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중러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보리 개혁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나서는 등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추가 제재 논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안보리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누리는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연설에서 “세상은 변화했지만 유엔은 변화하지 못했다”면서 “유엔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의 상황에 맞춰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 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공개 토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침공은 범죄”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젤렌스키 대통령] “"Therefore, the U.N. General Assembly should be given a real power to overcome the veto. This will be the first necessary step if it is impossible to stop the war, because all efforts are vetoed by the aggressor or those who condone the aggressor. It is necessary to bring this issue to the attention of the General Assembly."
그러면서 “침략자의 손에 있는 거부권이 유엔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가진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은 유엔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을 막기 위한 합법적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할 수 있으며,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하면 채택이 불가능해 일부 상임이사국이 안보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유엔과 국제법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거부권을 남발해 유엔 체제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안보리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제법 전문가로 유엔 개혁 문제를 다뤄왔던 앤드류 치텀 미 평화연구소 글로벌 정책 수석 고문은 21일 VOA에 유엔 헌장과 조약법에 근거해 안보리 이사국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치텀 수석 고문] “The only way to suspend any member make a structural change to the existing structure of the security council namely what you're talking about the permanent five members. The charter itself under articles 108 and 19 offer the ways in which the charter can be amended. And it's quite a high bar. It takes two thirds of the general assembly to agree the 193 member States of the general assembly. And it must include consensus it could be abstention but all none of the five permanent Security Council members can reject the idea of the amendment.”
유엔에서 법률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치텀 고문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와 안보리 무력화 문제는 국제법을 다루는 전문가 사이에서 줄곧 논의됐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임이사국 지위를 정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안보리의 기존 틀을 구조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면서 “유엔 헌장 108조와 19조는 이 같은 수정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보리나 총회에서 회원국 지위를 박탈하려면 안보리의 권고가 필요하며,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동의하고 비상임이사국 포함 9개 나라가 지위 변경에 동의해 이를 상정하면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통해 이사국 지위를 박탈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나 중국 스스로가 제명이나 자격 정지에 동의하지 않는 한 안보리에서 두 나라를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회원국 지원 박탈에 관한 법적 근거가 되는 유엔 헌장 108조의 합의 구조를 수정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러시아나 중국의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데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헌법협회 집행위원을 지낸 킴 셰플리 프린스턴대 국제법 교수는 VOA에 과거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이 교체된 사례가 2번 있었다면서 “그 두 사례가 바로 중국과 러시아”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셰플리 교수] “And that's because the UN charter lists the P5 and it says the US, France the UK China and the Soviet Union. So, we've already been through changing the China seat because the China seat was given to Taiwan after the revolution in China. So it was given to Taiwan and then a simple majority resolution of the general assembly switched the seat from China to the mainlands in 1971. Now that didn't require changing the treaty because the treaty says China. The question was which China and the UN general assembly decided which China. And that's where I think you could do the same with Russia and Ukraine because the treaty says the UN charter says USSR which no longer exists. So the question is what's the successor state to the USSR?”
셰플리 교수는 최초 안보리 구성 당시 상임이사국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중화민국(타이완)이었다면서, 중간에 타이완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소련에서 러시아로 변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1971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에서 모든 중국을 대표하며 상임이사국임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유엔총회 결의가 통과되면서 바뀌었고, 구소련이 1991년 해체되면서 러시아가 소련의 지위를 승계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유엔 헌장은 제정 이후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구성과 지위를 규정하는 유엔 헌장 23조에는 여전히 상임이사국에 타이완과 소련으로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셰플리 교수는 이를 근거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남발해 유엔 대북 결의 논의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법상 구소련의 국가 의무를 이어받는 후계국이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셰플리 교수] “So the proposal I made about Russia and Ukraine is the one thing I think could be done by resolution of the general assembly which a majority simple majority resolution of the general assembly not requiring treaty change. So that's the idea that it would be the same kind of thing which is that the general assembly doesn't change the charter but it changes the interpretation of a word in the charter namely USSR because it doesn't exist. The question is who is the USSR now or we say in international law who is the successor state who inherits the obligations of the state. That is you know once it is transformed to who's that state and international law. But that's where I think the general assembly would have it in its power to say well look Ukraine at the time of the charter Ukraine was part of the soviet union. So was Russia. Russia wasn't the whole soviet union it was only a part of it.”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도 구소련의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에 또 다른 일부였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과연 유엔 헌장이 명시한 상임이사국이 맞느냐’는 ‘지위 해석’의 영역에서 문제제기를 한다면 불가능에 가까운 유엔 헌장 수정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교수이자 베를린 소재 ‘아메리칸 아카데미’ 연구원인 마이클 도일 교수도 러시아와 중국의 비상임이사국 지위 해석에 관한 문제제기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데 동의했습니다.
