의 장기적 전망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반도체 판매뿐 아니라 중국 내 생산을 통해 중국이 이 중요한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떻게든 지원한다면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장기적 전망, 즉 상업적 장기 전망은 경쟁사와 너무 많은 비즈니스를 함으로써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반도체를 팔기로 결정하는 것은 한국 기업에게는 정말 딜레마가 될 것입니다.

기자) 만일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 제재 상황을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중국이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사드) 배치 결정 당시처럼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굿맨 부회장) 미국 정부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거부된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제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파트너들이 중국에 대한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에 대한 취약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2017년 사드 문제로 중국에 의해 한국 기업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영향을 받고 압박을 받았을 때 솔직히 미국은 아무런 행동이나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서 경제 강압 문제에 대한 인식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지난달에 주요7개국(G7)이 경제 강압에 대한 비난과 저항 의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한 것을 봤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사드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미국은 적어도 한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다른 가시적인 지원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이 이런 중국의 강압에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마이크론 건물.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마이크론 건물.

기자) 구체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어떤 공동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굿맨 부회장) 미한동맹 자체와 안보 관계를 강화하는 것뿐 아니라 역내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까지 양국이 함께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고, 또 이미 하고 있습니다. 국제 시스템과 역내 질서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죠. 여기에는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조치도 포함됩니다. 중국이 독자적 규칙을 제시하거나 기존 규칙을 위반하려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이 선호하는 규칙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포함됩니다. 또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인프라 투자에 있어서도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큰 역량을 갖고 있고, 최근 워싱턴에서 미한 정상이 만났을 때 매우 다양한 의제에 대해 함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수출 통제 조치와 투자 심사 조치, 그리고 양국 경제에 위험이 있는 다른 문제들을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미한동맹의 진정한 힘은 중국에 대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긍정적 방식으로 협력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뿐 아니라 상업 분야 경쟁에서도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한국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일관되게 미국과 경제, 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동맹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과 중국은 최대 무역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굿맨 부회장) 이것은 중국이 늘 해왔던 패턴의 일부입니다. 일종의 강압인데, 그래서 한국 기업들도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이 이런 행동을 할 때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며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는 데 대해 한국 내에서 분명한 이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경제 대국이고 한국이 참여할 경우 많은 주요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경제과 통상은 부차적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제가 튼튼하지 않고 기업이 굳건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도 튼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마이크론을 지지하는 미국을 지원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계속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어떤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한동맹은 매우 광범위하고 깊은 동맹이며 다양한 차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서로 동의하지 않거나 약간의 긴장이 있는 한 두가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가족 관계에서 긴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죠. 그래서 저는 특정한 견해 차이나 접근 방식에 너무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나 기업에 어떤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굿맨 부회장)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어떤 요청을 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만일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 확실하다면 미한 양국 간 비공개 대화가 오고 갈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또한 마이크론 측은 중국의 이번 조치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정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중국 내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첨단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크론도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마이크론 측도 이 정도 손해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미국 정부가 삼성과 SK 하이닉스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개입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시끄럽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중국의 강압에 대응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파트너 국가들이 새로운 전략 동맹을 구축하고 중국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는데,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굿맨 부회장) 저는 그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현실적이거나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중국과 협력해야 할 많은 이유가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기후 변화나 보건 문제, 그리고 한국이 특별히 우려하고 있는 핵 확산과 같은 큰 지역적, 세계적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을 고립시킬 수 없고 고립시켜서도 안 됩니다. 다만 적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성장하거나 발전하지 못할 것이며, 이웃 국가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이 자체적인 이유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경우, 그때까지 중국은 단기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지 고민하되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일은 아닌지 연구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기자) 중국과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최선이겠지만, 중국이 먼저 제재를 가한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상에만 기댈 수 있을 것이냐는 회의론이 있을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굿맨 부회장) 저는 협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협상 가능한 해법을 찾거나 적어도 서로의 차이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봅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악수하는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악수는 했죠. 저는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최소한 이런 차이점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분열하고 대화하지 않으며, 제재하거나 수출 통제 또는 기타 제한을 가하는 길은 지속 불가능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용납할 수 없고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그 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중국은 종종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대해 단호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매튜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회장으로부터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와 미국 및 동맹국들의 대응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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