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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러 국방장관과 ICBM 등 무기전시장 이례적 동행..."양국 군사 협력 의지 노골화"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일행이 26일 '무장장비 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참관하고 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일행이 26일 '무장장비 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참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른바 ‘전승절’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들을 만나 3국 연대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과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의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이 있는 무기전시장을 동행하면서 국방 분야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차 평양을 찾은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26일 ‘무장장비 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참관했다고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표단을 이끌고 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최근 북한 군이 갖게 된 “무기전투기술기재들에 대해 소개”하면서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두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투쟁”하는 등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들에는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 등과 함께 ‘화성-18형’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신형 무기체계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또 미국의 첨단 무인기들인 글로벌호크 또는 프레데터와 흡사한 형태의 무기들이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접견에서 “국방안전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과 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전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 지도자가 러시아 국방장관과 북한의 최신 무기전시장을 동행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의 행보는 북러 간 국방협력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기술적 협력이 가시화되는 부분들 특히 SLBM이나 SLCM 또 정찰위성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무기들에 대해서 러시아가 기술적으로 협력하는 부분 이게 굉장히 우려했던 부분인데 이게 혹시 가시화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것을 아예 공개적으로 기정사실화하듯이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를 가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쇼이구 장관은 앞서 26일엔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군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로 지칭하면서 “회담이 양국 국방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세번째) 러시아 국방장관과 북한 군 당국자들이 26일 평양에서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세번째) 러시아 국방장관과 북한 군 당국자들이 26일 평양에서 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 국방상은 별도로 열린 연회에서 “공동의 적을 반대하는 역사적 투쟁”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대표단 방북이 “적대세력들의 침략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군대와 인민의 단결의 위력을 과시하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밀착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러시아로선 북한이 필요합니다. (우크라 전쟁이) 장기적인 소모전의 경우 북한의 탄약 공급 능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고요, 휴전의 경우엔 돈바스 지역 재건에 북한 노동자들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북한으로선 러시아가 식량, 에너지, 군사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거든요. 양측이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쇼이구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에 무기 거래에 대한 논의가 있을 가능성과 관련해 미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대외 무기 거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양국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예단하진 않겠다”면서도 “북한과 모든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부과된 유럽연합, EU 차원의 제재에 대해선 일방적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는 스스로 찬성한 사안이어서 북한과 무기 거래가 드러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가 되면 EU가 통과시킨 제재와는 다르게 이건 유엔 제재에요. 그러니까 EU 제재 자체는 불법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러시아의 기본입장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엔 제재에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는 일정 정도 발목이 잡혀 있어요. 자신들이 다 찬성한 건데 그걸 위반할 경우엔 명분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김 위원장은 또 27일 오전 0시 평양 소재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공연 자리에서 중국 대표단을 접견했습니다.

대표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연 시작 전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지만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공연장엔 쇼이구 장관도 참석했는데, 김 위원장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 리 부위원장이. 오른쪽에 쇼이구 장관이 착석해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중러 대표단을 불러모아 러시아와는 군사 협력, 중국과는 혈맹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과의 대립 구도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경제난 악화와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등으로 이렇다 할 치적이 없는 상황에서 중러와의 연대를 과시하고 이를 주민 결속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정은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외교적 카드가 아닌가, 결국 중국과 러시아와의 돈독한 관계 또 전쟁에도 불구하고 와 준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회담 이런 것들을 통해서 김정은의 위상 또 외교적 업적 이런 것들을 함께 부각해서 그것을 통해서 내부 결속을 도모해보려는 그런 의도가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비상방역 상황임에도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중러와의 고위급 교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다음달 정상회의가 예정된 미한일 협력 공고화에 대응한 북중 또는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홍민 실장은 푸틴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김 위원장을 러시아에 초청했을 수 있다며, 시 주석의 친서도 북중 간 고위급 교류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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