2001년부터 2년간 유엔 사무차장 겸 법률정책 특보를 지내고 유엔 민주주의 기금 의장을 역임한 도일 교수는 다만, 유엔 헌장 수정 없이 지위 변경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이 문제들이 ‘중국과 러시아가 타이완과 소련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해석의 문제로 다뤄졌으며, 그것을 용인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일 교수] “The entity of Taiwan were kicked out and the entity of beijing PRC was put in. But the fiction was that China was always represented. The government just was changed. Now the only way that was possible was that all the members of the p5 and the security council and the wider membership all agreed that that needed to happen. The same thing happened with the transformation from the USSR to the russian federation. You know one day in the UN there was a plaque in front of a seat that said USSR. And then the next day early in the morning a staff member came in and slipped out the plastic label and replaced it with the russian federation. Everyone walked in looked at it nodded and it happened. So again that was done by political consensus. Everyone on the security council agreed that Russia was the natural successor to the USSR. And so it just took place.”
그러면서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직접적 도전자는 없으며, 유엔 헌장의 수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 상임이사국의 동의 없는 지위 변경 논의는 시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크지 않은 것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안보리를 개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상임이사국의 확대를 꼽았습니다.
앤드류 치텀 수석 고문은 “현재 구성원 중 누구도 축출하지 않고 보다 분산된 권력을 대변할 수 있는 개혁”이라며, 브라질, 독일, 인도, 일본이 포함된 일명 G4 연합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합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치텀 수석 고문] “And that's reforms that wouldn't kick any of the current members out but would represent the more diffuse power. The first one is called the G4 coalition. And that is Brazil Germany India and Japan the G4. And they have advocated for a long time to become permanent members. And they also within their plans want two seats for Africa. Africa and seats for countries within the african union of the 54 countries within Africa are part of every deal of security council reform. So that would give you 6 new members to figure to 21 21 members with including 6 new permanent seats.”
유엔 내부에서 G4로 불리며 상임이사국 확대론을 주도하는 이들 국가들과 아프리카연합 몫의 2개 자리를 추가하면 모두 6개의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며 안보리 이사국 정수도 모두 21개로 늘어나게 돼 안보리가 소수 국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막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치텀 수석 고문은 또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나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등 단순한 상임이사국 확대 대신 정기적 투표를 통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하는 쪽의 견해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치텀 수석 고문] “The elected members as regional blocks and as other blocks within the constituencies within the UN member States have been using the elected membership in much more savvy ways. So don't count the elected members out.
And even though they have two year terms and they don't have vetoes, they still have considerable influence, sway and power within the council.”
투표를 통해 선출된 비상임이사국들은 2년의 짧은 임기에 거부권도 없지만 안보리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힘을 보여준 만큼 이를 더 확대하는 방안도 상임이사국 견제에 현실적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킴 셰플리 교수도 현재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구조가 대륙별로 과소 대표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사국 배분 조정을 통한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셰플리 교수] “That doesn't solve the distribution across regions. You know where Asia is way under represented Europe is way over represented. And so a lot of the discussion about enlarging the council it is about changing the representation of different regions more representation for Africa Asia latin America in particular.”
셰플리 교수는 “아시아 지역은 과소 대표되고 유럽은 과대 대표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안보리 확대 논의에 더해 아프리카나 아시아, 중남미 지역 등 다양한 지역의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유엔 등 국제관계 문제를 다룬 저서(Cold Peace: Avoiding the New Cold War)를 펴내기도 했던 마이클 도일 교수는 현실적으로 안보리의 기존 조항을 고치기 어렵다면 새로운 조항을 채택해 안보리의 문제점을 보완하도록 하는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도일 교수] “Today there can be more lively hearings take place that way. The most interesting reform recently was led by States in the general assembly not in the security council. They passed a measure that requests does not require but request any state that exercises a veto in the security council to come to the general assembly and explain that vote. Now it's a request but it came with a very substantial in a majority of the general assembly.
And it would be considered bad form and embarrassing if you weren't prepared to explain your veto. And that's a progressive step forward creates a little bit more responsible deliberation if you have to explain why you're giving a veto rather than just doing it arbitrarily.”
도일 교수는 “최근 가장 흥미로운 개혁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든 국가는 유엔 총회에서 그 표결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면서 “이는 안보리가 아닌 총회에서 일반 회원국들이 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거부권 사용에 대한 설명 요구가 강제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사유가 뒷받침되지 않은 거부권 사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의식을 거듭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매우 유용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거부권의 임의적 행사가 아닌 적합한 사유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조금 더 책임 있는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진일보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냉전 시대에도 안보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현재 안보리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강대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기간 동안 그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이나 유럽연합(EU) 등 많은 비공식 그룹이 생겨난 것을 상기시키며, 안보리 기능을 대체할 또 다른 그룹이 출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참여해 만든 헌장을 통해 전쟁을 승인하고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구속력을 갖춘 합법적 기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그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수정·발전 시킬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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