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 외교부가 친강 외교부장이 면직된 이유를 밝히기를 거부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역내 중국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오늘은 먼저 중국 소식입니다. 25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면직됐다는 발표가 나와서 화제가 됐는데요. 중국 외교부가 이 조처에 관해서 언급했군요?
기자) 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이 26일 있었는데요. 이날 브리핑에서 친강 외교부장 관련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젠 친강 전 외교부장이라고 해야 하겠죠. 기자들 질문의 핵심은 왜 친 전 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느냐는 것이었는데요. 마오닝 대변인은 이제까지 정보를 정상적으로 공개했다면서 면직 이유를 공개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친강 전 부장이 한 달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면직됐는데, 면직 이유를 밝히지 않겠다는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오 대변인은 “신화통신이 이미 정보를 배포했다면서 이를 참조하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친 당시 외교부장이 오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짧게 건강 문제라고만 설명한 바 있습니다. 친강 전 부장은 지난 6월 25일 베이징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을 만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영국 BBC 방송은 친강 전 부장이 가장 자리를 오래 비운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마오닝 대변인이 면직 이유를 신화통신에서 보라고 했는데, 사실 거기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었죠?
기자) 네. 신화통신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표결로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으며 주석령으로 이 조처가 발효됐다”고만 나왔습니다.
진행자) 친 전 부장이 면직되고 이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은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마오 대변인은 이에 관해 "전인대 결정과 주석령이 매우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읽어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가로 제공할 정보는 없고 중국 외교 활동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친 전 부장 면직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는데, 그래서 지금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국내외에서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인터넷에서 아직까지 완전한 검열 없이 이 문제에 관한 소문이 언급되고 있다는데요. 이런 현상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친 전 부장에 관한 소문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친 전 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권력 투쟁이나 부패, 권한과 직위 남용, 그리고 유명한 여성 TV 사회자와의 불륜설 등이 나왔는데요. 중국 정부가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서 이런 의혹을 더 키웠습니다. 또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관영 언론도 친강 전 부장 면직 이유에 관해 입을 닫고 있습니다.
진행자) 친강 전 부장이 시진핑 주석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그의 면직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친 전 부장은 시 주석이 가장 신뢰하는 관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이번 일이 아무리 최고 지도자와 가깝더라도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중국 관료 사회에 보여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친강 전 부장 면직으로 결국 관록 있는 외교관인 왕이 부장이 복귀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왕이 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다시 외교부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왕 부장은 올해 69세로 지난 2013년부터 2022년 말까지 외교부장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영전해서 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됐습니다. 왕이 부장은 당시 외교부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맡는 등 중국 외교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진행자) 친강 전 부장의 급작스러운 면직으로 왕이 부장이 할 일이 많겠군요?
기자) 네. 많은 전문가는 왕이 부장 임명이 중국 외교를 안정시키려는 조처로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민간 조직인 외교위원회의 이안 존슨 선임연구원은 BBC 방송에 “왕이 부장이 이미 외교부장을 지냈다”면서 “그는 중국 외교 정책을 순조롭게 유지하려고 파견된 소방관이자 관리자이며 아주 유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친강 전 부장 면직과 왕이 부장 임명에 대해서 미국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 잘해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왕이 부장을 10년 이상 알고 있고 자주 만났다”면서 “전에 그랬던 것처럼 왕 부장과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은 외교와 관여로 시작하며 나는 관련된 중국 측 상대 누구하고도 같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친강 전 부장 면직에 대해서는 “이는 중국의 주권적 결정”이라면서 “나는 과거 친 전 부장과 건설적인 대화를 했고,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6일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인 통가를 방문했는데요. 여기에서 역내 중국 영향력 확대의 위험성을 경고했군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이 이날(26일) 통가 주재 미국 대사관 헌정식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중국의 ‘약탈적인 투자’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약탈적인 투자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어떤 나라에 크게 투자하거나 원조를 해놓고 이를 구실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과도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일부 약탈적인 경제 활동이나 실제로 좋은 통치를 훼손하고 부패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투자들 배후에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이런 활동에 대한 비판이 실제로 역내 나라에서 나왔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초에 당시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이 중국이 괴롭힘이나 간첩 행위에 연루됐고 각료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방문한 통가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연관돼 있나요?
