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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암호화폐 세탁 ‘토네이도 캐시’ 창업자 가석방…미 검찰 “다수 물증 확보”


뉴욕 남부 지방 법원
뉴욕 남부 지방 법원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믹서 업체의 공동창업자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한 뒤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조치됐습니다. 미 검찰은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다수의 물증을 확보했다며, 북한 라자루스를 도운 혐의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의 후원을 받는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암호화폐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됐던 믹서 업체 ‘토네이도 캐시’의 공동창업자 로만 스톰이 가석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VOA가 입수한 뉴욕 남부 지방 법원의 지난 6일 인정신문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 측은 지난달 23일 구속 직후 무죄를 주장하며 즉시 보석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다음날인 24일 최종 석방 조치됐습니다.

피고인 로만 스톰은 법원이 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법원이 정한 200만 달러의 보증금 납입을 약속한 서약서를 제출하고 보석 허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스톰은 2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워싱턴주 자택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의 보석 청구가 있을 경우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입증되거나 주거지가 불분명하고 상습 범죄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보석 신청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로만 스톰은 지난달 23일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체포된 지 불과 하루 만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에서 미국 정부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습니다.

앞서 스톰 측 대리인인 브라이언 클라인 변호사는 지난 6일 뉴욕 남부 지방 법원에서 열린 관련 공판 인정신문에서도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미 검찰이 기소했다”면서 “미국 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반대 신문을 통해 “네덜란드 수사 당국으로부터 러시아어로 된 관련 암호화폐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며 “피고인은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를 도왔다”고 거듭 지적했다고, 공판을 취재한 미국의 인터넷 매체 ‘이너 시티 프레스’는 밝혔습니다.

이번에 로만 스톰의 법정 대리인을 맡은 클라인 변호사는 앞서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해 미국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버질 그리피스의 변호를 맡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는 지난 2019년 4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컨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미 수사 당국에 의해 체포 및 기소됐습니다.

당시 그리피스의 변호인 측은 그가 대북제재 위반 행위로 금전적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검찰의 구형이 과도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후 2년여 간의 법정 공방 끝에 재판부는 지난해 4월 그리피스에게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 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3일 토네이도 캐시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과 로만 세메노프를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공모, 무허가 송금 사업 운영 혐의 등으로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기소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들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세탁 거래를 촉진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수억 달러를 세탁한 토네이도 캐시를 설립, 운영, 홍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도 같은 날 토네이도 캐시 공동창업자 로만 세메노프를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미 사법당국은 북한 돈세탁에 활용된 믹서 업체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기소를 통해 관련 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관련 수사를 담당해 온 미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지난달 23일 성명에서 “이번 기소는 전 세계 모든 범죄 조직에게 그들이 추적 불가능하거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소된 토네이도 캐시 창업자들은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음모에 가담했다”면서 “FBI는 범죄 수익 창구로 활용되는 인프라를 계속 해체하고 범죄자를 돕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튜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도 지난달 23일 성명을 통해 “피고인들은 암호화폐 서비스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불법 거래를 촉진했고, 북한 정권을 대신해 범죄 집단이 수억 달러를 세탁하도록 고의로 허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국내 및 국제 법 집행 파트너들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제재 위반을 가능하게 하는 범죄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해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사법당국과 해외 수사 당국 간 공조 아래 북한 정권의 자금세탁을 도운 토네이도 캐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른 토네이도 캐시 공동 창업자 로만 세메노프의 행방을 찾기 위해 국제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지난 7일에는 수사 관련 제보 공고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또한 3번째 공동 창업자로 지난해 8월 네덜란드에서 돈세탁 혐의로 체포됐던 알렉세이 퍼체프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된 스톰과 세메노프에게는 각각 자금세탁 공모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돼 최대 20년 형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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