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유엔헌장을 훼손하는 범죄라고 규탄했습니다. 안보리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선발언 순서에 반발한 러시아 대사를 향해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면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를 찾았습니다. 약 20년 만에 중국을 찾은 아사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입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국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중국 정부에 통보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했군요?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일 유엔 안보리 장관급 공개 토의에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젤렌스키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고요. 안보리 회의에 직접 대면 참석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했는데, 이날 안보리 회의 주제가 뭐였습니까?
기자)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의 안보’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유엔헌장과 모든 전쟁규범을 훼손하는 ‘범죄적이고 불법적인 침략’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유엔의 개혁을 촉구하며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가 관련 결의안 채택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9개국 이상의 찬성을 통해 의사 결정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가운데 단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어떠한 결정도 성립되지 못하는데요. 러시아는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해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 쪽에서는 누가 회의에 참석했습니까?
기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대사가 참석했습니다. 통상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했는데요, 그 때문에 회의 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 최고위급 외교관인 라브로프 장관이 과연 충돌할지, 아니면 서로 피할지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직후 회의장을 떠났고요, 라브로프 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후 회의장에 들어와 이들 간에 대립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네벤쟈 대사가 안보리 회의 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개별국으로는 가장 먼저 발언권을 받았는데요. 네벤쟈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보리 15개 이사국보다 먼저 연설하게 한 의장의 결정에 반발하며, 안보리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 의장은 네벤쟈 대사의 주장에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이번 달 의장국인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나는 우리 러시아 친구들과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것이 알바니아 정부의 특별한 작전이 아니다”라는 점을 확신시켜주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라마 총리는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가진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말에 일부 참석자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라마 총리는 이어 “여기 해결책이 있다”면서 “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전쟁을 중단하고, 그러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이야기가 오갈 때 젤렌스키 대통령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군복 차림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표들이 자리에서 라마 총리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중에 소셜미디어에 라마 총리가 “러시아와 그들의 거짓말, 위선을 어떻게 제대로 다루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중인 상황에서 유엔총회에 참석한 것은 국제사회의 결집과 지속적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행보로 보이는데요. 총회장에서 어떤 지도자들을 만났나요?
진행자) 네. 가장 먼저 만난 국가 정상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20일 이뤄진 회담이었는데요. 룰라 대통령은 회담 후 소셜미디어 ‘X’에 두 사람이 평화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만났습니다. 유대인 혈통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이 많이 살고 있다는 유대감을 강조하며 지원을 호소해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 동부 시각으로 21일 오후 3시 백악관을 방문하고요. 이어 정상회담을 진행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세 번째 백악관 방문이고요. 러시아 침공 이래 두 번째 방문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철통같은 보안 속에 워싱턴을 방문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9개월 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호자로서 미국 조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 분위기는 그 때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당장 이달 말까지 미 의회가 2024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일시적 ‘셧다운(업무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는 건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번 방문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지 않고, 일부 의원들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군요?
기자) 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1일 중국 동부 도시 항저우를 방문했습니다. 아사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약 20년 만으로, 지난 2004년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아사드 대통령이 최근 조금씩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지금 12년째 내전 중인데요. 시리아 정부가 참혹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세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 속에 아사드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었습니다. 하지만 지난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도 하나의 계기가 됐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죠. 당시 튀르키예에서 6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지진 피해가 워낙 크기도 했고, 시리아에서 지진이 발생한 곳이 반군 점령지역이다 보니 시리아의 피해 상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시리아에 등을 돌렸던 아랍국가들도 구호의 손길을 내밀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진행자) 시리아와 중국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기자) 중국은 시리아의 주요 동맹국인 러시아, 이란과 더불어 아사드 정권을 줄곧 지지하고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아사드 정권 규탄 또는 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곤 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까지 적어도 8차례에 걸쳐 시리아 관련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진행자) 지금 시리아는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유럽, 호주, 캐나다 정부 등은 아사드 정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하고 있는데요. 아사드 정부는 자국의 경제 위기가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라크와 접경한 유전 지대를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 반군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사드 대통령이 항저우를 찾은 건 아시안게임과 관련이 있는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이번 주말인 23일 항저우에서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리는데요, 아사드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개막식에는 노로돔 시하모니 캄보디아 국왕,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 등도 참석한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개막식에 참석하나요?
기자) 네. 시 주석은 22일 항저우에 도착해 개막식에 참석합니다. 시 주석과 아사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2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이 두드러지게 중동 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하는 모습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데 중국이 중재한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중동의 최고 앙숙들인데요. 이 두 나라가 베이징에서 7년 만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전격 발표한 것입니다. 이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탈리아가 결국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20일 미국 폭스뉴스 방송과 회견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중국 정부 측에 일대일로 사업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과 유라시아 경제권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진행자) 이탈리아가 언제 이 일대일로 사업에 합류했습니까?
기자) 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3월에 중국과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 양해각서는 효력을 5년으로 하고 효력 만료 시한 3개월 전까지 두 나라 가운데 한쪽이 실제로 탈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장됩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유일합니다.
진행자)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타야니 장관은 회견에서 “우리는 일대일로 사업의 일부가 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교 가능한 프랑스와 독일은 일대일로에 합류하지 않고도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사업에 참여했어도 별 이득이 없었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일대일로 합류가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크게 증진하지 못했다는 외무부 자료를 지적해 왔습니다. 타야니 장관은 의회 의원들이 대부분 일대일로 탈퇴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멜로니 총리가 원래 일대일로 사업 합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멜로니 총리는 집권하기 전에 항상 일대일로 합류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지난 총선 직전에도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총리가 된 뒤에는 이 문제에 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몇몇 부처 장관과 여당 의원들은 정부가 재고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도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합류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번 이탈리아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외에 유럽연합(EU) 지도부도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합의를 파기하기를 원했습니다.
진행자) 멜로니 총리가 지난 7월에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멜로니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합동 성명이 나왔는데요. 성명에 양측이 중국 관련 현안에서 양자 간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항목이 있어서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이탈리아에 보복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타야니 장관의 폭스뉴스 회견에서 바로 그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는 이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서방의 친구”라며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기를 원하고 중국은 여전히 이탈리아의 상대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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