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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포스트 코로나' 다방면 대외 개방 조짐...경제난 완화·반미 외교전 필요성 커져


지난 21일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평양역 앞에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1일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평양역 앞에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로 3년 반 동안 고립을 자초했던 북한이 대외 개방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가운데 경제와 외교 등 다방면에서의 어려움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토착병화 하는 과정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을 채택한 전 세계 추세에 맞춰 여러 방면에서 대외 개방에 나서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량 부족을 비롯한 경제난 심화의 핵심 요인으로 꼽혀 온 국경 봉쇄 해제의 폭을 더 넓히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월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 간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올들어서도 지난 1월 지린성 훈춘과 함경북도 원정리 간 화물트럭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20일엔 지린성 난핑과 함경북도 무산 간 도로를 개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선 하루 수 대의 화물트럭만 제한적으로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혜산, 회령, 대홍단 등 북중 접경 세관들에서 물자 통관을 위한 서류 접수가 재개됐다며, 실제 통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육로 개방을 준비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5월 말부터 서류 접수를 시작했고요. 원래는 서류가 접수돼서 바로 물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차에 싣고 대기하고 그랬는데, 그것은 아직까지 물자 통관은 진행되지 않고 있고, 그냥 이제 서류 접수와 심사하는 그런 업무만 시작됐다고 해요.”

한국의 ‘연합뉴스’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원정리 세관의 초소병이 방역복을 착용하지 않고 군복만 입은 채로 근무 중인 사진이 올라왔다며 북한의 대중 국경 개방과 인적 왕래 재개 임박설과 관련한 중요한 변화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사진 게시자는 “신종 코로나 이후 지난 3년 간 원정리 세관의 초소병은 어떤 상황에서도 방역복을 벗은 적이 없었다”며 “방역복을 벗은 것은 원정리 통상구역을 본격적으로 재개방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들의 귀국 조치를 신종 코로나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또 다시 9월까지 귀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2020년 1월부터 국경을 막았기 때문에 그 때부터 3년 반 정도 해외노동자들이 귀국을 못했고요. 보통 북한 노동자들 해외 체류기간이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6년 반 동안 귀국을 못했기 때문에 전원 귀국명령이 내려진 건 이미 오래됐습니다. 2월에 이미 귀국명령이 내려졌다는 전언이 있었고요, 이게 매달 연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9.9절까지는 모두 귀국하라고 다시 포치 명령이 내려왔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주요 대내 매체들이 연일 하던 전 세계 신종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집계치 보도나 신종 코로나 사태 특집프로그램 방영을 지난달 중순부터 하지 않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북한 매체들이 여전히 방역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간헐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단둥과 신의주 간 화물트럭과 평양과 베이징 간 여객열차의 운행 재개, 고려항공 운항 재개 등 핵심 조치들이 이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외교와 스포츠 분야에서의 대외 활동 재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음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중국은 북한이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경 봉쇄로 외교 활동 또한 크게 위축됐던 북한이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중 간 대화 재개 분위기 속에서 중국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반미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양자와 다자 외교 무대에 다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지금 미중 간 협력할 수 있는 대화가 모색된다고 하는 것은 북한에겐 굉장히 자신들의 생존공간이나 활동공간을 압박할 수 있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향후 ARF나 이런 다양한 국제무대에서의 만남, 양자관계 차원의 외교적 활동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되고요.”

익명을 원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사태 발발 전 추진했던 베트남과의 교류 확대사업을 최근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 재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 16일부터 사흘 간 진행한 노동당 제8기 8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안전성과 국가보위성같은 보위·안전기관들을 향해 ‘일심단결 수호 사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북한인권센터장은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반사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통제 강화 조치로 풀이하면서, 본격적인 국경 개방을 앞두고 사회 분위기 이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북한인권센터장] “내부통제 강화 측면도 있지만 국경 개방을 준비하는 그런 차원도 있다고 보여지고 또 남한의 보수정부의 공세적 대북정책에 대한 대비책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죠.”

북중 국경이 개방될 경우 그간 막혔던 탈북 루트도 다시 열리는 셈이 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주민통제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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