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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연설, 현지 지도 급감...통치 행태 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8기 8차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8기 8차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을 하지 않는가 하면, 경제 분야 현지 지도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통치 행태’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제8기 8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전원회의에 참석하시었다”라고 보도했을 뿐 연설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전원회의 이후 방영된 `조선중앙-TV’ 화면을 봐도 김 위원장이 연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이한 것은 또 있습니다. 전원회의 보고를 정치국과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이 나눠서 한 점입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의 첫째 안건은 ‘올해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한 투쟁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갈 데 대하여’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국이 보고를 하고 이어 김덕훈 내각총리, 리일환, 전현철 당 중앙위 비서가 토론 발표를 했습니다.

두 번째 안건인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박태성 중앙위 비서가 보고를 했고, 세 번째 안건인 ‘인민위원회 일꾼’ 문제에 대한 보고는 조용원 비서가 했습니다.

이 것은 과거 노동당 전원회의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과거에는 김 위원장이 연단에 나와 핵 문제와 남북관계, 국방, 경제, 사회, 교육 분야에 대해 몇 시간씩 보고와 평가 그리고 지시를 하면 참석자들은 이를 받아적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주석단 중앙에 앉아 있었지만 연단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혼자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고 내용을 듣고 있었는데 김 위원장만 오른쪽 귀에 검은색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서울의 민간단체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이어폰을 사용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일반 참석자들은 스피커를 통해 듣도록 하고 김정은만 좀 더 잘 들을 수 있게끔 이어폰을 사용하게 한 것인지, 여러 가지 가능성…”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을 안 한 배경을 ‘정책과 건강’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In terms of why he did not give speech policy issue…other reason something with physical health.”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전원회의가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서 열린 것이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8일 우주개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5월16일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방문해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습니다.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려 북한을 ‘우주강국’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5월31일 북한이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천리마-1호’는 엔진 고장으로 인해 발사 몇 분만에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큰 소리를 쳤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인민들에게 면목이 없게 됐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는 최대 참사죠. 왜냐면 김정은이 우주 정복은 나의 꿈이라고 말하고 4월, 5월 두 차례 우주개발국을 방문해 발사를 지시했는데, 그게 실패했다는 얘기를 본인이 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또 다른 측면은 김 위원장이 장시간 연설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가 아닌가 하는 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매년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의회에서 하는 국정연설은 통상 1시간 정도입니다.

반면 북한 전원회의 보고는 상당히 깁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계속됐던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나흘 간 7시간을 보고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총 70여 쪽의 보고문을 연단에서 낭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고도 비만 상태인 김 위원장이 장시간 서서 연설을 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최근 김 위원장의 체중이 더욱 늘었다며, 연단에 서서 몇 시간씩 연설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e is gaining weight. His body mass index probably close stroke territory.”

반면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을 안 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지 건강상 문제는 아닌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올해 39살인 김 위원장이 키 170㎝에 몸무게가 140kg 중반으로 초고도 비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과 통풍과 당뇨병 증상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또 다른 변화는 현지 지도를 비롯한 공개활동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의 경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174회에 달했습니다. 당시 이틀에 한 번 꼴로 회의를 열거나 군 부대 방문, 현지 지도 또는 행사에 참석한 겁니다.

그러나 2020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55회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 해 4월 김 위원장은 심혈관 질환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줄어든 현지 지도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 1-6월 중 공개활동은 23회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경제 분야 활동은 단 3차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착공식(2/16), 강동온실농장 착공식 (2/16), 그리고 평양 서포지구 거리 착공식(2/26) 이 전부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단 한 번도 평양을 벗어나 지방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이 경제는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평양에 머물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지난해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면서 지방 일정을 완전히 중단하고 평양에서 회의 주재, 그리고 핵과 미사일, 그리고 공을 들이는 주택건설, 남새 온실 부문에만 한정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통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김 위원장은 북한 전역의 군 부대와 공장, 기업소를 돌아다니며 세세한 문제에 일일이 지시를 내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을 돌아다니지 못하니 일종의 원격통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We may entering new era. Kim remote leading personal office.”

전문가들은 크게 줄어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는 등의 `이례적 현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통치 행태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변화가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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