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달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금수품 50여개를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3달 전보다 금수품 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난 양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의 금수품 거래 내역이 공식 무역자료를 통해 또다시 확인됐습니다.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발표한 5월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HS 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72와 73, 82, 83, 84, 85, 87로 시작하는 제품 58개를 북한에 수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 58개 제품의 수출 총액은 22만5천301달러, 수출된 물량의 총 무게는 약100.25t에 달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처음으로 북한과 거래가 금지되는 품목에 대한 HS 코드를 명시했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수출입이 ‘HS 코드’를 통해 이뤄지는 점에 착안해 제재 위반 여부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걸 미리 차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은 철강과 철강의 제품으로 분류된 HS 코드 72와 73 품목과 더불어 비금속으로 만든 공구와 각종 제품인 82와 83, 기계류인 84, 전자기기인 85, 철도용 이외 차량과 그 부분품인 87 품목 등을 북한에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60개에 육박하는 이들 제품을 지난달 북한에 수출한 사실이 해관총서 기록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중 가장 높은 수출액을 기록한 제품은 HS 코드 84에 해당하는 액체용 원심펌프(84137099)였습니다. 제품의 개수는 26개, 액수는 3만8천35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태양열 물 가열기(84191200) 2만197달러어치와 기타 밸브(84818040) 1만9천266달러어치가 각각 2번째와 3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보였습니다.
그 밖에 전압 1천 볼트를 초과하는 기타 전기 혹은 배전용 보드(85372090) 1만4천513달러어치, 용량 650킬로볼트암페어 이하인 변압기(85042100) 1만2천539달러어치가 4위와 5위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수출액이 높은 제품은 대부분 기계류와 전자기기류 품목에 쏠려 있었습니다.
반면 철강과 철강의 제품으로 분류된 HS 코드 72와 73 품목은 수출액이 1만 달러 미만으로 수출액은 낮았지만, 철강 제품인 만큼 중량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두께가 4.75mm 이상 10mm 이하인 철이나 비합금강의 평판압연제품은 수출액이 5천845달러지만, 수출량은 9t이었습니다.
과거 중국은 금수품에 대한 거래를 지적 받을 당시 문제의 제품이 국제 구호단체의 인도적 물품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대북 수출이 확인된 금수품도 국제 구호단체가 제재 면제를 받은 제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는 문제의 제품이 ‘일반 무역’과 ‘국경 무역’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만약 해당 장치가 인도적 지원 물품이라면 무역 형태가 ‘정부 간 혹은 국제기구의 구호 혹은 기부’로 기록됐어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과거 금수품 거래를 지적 받았을 당시 유엔 안보리 측에 HS 코드 84, 85에 해당하는 일부 제품이 외교적, 인도적 목적으로 북한에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또 HS 코드 72와 73 제품은 강괴(steel ingot)와 강철 빌렛, 페로실리콘으로 이들은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안보리의 가장 최신 대북 결의인 2397호는 HS 코드로만 금수품 여부를 판별하고 있어 이 같은 중국 측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앞서 VOA는 중국이 올해 2월 약 3년 만에 북한과 금수품을 거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는 기타 냉장∙냉동 장치 3개, 약 7만2천673달러어치가 북한으로 수출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과 3개월 만에 두 나라 사이의 금수품 거래 사실이 다시 확인된 가운데 이번에는 당시보다 품목의 개수와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엔주재 중국 대표부는 지난 2월 거래된 제품의 제재 위반 여부를 묻는 VOA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