기자) 네. 통가 정부가 빚이 많은데요. 그래서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취약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통가가 중국 수출은행에 대략 1억3천만 달러 빚이 있는데, 이게 통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통가는 지난 2006년에 폭도들이 수도를 휩쓴 뒤에 재건을 위해 중국에서 돈을 빌렸는데요. 갚아야 할 돈이 내년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중국이 이런 식으로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자, 미국이 긴급하게 대응에 나서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남태평양 도서국들과 맺었던 기존 협정을 갱신하거나 새로 체결하고 대규모 경제·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등 중국 영향력 차단에 나섰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26일 통가 주재 미 대사관 헌정식에서 “우리는 태평양 나라이며 미래가 인도·태평양에 있음을 안다”면서 “우리는 기후변화나 개발, 그리고 불법조업 등 이곳 사람들 우선 현안을 정말 잘 이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주변 섬나라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 함께 성명을 냈군요?
기자) 네. 두 나라는 26일 낸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맺은 ‘경찰 협력 협정’이 태평양 내 합의된 지역 안보 기준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6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뉴질랜드로 건너가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 지역 현안을 논의했는데요. 회담이 끝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솔로몬제도 사이 협정이 지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달 초에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 그리고 솔로몬제도 야당과 함께 이 협정이 역내 경쟁을 추가로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면서 중국과 맺은 경찰 협력 협정의 자세한 내용을 즉각 공개하라고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에게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 사이 협정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나요?
기자) 네. 이와 관련해 호주와 뉴질랜드 정상은 성명에서 해당 협정의 투명성을 촉구했는데요. 성명은 “투명성을 장려해 이 문제가 우리들이 공유한 안보에 미칠 영향을 역내 나라들이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이 25일부로 다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가입했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탈퇴했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다시 가입한 건데요. 마침 유네스코에서 눈길을 끄는 권고가 나왔군요?
기자) 네. 유네스코는 최근 발간한 ‘2023 세계 교육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면 컴퓨터 기능을 갖춘 똑똑한 손전화기를 말하는데요. 유네스코 보고서는 손전화를 너무 많이 쓰는 것이 교육 성과가 떨어지는 것과 연관이 있고, 손전화 화면을 너무 많이 보면 아이들 정서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너무 많이 쓰면 학습과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까 금지하라는 말이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판형 PC), 랩톱(휴대용 PC) 등을 교실이나 집에서 과도하게, 혹은 부적절하게 쓰면 이게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방해하며 학습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의 과도한 사용과 학생 성과 사이에 부정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는 대규모 평가 정보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특히 지난 코로나 대유행 기간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덕에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했어도 수업을 받을 수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보고서도 그 점은 인정했습니다. 온라인 원격 수업이 코로나 대유행 기간 학교들이 문을 닫았을 때 교육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는 건데요. 전 세계적으로 학생 10억 명 이상이 이 기간 온라인 학습으로 옮겨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이점이 있었는데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교육 방식에 유네스코가 문제를 제기하는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스마트폰 금지 요구가 인공지능(AI)을 포함해 전체로서의 디지털 기술이 교육의 ‘인간 중심 비전’에 언제나 종속돼야만 하며 교사와 대면 활동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디지털 기술과 장비를 쓰는 새 교육 방식이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기존 학습 방식을 대체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는 일단 디지털 기술이 학습 결과와 경제적 효율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과대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변화가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건데요. 보고서는 정책결정자들에게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받는 ‘교육의 사회적 차원’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디지털 기기 이용이 학습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많지 않나요?
기자)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이 분명하게 교육에 가치를 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고한 연구가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주장이 내세우는 증거 대부분이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상품을 팔려는 사교육업체들이 돈을 댄 연구에서 나왔다면서, 전 세계 교육 정책에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우려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효과가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디지털 기기 보급과 사용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도 또 이걸 규제하는 나라들이 있죠?
기자) 네. 유네스코는 200개 교육 체제를 분석해 보고 네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법이나 지침으로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 사례가 눈길을 끄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교육 도구로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경계를 뒀습니다. 중국은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주기적으로 디지털 기기 화면을 보지 않도록 하고 모든 교육 시간의 최대 30%까지만 디지털 기기를 쓰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